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풍자· 통쾌한 유머에 "무더위가 싹~"

[리뷰]뮤지컬 '판'
전통연희와 현대 음악의 세력된 조합
LH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 통렬 비판
  • 등록 2021-07-28 오전 11:01:01

    수정 2021-07-28 오후 10:07:46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사또가 쉴새 없이 탑을 쌓는 동안 백성들은 “헌 땅 줄게, 새집 다오.” 노래를 부른다. 사또는 틈틈이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역세권’(지하철역이나 기차역을 중심으로 반경 500m 내외의 권역), ‘똘똘한 한채’ 등 부동산 신조어를 읊조리며 백성들을 현혹한다. 그 광경을 보던 주인공 ‘달수’가 “어디서 돈 냄새 나지 않냐?”면서 재채기를 한다. “엘에이치(LH)!”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부동산 투기를 비꼰 뮤지컬 ‘판’의 한 장면이다.

뮤지컬 ‘판’ 공연 장면(사진=국립정동극장)
신랄한 풍자와 통쾌한 웃음으로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릴 공연이 찾아왔다. 3년 만에 더 신명나게 돌아온 ‘판’ 얘기다. 전통연희에 뮤지컬 요소를 덧댄 ‘판’은 사이다같은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극이다. 정신이 번쩍 드는 뼈있는 웃음에 껄껄 웃다 보면 어느새 관객과 배우가 한 데 어우러져 신명나는 ‘한 판’이 벌어진다. 그야말로 제대로 판을 깔았다.

‘판’은 19세기 조선을 배경으로 양반가 자제인 ‘달수’가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달수’와 이야기로 조선의 여인들을 홀리는 전기수(전문적으로 소설을 읽어주는 직업) ‘호태’, 전기수가 활동하는 이야기방인 매설방(전기수가 활동하는 이야기방)의 주인 ‘춘섬’, 이곳에서 소설을 필사하는 ‘이덕’이 극을 이끌어간다.

‘내시의 아내’, ‘영영전’, ‘여자 광대’ 등 다양한 이야기를 양주별산대놀이, 꼭두각시놀음, 판소리, 가면극 등을 활용해 재치있게 풀어낸다. 여기에 전통음악 리듬에 스윙, 보사노바, 클래식, 탱고 등 서양 음악 요소를 얹힌 세련된 음악이 끊임없이 흥을 돋운다. 노는 건지 연기인 건지 구분이 안갈 만큼 신이 난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뛰어나닐 수록 관객들의 입꼬리는 올라간다.

뮤지컬 ‘판’ 공연 장면(사진=국립정동극장)
코로나19 시대상도 반영했다. 온 나라에 역병이 퍼져 외출이 자유롭지 않다는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 주막에 들어가기 위해 명부를 적고, 인증을 받는 등 코로나19 일상을 무대 위에 녹여냈다. 다 같이 어울려 코로나19의 힘든 현실을 극복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과거 블랙리스트 사태부터 최순실게이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LH 부동산 투기에 이르기까지 매 시즌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 불공정 등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가하는 ‘판’은 사회고발성 풍자극으로 입지를 단단히 굳혀가고 있다. 고전적이면서 세련되고, 유쾌하면서 가볍지 않아 국립정동극장의 레퍼토리 작품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번 시즌 김지철, 류제윤, 김지훈, 최유하, 김아영, 박란주, 임소라, 최영석, 원종환, 최수진, 류경환, 이경욱, 김지혜가 출연한다. 오는 9월 5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한다. 관람료는 전석 7만원. ★★★★(추천)

※별점=★★★★★(5개 만점, 별 갯수가 많을 수록 추천 공연)

뮤지컬 ‘판’ 공연 장면(사진=국립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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