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태현 기자] 과즙소주에 질린 20~30대 젊은이들이 주요 전통주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1000여개가 넘는 전통주로 자신의 입맛에 꼭 맞는 술을 고를 수 있는데다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전통주의 독특한 병 디자인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지난해 8월 문을 신세계백화점 전통주 전문 매장 ‘우리술방’ (사진=신세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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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업계에 따르면 전통주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커지며 2030세대가 전통주의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8월부터 운영 중인 전통주 전문매장 ‘우리술방’의 누계 매출을 보면 30대 누적 구매 비중이 35.3%로 가장 컸다. 그동안 전통주의 주 소비층으로 여겨졌던 50대 이상 장년층 누적 구매 비중은 26.5%에 그쳤다.
특히 달고 독특한 향을 지닌 전통주들이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덕분에 전체 전통주 매출도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전통주 매출(막걸리 제외)은 전년 동월 대비 약 2~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전통주 중 젊은 층을 사로잡는 제품들은 ‘산내울 오미자’와 ‘산내울 복분자주’, ‘산내울 사과주’ 등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은 과실주가 주를 이루고 있다. 과즙소주, 탄산주 등을 선호하는 젊은 층의 취향에 들어맞는 제품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은 이전처럼 소주, 위스키 등 독주보다 자신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저도주를 좋아한다”며 “양조장마다 각기 다른 향과 맛을 지닌 전통주가 생산되고 있어 다변화된 젊은 층의 기호를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통주 업체들도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전통주 하면 떠오르는 ‘촌스러움’을 벗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특히 병 디자인을 젊은 감각으로 바꾸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95년 역사를 지닌 논산 양촌양조는 이태희 디자이너와 손을 잡고 ‘양촌막걸리’의 병 디자인을 새롭게 바꿨다. 디자인 덕분에 양촌막걸리는 막걸리로서는 처음으로 세계 최고권위의 디자인상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 지난 3월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한 신세계 ‘우리술방’ 전통주 병 디자인 (출처=IF 디자인 어워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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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도 지난해부터 한국전통주진흥협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전통주 디자인 리뉴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얀연꽃 맑은술’, ‘산내울 사과애’, ‘감홍로’ 등 다양한 전통주들의 이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을 현대적 감각으로 바꿨다.
젊은 층을 노려 전통주를 알리고 시음할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과 이벤트도 잇따르고 있다. 전통주 리뷰 플랫폼인 ‘술펀’은 최근 홍대에서 ‘도심 속 양조장’이라는 주제로 전통주 교육과 시음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100여명이 몰렸다. 행사 참여자도 대부분 20~30대로 전통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배상면주가가 운영하는 ‘느린마을양조장&펍’은 전통 과실주로 만든 칵테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전통주를 감각적으로 즐기고 싶어하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한 제품이다. 사과주 ‘사과 아락’을 이용해 만든 칵테일 ‘아락또’는 달콤한 사과향과 레몬의 상큼함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