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이 서울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사건이 스토킹 범죄로 추정된다고 알려지면서 관련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토킹 처벌 강화 요구가 지속되며 이미 국회에서 ‘스토킹처벌법’이 통과돼 9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은 조항들이 법적 사각지대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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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노원구 중계동 한 아파트에서 20대 남성 A씨가 세 모녀를 살해해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큰딸 B씨의 지인으로부터 ‘친구와 연락이 안 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으며, 현장에서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는 세 모녀의 시신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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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매일 일상에서 크고 작은 스토킹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스토킹 범죄에 대한 안일한 현실을 꼬집었다. 20대 여성 C씨는 “혼자 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지하철역에서부터 누군가가 따라온 적이 있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순찰을 강화하겠다’는 안내뿐 실질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9월부터 ‘스토킹처벌법’ 시행되지만…“피해자에 책임 전가 여전”
앞서 지난 2013년부터 ‘스토킹’을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하기 시작했지만, 죄명이 ‘지속적 괴롭힘’이었던 만큼 다발적인 범죄를 저질러야 처벌할 수 있었다. 처벌 수위 역시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형에 불과했다.
반면 스토킹 범죄는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4515건으로, 2018년 2772건보다 1.5배 이상 증가했다.
이렇다 보니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고, 마침내 지난 24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99년 스토킹처벌법이 국회에 첫 발의된 이후 22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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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정된 법률안 역시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에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포함됐다. 또 신림동 원룸 강간 미수 사건처럼 일회성 행위의 경우 스토킹 범죄로 규정되지 않는다.
송 상임대표는 “이번 법안에서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불안감을 주는 행위’라는 조건이 다 들어가야 스토킹 행위에 성립된다고 보는 것”이라며 “스토킹 가해자 대부분이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주장하는 만큼 포괄적인 규정을 통해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