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야단맞은 대통령 비서실장

  • 등록 2006-09-07 오후 3:29:40

    수정 2006-09-07 오후 6:57:00

[이데일리 문주용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순방중이라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도 겉으로는 좀 여유가 생겼는지, 한 민간 단체가 주최한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참여정부에 관한 오해` 풀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오해`란 쉽게 생겨도, 풀긴 어려운 것입니다. 국민들은 오해를 풀고 싶어하는데, 참여정부가 오해를 푸는 방법을 못찾고 있는듯 보입니다. 경제부 문주용 선임기자가 느낀 생각입니다.

"대통령이 민정시찰을 좀 하고 다녔다면 `바다이야기`사건이 났겠는가. 여기저기 다니다보면 서민들이 도박에 빠져 허우적 대는 것을 쉽게 봤을거다. 직접 볼수 있었다면 막을수 있었다. 대통령은 왜 다니지를 않는가."

"세종대왕의 유언이 뭐냐. 압록강과 두만강은 나의 생명선이니 이것은 반드시 지켜라고 했다. 왜 이종석 통일부장관은 선군정치를 북한이 선전하도록 선전장을 만들어줬나. 청와대가 조선일보와 싸우면서 한겨레신문이 훨씬 신뢰도가 높은 신문이라고 하는데, 한겨레 신문을 안보지 않느냐, 이것 갖고 싸우지 말라"

"정치인들만 8.15때 사면되고 우리 기업인은 뭐냐. 왜 기업인은 사면 안해주느냐. 이렇게 하니까 대기업들도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투자를 안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민간단체 조찬모임에서 호되게 야단맞았다.

이 실장은 먼저 강연을 통해 한시간여 동안 `참여정부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갈길`을 소상하게 얘기했다. 요즘 읽은 `뿌리깊은 나무`라는 세종대왕시대,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한 음모를 다룬 소설에서 느낀 `자주`, `사대주의`등에 대한 생각을 얘기했다.

또 참여정부 3년반동안 우리사회의 양 극단론자들 때문에 피곤한 심정도 털어놓았다. 요즘 뜨거운 논쟁거리인 전시작전통제권과 관련한 음모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미FTA에 대해서는 개방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진정성`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매도하는 언론에 대한 `억울함`도 호소했다.

중소기업 사장등 기업인들이 많았던 이 자리에서 질의응답시간이 되자 참석자들은 앞다퉈 마이크를 잡았다. 질문이라기 보다는 참여정부 성토에 가까웠다. 이들은 예의를 지킬만큼 인내심이 없어보였다. 비서실장 면전이었지만 한사람도 참여정부를 두둔하지 않았다.

마이크를 다시 잡은 이병완 비서실장은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는 비서실장을 놓고 이렇게 맹렬히 통박할 수 있는 사회가 좋은 것이다. 부담없이 들었다"라고 말했지만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참여정부의 국정철학과 최근 현안을 설명하는 비서실장의 강연 내용엔 무리가 없었다. 실제 근거에 바탕한 얘기라 억지 논리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 자리에 참석한 이들은 전혀 강연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뭐랄까. 서로의 생각이 너무 달라, 메아리 없는 얘기만 주고받는 식이라고나 할까.

성토에 나섰던 사람들이야 `한마디 했다`며 후련함만 느꼈대도 상관없다. 그러나 비서 실장 역시 "참여정부를 이해못하고, 보수언론의 포로가 된 이들의 얘기만 들었다"며 체념할 사안이 아니다.

보수언론을 들고 쭉 읽었더라도, 논리보다 이들에게는 `굳이 말 하고자 하는 열성`이 지금도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들은 국민이다.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이들은 대통령이, 그리고 참여정부가 갈수록 민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전작권에서 정부논리가 맞는지, 조·중·동 보수언론 논리가 맞는지를 따져 묻고 편들려는게 아니다. 정부가 국민에게 논리를 쏟아내는 식으로 하는 자세는 그만 좀 하고, 국민의 얘기를 경청해보라며 자세의 변화를 강력히 요구했다. 

또 민정시찰이라고 해보라는 권유도 굳이 `바다이야기`같은 사례의 재발방지에 나서라는게 아니다.

`경제는 정상`이라고 장담만 하지 말고, 어려운 민생은 얼마나 어려운지, 서민들이 왜 `바다이야기`에 빠지게 됐는지 직접 느껴보고, 정부는 사후대책만 내놓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끝내도 될 일인지를 민심의 바다에서 확인해보라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즐기는 논리 대(對) 논리의 싸움장에서, 민심은 끝내 발견되지 않을 것이기에 하는 절실한 권유다.

참여정부는 `논리`의 소통 부재에 답답해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처럼 `감성`의 소통 부재에 장탄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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