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 해운업 살리기, 외면하는 공기업

  • 등록 2012-03-08 오후 2:33:30

    수정 2012-03-08 오후 2:33:30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옛말에 팔은 안으로 굽는다 했다. 중국과 일본이 그렇다. 지난해 브라질 철광석 회사인 발레는 해운업 진출을 포기했다. 시황 변동이 있을 때마다 해운업에 발 담글 기회를 노리던 발레였다. 그러나 세계최대 철광석 수입국인 중국이 이들을 막아섰다. 자국 해운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발레 선박의 입항 자체를 불허한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전력회사들은 발전용 석탄을 해외에서 들여올 때 100% 자국 선사로 운송한다. 해외 선사들은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좀 다르다. 한국전력 자회사들은 오히려 일본계 해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때문에 석탄 장기운송권을 둘러싼 국내 해운업계와 한전과의 갈등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최근에도 일이 터졌다. 8일 선주협회에 따르면 한전 자회사인 동서발전은 지난달 발전용 석탄 수입 수송을 위해 일본계 해운사인 `NYK벌크십 코리아`와 18년 장기수송 계약을 맺었다. 액수만 총 3억달러에 달한다.   국내 해운업계는 발끈했다.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 않은데 국내 공기업마저 자신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같은 일이 몇년 째 발생하고 있다는 것에 더 크게 분노했다.   실제 동서발전은 지난 2004년 호주에서 수입하는 석탄에 대한 18년 장기수송권을 일본선사 NYK에 넘겼다. 2009년에도 10년 장기계약 입찰에서 NYK의 자회사인 NYK벌크십코리아를 택했다. 상황이 이렇자 한전 자회사들이 일본 해운사만 편애한다는 지적이 허투루 들리지만은 않는다.     한전 측은 "죽겠다"는 해운업계에 "어쩔 수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당초 국적선사에만 입찰 자격을 부여했으며 NYK벌크십코리아는 NYK 자회사이긴 하나 국내에 등록된 법인이어서 배제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낮은 입찰단가도 한 몫을 했다.   그러나 비용 절감 등 실익을 따지기에 앞서 공기업인 만큼 국내 해운업계에 대한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3년새 해운기업 52곳이 문을 닫았다. 현재 10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그 중 8곳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다.   공기업이 나서 국내 해운사를 뒷받침해야 한다. 잘 키운 해운사들은 향후 조선사에 신규 선박을 발주하는 등 국내 경제에 선순환 효과를 가져온다. 더 이상 생사의 갈림길에 선 해운업계를 외면해선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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