고속도로 섬에 갇힌 퓨마 P-22의 비극...세계 최대 美야생동물 육교

  • 등록 2024-04-22 오전 11:14:09

    수정 2024-04-22 오전 11:19:46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미국에서 세계 최대의 야생동물 횡단 육교 건설이 시작됐다. ‘월리스 아넨버그 야생동물 육교(Wallis Annenberg Wildlife Crossing)’라고 불리는 이 육교는 약 1억 달러(한화 약 1382억)에 가까운 건설 비용이 예상됐지만 미 자선가인 윌리스 아넨버그의 후원을 포함해 대부분 민간 기부로 채워 넣어 화제가 됐다. 천억이 넘는 막대한 건설 비용을 ‘기부’로 채워넣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P-22라 불리는 할리우드 명물 퓨마의 죽음이 있었다.

지난 2012년 P-22가 발견됐을 당시 사진. (사진=미 국립공원관리청)
윌리스 아넨버그 야생동물 육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101번 고속도로에 건설된다. 미 서부에서 가장 큰 도시인 로스앤젤레스(LA)로 통하는 101번 고속도로는 일간 이용 자동차 대수만 30만 대가 넘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해 죽는 동물들은 다른 미국 주요 도로에 비해 많지 않다. 쉴 새 없이 차가 왕복하는 거대한 ‘도로 장벽’에 야생동물들이 길을 건너는 것 자체를 포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날 할리우드에 P-22라는 퓨마 개체가 나타났다. 산타모니카 산맥에서 태어난 P-22는 퓨마에게 ‘죽음의 도로’로 악명이 높은 101번 고속도로를 건너 할리우드 바로 옆인 그리피스 공원에 정착했다.

P-22의 영역 크기. 오른쪽 아래 다른 퓨마의 영역보다 매우 작은 면적이다.
평균적으로 수컷 퓨마는 240 제곱킬로미터 공간을 영역으로 두며 생활하지만 P-22는 그의 10분의 1도 안 되는 23제곱킬로미터 면적에서 살았다. 고속도로 섬에 갇힌 P-22는 그만큼 자주 사람들에게 목격됐고, 할리우드 간판을 배경으로 사진이 찍히거나 동네에서 산책하던 개를 물어 죽이는 등 대중에 많이 노출됐다. LA 주민들은 P-22에 ‘할리우드 캣’, ‘셀럽의 땅의 셀럽’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며 애정을 줬다.

동시에 고속도로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이 끊긴 야생동물들의 사연도 유명해졌다. P-22는 101 고속도로를 다시 넘어가지 않고 그리피스 공원에서 짝 없이 홀로 살았다. LA의 고속도로로 인근 공원이 ‘도시 섬’으로 고립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와, 산타모니카 산맥의 퓨마 개체의 유전적 다양성이 역대 최저라는 미 국립공원관리청의 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결국 캘리포니아 교통부는 야생동물이 왕복 10차선의 고속도로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지난 2022년부터 폭 50미터, 길이 64미터의 대형 건널목을 만들기 시작했다. 야생동물이 자동차 소음에 놀리지 않도록 방음벽도 함께 시공됐다. 이 프로젝트의 후원자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름을 올렸고, 약 5000명의 후원자들이 몰려들었다. 윌리스 아넨버그 야생동물 육교 공식 홈페이지는 “이 건널목은 퓨마 개체군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지만, 크고 작은 모든 야생 동물을 위한 지역 생태계를 다시 연결하는 것”이라며 “동물들은 살 곳이 부족하다. 우리는 공존하고 공간을 공유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쉽게도 P-22의 마지막도 다른 퓨마와 다르지 않았다. P-22는 101번 고속도로를 넘어가지 못하고 그리피스 공원에서 짝 없이 살다가 지난 2022년 ‘로드킬’로 죽었다. 전신에 상처를 입은 채 발견된 P-22는 결국 안락사를 당했다.

(사진=윌리스아넨버그 육교 공식 홈페이지)
한편, 101번 고속도로는 지난 15일부터 약 수개월 간 자정에서 새벽 5시까지 일부 구간이 폐쇄된다. 윌리스 아넨버그 야생동물 육교는 오는 2025년 완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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