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케어vs롯데헬스케어 ‘아이디어 도용 논란’ 쟁점은①

양사 ‘CES 2023’서 개인맞춤형 건기식 디스펜서 선봬
입장 차 첨예…관건은 핵심 아이디어의 보편성 여부
아이디어 취득 시기, NDA·브랜드 거부했는지도 논란
  • 등록 2023-02-14 오전 10:56:20

    수정 2023-02-14 오전 10:56:20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벤처기업인 알고케어와 롯데헬스케어는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디스펜서의 아이디어 도용 여부를 두고 서로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같은 사안을 두고 서로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을 이데일리가 쟁점별로 정리해봤다.

롯데헬스케어(좌)와 알고케어(우)의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 디스펜서 (사진=알고케어)
양사는 2021년 9월 8일, 9월 29일, 10월 14일에 3차례의 미팅을 거쳤으며, 같은해 10월 25일 최종적으로 협상이 결렬됐다. 올 초에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3’에서 각자 자사의 개인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 시제품을 전시했다. 이 기간에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롯데헬스케어 부스에 방문해 롯데헬스케어가 자사 제품을 베꼈다고 판단했다. 결국 정 대표는 지난달 17일 이러한 의혹에 대해 대대적으로 폭로했다.

핵심 아이디어 도용 vs 보편적 아이디어

알고케어의 ‘나스’와 롯데헬스케어의 ‘필키’는 개인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라는 공통점이 있다. 알고케어 측은 롯데헬스케어가 자사 제품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별 카트리지로 조합해 공급하는 방식이라 법적인 문제가 없도록 한 게 핵심적인 아이디어인데 이를 베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롯데헬스케어 측은 개인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는 보편적인 아이디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는 “CES 현장에서 캐즐 부스와 알고케어 모두를 방문했던 사람들은 ‘그냥 똑같던데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는 사용자 경험이 완전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롯데 제품은 알고케어와 디스펜서의 형태·원리·구조는 물론이고, 사용자 경험 흐름까지 유사하다”면서 “알고케어의 핵심적인 아이디어는 단순히 4㎜ 크기의 영양제에 한정되는 게 아니라 카트리지 형태로 해서 위생성과 사용성을 모두 해결한 데 있다. 우리의 핵심 아이디어는 해외 다른 디스펜서들과 확실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롯데 측은 해외에는 건기식 디스펜서가 정수기처럼 보편화된 모델이라고 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구글이나 유튜브에 ‘뉴트리션 디스펜서(nutrition dispenser)’로 검색해보면 디스펜서 비슷한 것도 안 나온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웅조 롯데헬스케어 사업본부장은 “디스펜서를 사용해 개인 맞춤형 영양제를 제공하는 것은 알고케어만의 아이디어가 아니다. 롯데헬스케어는 어떤 알약도 쓸 수 있게 리필도 고려했다는 점에서 미국 ‘히어로’ 디스펜서의 개념과 차이가 없다”면서 “향후 리필까지 고려한 롯데헬스케어의 방식은 알고케어의 카트리지보다는 이스라엘의 ‘뉴트리코’나 미국의 ‘리비’와 더 가깝다. 미국에서는 알약을 우리나라처럼 소분해주지 않고 통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복약 중심 알약 분배기가 일찌감치 나왔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단지 국산화를 먼저 했다고 해서 해당 산업을 독차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알고케어에서 생각하는 권리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가 건기식 디스펜서 사업 아이디어를 취득한 시기는?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 측이 건기식 디스펜서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자사와 미팅을 진행하기 전엔 없었다고 보고 있다.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와 만난 뒤 이를 베끼기 위해 유사한 해외 사례를 찾았을 것이라는 게 정 대표의 추측이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알고케어와 만나기 전부터 해당 사업 모델에 대한 사전 조사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정대표는 “알고케어를 만나기 전에 기획했으면 기획 문서를 한 번만 내라. 그러면 다 해결되지 않겠나. (우 상무가) 아이디어가 본인 머리 속에 있었다는 식으로 자꾸 얘기하는데 대기업으로 기획할 때 문서 한 장 없이 그렇게 하나?”면서 “우 상무는 삼성 있을 때도 영양 관리 분야는 전혀 담당하지 않았고 바이오리듬, 생체리듬 이런 분야에서 일했던 걸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 상무가 영양제 디스펜서에 대한 아이디어를 머릿 속으로 생각했을 순 있다. 그런데 그게 제대로 된 해명인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본부장은 “우리가 건기식 디스펜서 사업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 알고케어를 찾아내서 만날 이유가 없다. 해당 사업에 대해 사전 조사를 마치고,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이 이런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로워서 만나게 된 것이다”면서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와 만나기 이전부터 해외 디스펜서에 대해 리서치를 하고 있었고, 개인 맞춤형 영양제 제공 사업 모델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롯데헬스케어는 롯데지주 산하 신성장3팀을 조직하기 전인 2021년 5월에 유명 컨설팅 업체와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사업을 포함한 중장기 로드맵을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롯데가 알고케어의 NDA 요구를 거부했나

알고케어 측은 롯데헬스케어가 영업비밀에 대한 내용 공개를 요구하고, 비밀유지계약(NDA) 체결을 거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롯데헬스케어 측은 알고케어와 3회의 미팅을 진행하는 동안 알고케어가 NDA를 요구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정대표는 “롯데헬스케어 측이 NDA를 알고케어가 체결하자고 한 적이 없다. 그래서 안 한거다. 본인들은 체결하려고 했다고 하는데 말이 안된다. 우리가 2021년에 체결한 NDA만 14개다. 특히 2021년 8월에 카카오손해보험하고도 미팅을 했는데 카카오손해보험이 법인 설립이 안된 상태라 대신 카카오페이랑 NDA를 체결했다”면서 “2021년 9월에 롯데헬스케어를 만났는데 롯데한테만 NDA를 체결하자고 안 했을 리가 없다. 당연히 요청했고, 우 상무님이 ”롯데는 아직 법인이 없어서 체결하려고 해도 할 수 없어요“라고 말한 게 저는 분명히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본부장은 “롯데헬스케어 법인이 설립되지 않아서 NDA를 체결할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당시 롯데지주 신성장3팀은 유전자검사 기업 ‘테라젠바이오’와도 투자 논의 중이었고, 이 기업은 롯데지주와 NDA를 맺은 기록이 있다”면서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로부터 사업소개서를 받은 게 전부이며, 영업비밀을 요구한 적이 없다. 저희가 자체적으로 검토해봤을 때는 그 어떤 메일이나 녹취록에서도 NDA 요청을 발견한 적이 없다. 어떤 대기업이 NDA를 일부러 거부하겠나. 적어도 롯데의 모든 자료상으로는 NDA를 요청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롯데가 알고케어 브랜드 사용을 거절했나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 브랜드 사용을 거부해서 사업 협상이 결렬됐다고 했다. 2021년 10월 롯데헬스케어가 돌연 입장을 바꿔 ‘알고케어에 라이선스피를 줄테니 롯데헬스케어에서 론칭할 자체 제품을 만들겠다’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롯데헬스케어는 알고케어 브랜드명을 그대로 쓰는 것은 물론, 코브랜딩(Co-Branding)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는 입장이다.

정대표는 “이에 대한 증거는 다 갖고 있다. 사업 협상이 결렬됐을 때 전화, 이메일을 한 번씩 했는데 그 내용을 보라고 하고 싶다. (2021년) 10월 25일자 이메일에 브랜드를 2개로 가져가는 건 맞지 않는 것 같고 알고케어가 (디스펜서를) 만들어서 (롯데에) 넘기면 안되냐고 기재돼 있다”면서 “롯데가 그럼 안되겠다고 답변했는데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왜 자꾸 하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본부장은 “알고케어가 사무실에서 시제품(Prototype)을 시연해준 것은 2021년 9월 29일이다. 롯데헬스케어 측은 당시 디스플레이가 포함된 알고케어의 디스펜서 가격이 너무 높고, 디자인 면에서도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할 것을 논의했다”면서 “(같은해 10월 14일에 진행된) 세 번째 미팅에서 롯데가 제안한 내용 중에는 알고케어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해도 된다, 원한다면 코브랜딩 해도 된다는 게 있다. 코브랜딩은 스타트업이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기 힘들테니 배려 차원에서 대기업인 롯데를 활용하라는 의미로 제안한 것이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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