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p 2020)박병엽 "아이폰· 아바타에서 뭘 배울 것인가"

"소프트웨어? 기술? No! 창조·다양성·혁신"
이순신 장군의 `~을 탓하지 마라`는 어록 가슴에
"팬택 `정상화`까지 전력 투구..이후엔 물러날 것"
  • 등록 2010-04-06 오후 3:26:14

    수정 2010-04-06 오후 3:33:40

[이데일리 류의성 기자 ] "애플의 아이폰과 3D 영화 '아바타'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습니까?"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 요즘 회사 임직원들을 볼 때마다 던지는 질문이다.

편리한 UI(사용자 환경), 소프트웨어, 3D 미래, 참신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다양한 답들이 돌아온다. 그러나 박 부회장은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입을 연다.
"모두 바꿔야 합니다. 6개월 주겠습니다."

박 부회장은 아이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이폰은 분명 배워야 할 제품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선 언제나 아이폰의 뒤를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앞지를 수 없다 이겁니다."

아이폰은 애플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서 탄생시킨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에 나온 첨단기술들을 창조적으로 '조합'시켜 나온 제품이라는 점에 박 부회장은 주목한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사진= 한대욱 기자)
구태의연함을 벗어 던지고, 자유성과 다양성, 창조성, 차별화 된 사고로 탄생한 제품이 바로 아이폰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작년말부터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3D 영화 아바타도 마찬가지.  

그는 '우리도 3D 휴대폰을 만들어 보자' 식의 단순한 생각을 던져버리고, 사고방식 자체를 입체감 있게, 시각을 다양화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접근하자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한다.

박 부회장은 팬택 임직원들 개개인은 물론이고 팬택의 가장 작은 단위조직부터 이러한 사고로 재무장하라는 숙제를 줬다. 휴대폰 신제품을 기획하는 상품기획팀부터 제조생산, 판매영업까지 모든 조직이 대상이다. 열외는 없다. 기간은 6개월.

반년 뒤의 팬택 조직이 어떻게 변해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박 부회장은 이러한 변화를 시작으로 팬택이 '정상화'될 때까지 전력투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때 팬택은 세계 휴대폰 업계에 떠오르는 신흥 강자였다. 2001년 현대큐리텔, 2005년 SK텔레텍을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당시 팬택 계열은 전 세계 50여개국에 다양한 휴대전화를 출시하면서 노키아 삼성전자 모토로라 LG전자 등과 맞대결을 펼쳤다.
 
2005년에는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1991년 6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창업 이래 연평균성장률(CAGR) 56%를 기록할 정도로 기세가 대단했다.
 
그러나 2005년 모토로라의 레이저폰이 전세계 5000만대 이상 판매되며 성공하자 팬택을 비롯한 다른 휴대폰의 판매부진 현상이 일어났다. 개발이 늦어져서 대응 모델 출시는 늦어졌고, 재고는 쌓여 갔다.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서 회사의 재무재표는 악화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결국 팬택은 2006년 12월 워크아웃을 신청, 2007년 4월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팬택은 20대 1, 팬택앤큐리텔은 30대 1의 감자를 실시했다.
 
박 부회장은 이후 백의종군에 들어갔다. 주식 뿐만 아니라 재산을 모두 내놨다. 팬택계열 대주주로써 자격을 잃은 그에게 채권단은 전문경영인으로 회사를 맡겼다. 박 부회장이 보여준 재기의 각오를 믿었기 때문이었다.
 
이후부터 박 부회장은 주말, 밤낮없이 일했다. 그는 새벽 5시30분쯤 회사에 도착해 회의를 주관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에 충실하고, 제한적인 자원을 최대한 아껴쓰고 효과를 크게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꾸었다.
 
기존 휴대폰 시장 전략도 전면 재수정하고, 복잡했던 조직을 단순화했다. 사업자 중심의 시장으로 전략을 수정, 북미와 일본, 중남미에 주력했다. 수출 모델 역시 기존 30여개에서 15개로 줄였다. 터치폰, 뮤직폰, 메시징폰 등 시작에 특화된 프리미엄모델로 승부했다.
 
그 결과 팬택은 살아나기 시작했다. 2009년 8월에는 퀄컴과 출자전환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작년엔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을 합쳐 조직을 슬림화시켰다. 팬택은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2007년 3분기 이후 매출 5조900억원, 영업이익 4270억원을 기록했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8.4%다. 현재까지 10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사진= 한대욱 기자)

 
 
 
 
 
 
 
 
 
 
 
 
 
 
 
 
 
 
 
 
 
 
 
 
 
 
 
 
 
 
 
 
 
 
 
채권단은 지난 3월 주총에서 박 부회장에게 스톡옵션 1억6400만주를 부여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기업구조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회사에서 CEO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은 드문 일. 채권단은 그간의 성과를 인정해주고, 앞으로 책임 경영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 부회장이 그리는 회사 정상화는 과연 어떤 수준일까.
 
"아직 멀었습니다. 정상화를 논하려면 증시에 재상장할 자격은 되어야 하겠지요."

팬택은 2011년 말이나 2012년쯤 회사를 재상장시킬 계획임을 그동안 밝혀왔었다. 박 부회장은 팬택 정상화라는 말과 함께 "그동안 죽을 정도로 일했다"고 털어놨다. 

그가 '일벌레'로 불리는 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업무 외적인 부분에도 정성을 쏟기 때문이다.
 
지난달 12일 열렸던 주주총회장에서 그는 한 소액주주의 항의성 질문에 그는 30여분동안 끈기있게 답변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소액주주들을 완전히 설득했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주총이 끝난 뒤 그는 소액주주들과 주총장 앞 음식점에서 점심 식사를 같이 했다. 막걸리 한 두잔으로 시작된 '낮술'이 결국에는 폭탄주로 이어졌다. 소액주주들의 가슴 속에 남아있는 앙금을 풀어주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소액주주들과 낮술을 함께하는 CEO를 보는 일이 흔한 것은 아니다.

"팬택이 정상화되면 푹 쉬고 싶습니다. 사내에 자질을 갖춘 우수한 임직원들이 많이 있으니 문제없어요. 회사가 좋아지면서 과거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났던 우수한 직원들도 다시 합류하고 있지요."

그동안 힘들었고, 죽고 싶었고, 그러나 무조건 살아야 했던 옛 순간들을 담담하고 때로는 북받쳐오르는 감정을 추스리며 털어놓던 박 부회장은 별안간 "드라마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최근엔 바빠서 드라마를 볼 수 없지만 과거 모 방송사에서 했던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드라마는 녹화를 해서라도 빠짐없이 봤다고 했다. 해외 출장 중에서도 잠을 쪼개가며 이 드라마는 꼭 봤다고 했다.
 
왜 그랬을까? 박 부회장은 성웅 이순신 장군을 이렇게 평가했다.

"성웅이 옥포해전에서 노량해전까지 20여차례의 해전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고 왜적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단련과 연구를 통해 전략과 전술 면에서 혁신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라 믿고 있습니다."

박 부회장은 이순신 장군의 `~을 탓하지 마라` 어록을 수시로 떠올린다. 사무실엔 성웅의 어록을 붙여놓고 수시로 읽는다. 임원들에게도 소리내서 읽어보라 시킨다며 웃었다.

(중략)
좋은 직위가 아니라고 불평하지 말라!
나는 14년 동안 변방 오지의 말단 수비 장교로 돌았다.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말라!
나는 적군의 침입으로 나라가 위태로워진 후 마흔 일곱에 제독이 되었다.
(중략)

조직의 지원이 없다고 실망하지 말라!
나는 스스로 논밭을 갈아 군자금을 만들었고 스물 세 번 싸워 스물 세 번 이겼다.
...

가진 것이 없다고 절망하지 말라!
나는 빈손으로 돌아온 전쟁터에서 열 두 척의 낡은 배로 133척의 적을 막았다.
(중략)`

박 부회장은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으면 무슨 미래가 있겠습니까. 정말 죽을 정도로 일하는데 하루하루 발전이 없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화 마지막에도 아이폰과 아바타를 재차 강조했다.

"저 자신도 그렇고 임직원들에게 모두 바꾸라고 하는 것은 그래야 팬택이 애플같은 회사를 상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아이폰, 아이패드, 아바타···모두 이유가 있습니다. 이제 그 다음이 무엇인지 찾아내야겠지요. 팬택이 해낼 겁니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사진= 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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