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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권 문제"…'노원 세모녀 사건'에 스토킹 처벌 강화 목소리

여성들 "일상에서 공포…일회성 스토킹도 처벌해야"
24일 스토킹처벌법 통과…최대 징역5년·벌금 5000만
여성계 "조항 여전히 미흡…피해자 위주 법안 필요"
  • 등록 2021-03-31 오전 11:00:01

    수정 2021-04-01 오전 7:22:42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20대 남성이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사건이 스토킹 범죄로 추정된다고 알려지면서 관련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토킹 처벌 강화 요구가 지속되며 이미 국회에서 ‘스토킹처벌법’이 통과돼 9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은 조항들이 법적 사각지대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토킹 현실 모르는 스토킹 처벌법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스토킹’ 언제라도 노출될 수 있어…일회성도 처벌 강화해야”

지난 23일 노원구 중계동 한 아파트에서 20대 남성 A씨가 세 모녀를 살해해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큰딸 B씨의 지인으로부터 ‘친구와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현장에서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는 세 모녀의 시신을 확인했다.

26일 오전 세 모녀가 숨진채 발견된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 폴리스라인이 쳐져있고, 경찰관들이 현장을 정리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경찰이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A씨와 피해자 B씨의 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건이 스토킹 범죄로 추정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온라인상에서 A씨의 신상공개와 함께 스토킹 범죄를 강력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원 일가족 3명 살인사건의 가해자 20대 남성의 신상공개를 촉구한다’는 국민청원은 30일 오후 2시 기준 15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여성들은 매일 일상에서 크고 작은 스토킹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스토킹 범죄에 대한 안일한 현실을 꼬집었다. 20대 여성 C씨는 “혼자 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지하철역에서부터 누군가가 따라온 적이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순찰을 강화하겠다’는 안내뿐 실질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신림동 원룸촌에 사는 김모(28)씨도 “1인 가구 여성으로서 늦은 밤 뒤에서 뛰어오거나, 늦은 시각 집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면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며 “‘신림동 강간미수 사건’과 세 모녀 살인사건도 한 번에 걸쳐서 일어난 일인 만큼 스토킹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월부터 ‘스토킹처벌법’ 시행되지만…“피해자에 책임 전가 여전”

앞서 지난 2013년부터 ‘스토킹’을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하기 시작했지만, 죄명이 ‘지속적 괴롭힘’이었던 만큼 다발적인 범죄를 저질러야 처벌할 수 있었다. 처벌 수위 역시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형에 불과했다.

반면 스토킹 범죄는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4515건으로, 2018년 2772건보다 1.5배 이상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고, 마침내 지난 24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99년 스토킹처벌법이 국회에 첫 발의된 이후 22년 만이다.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의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는 9월부터는 스토킹 범죄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제정된 법률안 역시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에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포함됐다. 또 신림동 원룸 강간 미수 사건처럼 일회성 행위의 경우 스토킹 범죄로 규정되지 않는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스토킹 범죄는 친밀성을 기반으로 한 관계에서 관계 중단을 요구할 때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가 가해자 협박에 의해, 또는 재범 염려로 처벌을 원하지 않을 수 있는데 반의사불벌죄 조항을 넣은 것은 피해자에게 또다시 부담과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송 상임대표는 “이번 법안에서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불안감을 주는 행위’라는 조건이 다 들어가야 스토킹 행위에 성립된다고 보는 것”이라며 “스토킹 가해자 대부분이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주장하는 만큼 포괄적인 규정을 통해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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