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민정시찰을 좀 하고 다녔다면 `바다이야기`사건이 났겠는가. 여기저기 다니다보면 서민들이 도박에 빠져 허우적 대는 것을 쉽게 봤을거다. 직접 볼수 있었다면 막을수 있었다. 대통령은 왜 다니지를 않는가."
"세종대왕의 유언이 뭐냐. 압록강과 두만강은 나의 생명선이니 이것은 반드시 지켜라고 했다. 왜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선군정치를 북한이 선전하도록 선전장을 만들어줬나. 청와대가 조선일보와 싸우면서 한겨레신문이 훨씬 신뢰도가 높은 신문이라고 하는데, 한겨레 신문을 안보지 않느냐, 이것 갖고 싸우지 말라"
"정치인들만 8.15때 사면되고 우리 기업인은 뭐냐. 왜 기업인은 사면 안해주느냐. 이렇게 하니까 대기업들도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투자를 안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민간단체 조찬모임에서 호되게 야단맞았다.
이 실장은 먼저 강연을 통해 한시간여 동안 `참여정부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갈길`을 소상하게 얘기했다. 요즘 읽은 `뿌리깊은 나무`라는 세종대왕시대,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한 음모를 다룬 소설에서 느낀 `자주`, `사대주의`등에 대한 생각을 얘기했다.
또 참여정부 3년반동안 우리사회의 양 극단론자들 때문에 피곤한 심정도 털어놓았다. 요즘 뜨거운 논쟁거리인 전시작전통제권과 관련한 음모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미FTA에 대해서는 개방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진정성`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매도하는 언론에 대한 `억울함`도 호소했다.
마이크를 다시 잡은 이병완 비서실장은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는 비서실장을 놓고 이렇게 맹렬히 통박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것이다. 부담없이 들었다"라고 말했지만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참여정부의 국정철학과 최근 현안을 설명하는 비서실장의 강연 내용엔 무리가 없었다. 실제 근거에 바탕한 얘기라 억지 논리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 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전혀 강연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뭐랄까. 서로의 생각이 너무 달라, 메아리 없는 얘기만 주고받는 식이라고나 할까.
성토에 나섰던 사람들이야 `한마디 했다`며 후련함만 느꼈대도 상관없다. 그러나 비서 실장 역시 "참여정부를 이해못하고, 보수언론의 포로가 된 이들의 얘기만 들었다"며 체념할 사안이 아니다.
보수언론을 들고 쭉 읽었더라도, 논리보다 이들에게는 `굳이 말 하고자 하는 열성`이 지금도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들은 국민이다.
전작권에서 정부논리가 맞는지, 조·중·동 보수언론 논리가 맞는지를 따져 묻고 편들려는게 아니다. 정부가 국민에게 논리를 쏟아내는 식으로 하는 자세는 그만 좀 하고, 국민의 얘기를 경청해보라며 자세의 변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또 민정시찰이라고 해보라는 권유도 굳이 `바다이야기`같은 사례의 재발방지에 나서라는게 아니다.
`경제는 정상`이라고 장담만 하지 말고, 어려운 민생은 얼마나 어려운지, 서민들이 왜 `바다이야기`에 빠지게 됐는지 직접 느껴보고, 정부는 사후대책만 내놓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끝내도 될 일인지를 민심의 바다에서 확인해보라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즐기는 논리 대(對) 논리의 싸움장에서, 민심은 끝내 발견되지 않을 것이기에 하는 절실한 권유다.
참여정부는 `논리`의 소통 부재에 답답해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처럼 `감성`의 소통 부재에 장탄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