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아래 푸른 호수… 저 멀리 만년설 그냥 느끼세요

캐나다 레이크 루이스
  • 등록 2010-07-14 오후 4:39:00

    수정 2010-07-14 오후 4:39:00

[경향닷컴 제공] 캐나다 로키산맥에 레이크 루이스란 호수가 있다. 캐나다 사람들도 평생 돈 모아 가는 여행지란다. 캐나다는 남한의 약 100배 정도로 큰 나라인 데다 인구는 3400만명밖에 안 돼 관광명소라 해도 한가한 편이다. 레이크 루이스는 워낙 유명해서 여름 성수기면 차가 밀린다. 배오미 앨버타관광청 한국사무소 소장은 미리 도시락을 사뒀다가 이른 아침 서둘러 출발하라고 충고했다. 늦게 가면 주차장에 차를 못대 갓길 주차를 해야 한다며.

▲ 리틀 비하이브에서 내려다 본 레이크 루이스.

아침 햇살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레이크 루이스를 보니 ‘와!’란 감탄사가 나올 만하다. 한여름에도 만년설이 덮인 템플산(3543m), 화이트산(2983m), 니블록산(2976m)으로 싸여 있다. 호수의 길이는 2.5㎞, 폭은 500m. 양 옆 봉우리는 깎아지른 암벽이다. 호수의 물빛은 ‘에메랄드’다. 요즘 웬만한 열대 바다엔 에메랄드 물빛이란 단어를 함부로 붙여 ‘에메랄드’ 하면 별 감동이 없다. 한데, 레이크 루이스의 물빛은 정말 환상적이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가 왜 이렇게 푸른 빛을 띨까. 눈이 녹을 때 바위산의 광물질이 함께 녹아들어가기 때문이다.

1882년 백인으로선 처음으로 이 호수를 찾은 토머스 윌슨은 호수 앞에서 담배를 물고, 동료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나님께 맹세컨대 내 모든 탐험인생 동안 이렇게 아름다운 곳과 비교할 만한 데는 없었네.”

윌슨은 철로 설치작업 때문에 근처에 왔다가 눈사태 소리를 듣고 두 명의 인디언을 앞세워 레이크 루이스를 발견했다. 당시 인디언들이 부르던 이름은 ‘작은 물고기 호수’. 윌슨은 에메랄드 레이크라고 명명했다. 레이크 루이스란 이름은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딸 캐롤라인 루이스에서 따온 것이다. 그녀는 당시 캐나다 총독 론 공작의 부인이었다. 명명을 한다는 것은 역사에 이름을 새기는 것이다. 캐나다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에 총독이 자신이 파견한 종업원 이름을 붙일 리 없었을 게 뻔하다. 인디언들이나 ‘주먹 쥐고 일어서’ ‘늑대와 춤을’이란 이름을 붙이고, 정복자들은 자신이나 부인의 이름을 붙였다.

그나저나 호수 앞 호텔 샤토 레이크 루이스는 정말 ‘명당’이다. ‘샤토’는 성이란 뜻. 말 그대로 지금은 로열 패밀리나 돈깨나 있는 사람들이 찾는 호화 호텔이다.

영국의 에드워드 8세를 비롯해 엘리자베스 2세, 덴마크 마가렛 여왕, 요르단의 후세인왕 등 로열 패밀리는 물론 앨프리드 히치콕, 마릴린 먼로, 크리스토퍼 리브, 앤지 디킨슨 같은 명사들이 다녀간 곳이란다. 어쨌든 1920년대 이후 영화 촬영도 많이 해서 한때는 북쪽의 할리우드란 별명도 얻었다. 결혼 명소로도 유명하다. 매년 수백쌍이 여기까지 와서 결혼한다. 1890년 처음 세워졌을 때는 산악인들이 묵어가는 1층짜리 통나무 산장이었다. 1890년엔 겨우 50명만 투숙했지만 워낙 경관이 아름다워 호텔이 증축된 후인 1920년엔 5만명이 이곳에 묵었다.

호숫가 벤치에 한나절씩 앉아 멍하니 호수를 바라보는 여행자들도 많다. 마치 미술관에서 그림을 뜯어보듯 호수를 꼼꼼하게 챙겨본다. 하기야 호수가 그림보다 못할 리 없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오래오래 두고두고 뜯어봐야 제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람도 느껴보고, 햇살도 쬐어야 한다. 하루만 보고 다 봤다고 할 수 없다. 맑은 날, 흐린 날 분위기가 다르다. 여행은 여유와 애착에서 나온다. 호수에서 카누를 타는 것도 호사다. 6월부터 9월 말까지만 탈 수 있다.

호수를 제대로 보려면 산에 올라가야 한다. 산길도 좋으며, 숲속에 호수가 둘이나 더 있다. 코스도 쉽다. 5시간, 7시간짜리 하루코스도 있다. 하지만 기자가 찾은 날은 그리즐리 곰이 나타나 아그네스 호수 뒤편의 일부 코스는 폐쇄됐다. 아쉽지만 3시간 코스를 둘러봤다.

숲은 가문비나무(Spruce)와 소나무 등으로 이뤄져 있다. 빽빽한 침엽수림 길 자체가 기분 좋다. 중간에 다람쥐들이 튀어나왔는데 사람을 봐도 도망가지 않는다. 외려 먹이라도 주지 않을까 관광객들을 빤히 쳐다볼 정도다. 출발점에서 2.5㎞쯤 가면 레이크 미러. 거울 호수란 뜻이다. 조그마한 호수인데 대부분 여기서 한 번 쉬어간다. 이름처럼 거울같이 맑은 호수다.

호숫가에 있으면 말을 타고 올라온 여행자들도 만날 수 있다. 말 타고 사진 한방 찍는 포인트다. 트레킹 코스와는 별도로 말 타고 가는 코스가 따로 있다. 잘못 들어서면 말똥만 밟으니 주의해야 한다. (내려오는 길에 말 다니는 길로 들어섰다가 말똥 피하느라 진땀 뺐다.) 조금 더 올라가면 아그네스 호수. 아그네스 호수도 크진 않다. 옆에 있는 찻집에선 수십종의 차를 내놓는다. 오전 10시 이전에 출발한 여행자들은 대부분 이 찻집과 찻집 앞 벤치 테이블에서 도시락을 까먹는다. 한여름이지만 해발 2100m 정도여서 서늘하다.

아그네스 호수 앞에서 빅 비하이브, 리틀 비하이브로 길이 갈린다. 비하이브는 영어로 얘기하면 벌통. 1890년에 이곳을 찾은 윌러비 애스틀리란 사람이 붙인 이름이다. 바위 절벽이 벌통을 닮아서란다. 한국이나 중국이었다면 신선대 같은 이름을 붙였을 텐데, 서양 사람들은 참 상상력이 부족하다. 리틀 비하이브로 가는 길은 별로다. 한데 경관은 압권이다. 발 아래로 레이크 루이스, 산자락에는 설산이 보인다. 레이크 루이스 달력사진 촬영 포인트다.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이란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 바로 레이크 루이스다.




■ 여행길잡이

*레이크 루이스는 캘거리에서 가깝다. 차로 2시간30분 정도 거리다. 밴프 국립공원 밴프타운에서 45㎞ 떨어져 있다. 에어캐나다가 밴쿠버를 거쳐 캘거리까지 들어간다. 아시아나항공이 에어캐나다와 항공 공동운항협정을 맺고 있다. 대한항공은 7월25일부터 8월26일까지 매주 화·목요일 한시적으로 캘거리까지 직항편을 운항한다. 앨버타관광청 www1.travelalberta.com/kr, 캐나다관광청http://kr.canada.travel

*샤토 레이크 루이스(www.fairmont.com/lakelouise)는 호화 리조트다. 인근에 레이크 루이스 타운이 있다. 밴프타운에 머물며 여행을 해도 괜찮다. 밴프에는 브루스터마운틴로지(www.brewstermountainlodge.com) 등 로지와 호텔이 많다.

*밴프에서는 전망대를 올라가 볼 만하다. 밴프 곤돌라 www.banffgondola.com.

*밴프 국립공원에서 가장 큰 호수는 미네완카 호수다. 크루즈 투어(403-762-3489)를 한다. 밴프타운에서 카누를 탈 수 있다(403-760-5465). 밴프에 있는 어퍼핫스프링(www.hotsprings.ca)이란 온천이 유명하지만 한국식 온천, 워터파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다. 330㎡ 남짓한 노천탕 하나가 전부다.

*메이플 리프(403-760-7680)가 현지에서 유명한 식당이다. 바이슨(403-762-5550)은 스테이크로 유명하다. 서울옥(403-762-4941)은 한식집인데 순두부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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