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큰소리' 엔씨 주총, 손 안대고 코푼 넥슨(종합)

소액주주, 김택진 대표 재선임에 반대..윤송이 사장, 넷마블 문제 거론
넥슨, 앞으로의 엔씨 행보 지켜보며 대응할 듯
  • 등록 2015-03-27 오후 12:27:58

    수정 2015-03-27 오후 12:56:56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넥슨과 엔씨소프트(036570)의 경영권 다툼으로 주목받았던 엔씨소프트 18기 주주총회. 이번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예상치 못한 질문으로 넥슨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는 ‘반사 이익’을 거뒀다.

이날 주주총회에 참석한 소액주주들이 엔씨소프트 경영행보에 대한 우려를 강력히 제기했다. 넥슨 입장에서는 소액주주들이 자신들의 우려를 전달해준 격이 됐다. 덕분에 넥슨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넥슨 경영진은 이번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사 전달 여부와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최대주주로서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해야 하지만 잠잠해진 분쟁이 다시 커질 우려 때문이었다.

이번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는 총 의결권 보유 주식 1997만주중 넥슨과 국민연금을 포함해 1165만주(58%)가 참여했다. 일부 소액주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주가 김택진 사내 이사 재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에 찬성했다. 소액주주들의 반란을 빼면 무난한 주주총회였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제공
소액주주 반란..넥슨 ‘손 안대고 코풀었다’

무난히 통과될 것 같은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는 소액주주들이었다. 이들은 두번째 부의안건인 김택진 대표이사의 재선임에 대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엔씨소프트의 주식을 100억원 정도 보유중이라고 밝힌 주주 백지윤 씨는 윤송이 부사장의 사장 임명에 대해 강력히 반대했다. 윤 부사장이 그간 보여준 경영 실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넷마블게임즈와의 협업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백 씨는 “넷마블 지분 인수를 지나치게 비싸게 주고 샀다”며 “자사주 스왑으로 주주가치가 손상됐다”고 반발했다.

소액주주중 한명인 최선효 씨는 엔트리소프트의 온라인 게임 부문의 매각이 지나치게 싼 가격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넥슨과의 협업을 중단하고 넷마블과의 협력으로 돌아선 것도 김택진 사장의 독단적 판단에 따른 무리수라고 비난했다. 같이 참석했던 소액주주들이 박수로 화답하면서 주총 분위기는 술렁였다.

김택진 대표이사는 윤송이 부사장이 NC West의 실적 추이를 프리젠테이션하며 윤송이 부사장을 변호했다. 넷마블게임즈와의 협업도 합리적 판단에 따른 “멋진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어수선한 분위기는 진정되지 않았다. 이 때 넥슨 측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김정욱 넥슨 전무는 “최근 엔씨소프트 결정에 우려의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넷마블과의 협업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엔씨소프트의 재산인 IP(지적재산권) 독점권까지 줬는데 이같은 결정을 하는 데 있어 구체적이고 투명한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김택진 대표 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서 넥슨은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전무는 “넥슨은 김택진 대표 이사의 연임을 찬성한다”며 “올한해 좋은 성과를 거두기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측도 김택진 대표이사의 재선임을 거들었다. 일부 주요 주주가 넷마블과의 협업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분위기는 가라 앉았다.

주총이 끝난후 한경택 넥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어느 수준에서 말할지 고민했다”며 “이미 많은 소액주주분들이 우리가 하고싶은 말을 해주셨고 다른 주주도 공감하고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넥슨의 행보는?..‘이일대로(以逸待勞)’

넥슨 입장에서는 소액 주주들이 자신들의 뜻을 대신 엔씨소프트에 전달한 격이 됐다. 넥슨은 엔씨소프트와의 확전 우려를 줄일 수 있게 됐다.

앞으로는 엔씨소프트의 반응을 지켜보며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승리할 때를 기다린다’는 ‘이일대로’의 계책을 말 그대로 쓰는 셈이다. 이일대로는 중국 병법서 36계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전세가 우세할 때 쓰는 계책이다.

한경택 CFO는 주총이 끝난후 넷마블과의 협업에 관계된 근거가 될만한 자료 요청을 엔씨 측에 해놓았으니 이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경영진들 간에 여러 채널이 있고 다양한 장소에서 그런 부분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와는 분쟁보다는 대화와 합의로 이끌어나가겠다는 뜻이다.

엔씨소프트의 실적 추이도 앞으로의 분쟁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뒀다. 게임 업계에서는 리니지1의 매출 증가에 따른 착시효과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리니지1의 매출은 지난해 2분기 400억원 규모였지만 4분기 900억원대까지 올랐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순수 가입자 증가보다는 기존 가입자에 대한 추가 과금으로 매출이 올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넷마블과의 협업이 시너지 여부도 넥슨의 경영권 개입 명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넥슨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은 엔씨소프트가 넷마블의 지분 가치를 과대 평가했다고 우려했다. 일부 주주는 ‘넥슨을 놓아두고 굳이 넷마블과의 지분교환을 통해 협업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까지 개진했다.

따라서 넥슨이 엔씨소프트와 전면전을 벌이는 것보다 실적 추이와 넷마블과의 협업 성과를 기다리며 개입을 저울질 할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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