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줄인상에 태풍까지..비어가는 장바구니

이달 가공식품 가격 줄인상 이어져
애그플레이션으로 하반기 밀가루·옥수수 가격 급등
"연 2% 초반 달성 어려울 수도..체감과 괴리도 커져"
  • 등록 2012-08-29 오후 4:03:55

    수정 2012-08-29 오후 4:03:55

[이데일리 김보리 기자] ‘애호박 하나 4180원’ 서울 마포에 사는 직장인 김 모 씨는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눈을 의심했다. 한 달 전에 1700원 정도에 산 것을 떠올리니 아찔했다. 천정부지로 뛴 채소가격에 가공식품으로 장바구니를 채웠다. 하지만 그마저도 만만치 않았다. 단골메뉴인 햇반은 개당 1280에서 1400원, 동원참치는 3개 4900원에서 5380원, 삼양라면도 10% 오른 770원, 맥주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와 같은 품목을 사고도 만 원 정도를 더 내면서, ‘7년 만에 1% 물가 달성’ 뉴스가 생각나 화가 치밀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무상보육과 급식 등에 힘입어 연평균 2% 초반대의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서민들의 체감은 실질소득과 자산가치는 떨어지는 반면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과 다르지 않다.

◇ 즉석밥에서 커피전문점까지…가공식품 도미노 인상

식탁물가에 다시 빨간 불이 켜졌다. 가공식품 줄인상이 이어진데다, 잠깐 주춤했던 유류비마저 고개를 들었다. 여기에 폭염에 이은 초대형 태풍이 농수산물 가격 인상을 견인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기름을 부었다.

7월 물가가 지표상으론 1% 대로 떨어지면서 물가안정에 자신감을 얻은 정부가 원자재값 상승을 못 이긴 업계를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해주면서, 가공식품 물가 도미노 현상이 이어졌다. 오뚜기밥 210g의 가격은 845원에서 900원으로 6.5% 올랐고, 참치캔 평균 가격도 3.1% 상승했다. 서민들의 일등 간식인 삼양라면도 700원에서 770원으로 4년 만에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고, 농심 새우깡 역시 900원에서 1000원으로 자릿수가 달라졌다. 콜라·환타·스프라이트 같은 탄산음료도 5∼9% 올랐다. 마트 물가뿐 아니라 커피전문점 가격 역시 스타벅스는 지난 5월 300원씩, 커피빈도 7월 주요 제품 가격을 300∼400원 인상했다.

◇ “애그플레이션, 2008년보다 더 나쁠 것”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발 애그플레이션으로 인한 곡물가격도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 가장 불안한 것은 대표적인 식재료인 밀가루와 옥수수 가격이다. 이는 가축의 사료로도 사용돼 축산 농가의 생산비용 상승 요인이기도 하다. 농촌경제연구소는 수입 곡물가격은 국내물가에 4∼7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연말에는 올 2분기보다 밀가루 가격은 27.5%, 옥수수 가격은 13.9%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 역시 “이번 곡물 파동은 2008년과 2010년 애그플레이션보다 더 나쁠 것”이란 경고를 던졌다.

유류비 역시 물가인상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 4월 중순 2135원에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 28일 3개월 만에 2100원대로 다시 올랐다. 국내 유류비는 국제유가와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연동하는 것을 감안할 때, 국제유가가 이달 초에도 꾸준히 올라 유가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겨우 잡은 물가에 정부도 고민 커져..“하반기 체감-지표물가 괴리는 더 커질 것”

‘양파국장’ ‘배추국장’ 등을 일일이 지정하면서까지 간신히 물가를 잡은 정부도 고민이 더욱 커졌다. 이번 태풍으로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면서 추석을 앞둔 식탁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태풍 영향을 가장 먼저 받은 분야는 수산업이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오징어는 반입량이 줄면서 8㎏ 한 상자에 도매가격이 3만 3000원으로 지난주보다 70% 이상 급등했다. 채소 값은 태풍 북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재기’ 수요까지 겹쳐 애호박과 상추는 일주일 전보다 각 4배와 2배 정도 뛰었다.

체감물가 상승 요소에 태풍 피해까지 겹쳐 물가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진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물가가 워낙 높았기 때문에 올해는 기저효과 덕분에 지표상으론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다만, 10월부터 국제곡물가격 인상이 반영되고 태풍으로 인한 과일·채소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서민 식탁물가는 더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bori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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