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여의도에 등장한 일본 자동차

  • 등록 2007-05-14 오후 5:25:38

    수정 2007-05-14 오후 10:30:28

[이데일리 박옥희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언급한 `샌드위치 위기론`은 한국 경제에 던져진 큰 화두입니다. 논란도 많았지만 최근 일본의 약진과 중국의 부상은 위기론이 단순한 호들갑이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도요타는 미국 GM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업체로 등극했고, 자동차외에도 조선과 전자 등 다양한 업종에서 한국의 위상은 위협받고 있는데요. 국제 뉴스로 이같은 소식을 전해온 박옥희 기자가 일상에서 느낀 점을 얘기해 보겠답니다.

여의도 증권가의 점심시간. 즐거운 식사를 위해서는 거쳐야 할 통과의례가 있는데, 다름아닌 전단지 홍수입니다. 대개 두 부류인데, 평상복 차림의 아르바이트 아주머니들은 식당 혹은 헬스클럽 광고물을, 말쑥한 복장의 젊은이들은 은행 대출 전단지를 무차별적으로 살포합니다. 친절한 직장인이라면 식당을 오가면서 대개 5~6 종류의 전단지를 손에 쥐게 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전단지 세례를 받으며 식사를 하고 왔는데요. 거래소 뒤편 사거리에서 다소 두껍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인쇄물을 나눠주는 사람이 있더군요.
 
뭘까 하면서 받아보려는 순간, 이 사람이 제 차림을 보더니 주던 손길을 멈칫하는 걸 느꼈습니다. 전단지를 받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을까요. 평소에는 어떻게든 피해가려고 했던 전단지였지만 `뭐길래 이러는 거야`라는 생각에 뺏듯이 받아왔습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광고 책자였는데, 일본 혼다자동차 시빅 하이브리드 발매를 알리는 20장 정도 분량으로 된 인쇄물이더군요. `기술의 혼다를 경험하시라`는 대표의 인사와 함께 자동차의 특징과 가격, 해외 자동차 문화와 드라이브 코스까지 친절하게 설명이 돼 있었습니다. 멈칫했던 손길의 이유가 설명이 되면서, 돈만 있으면 한대 사서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려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잘 나가는 해외자동차 메이커가 여의도 증권가까지 진출한 배경이 궁금했습니다. 주가가 사상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으니 증권가 사람들도 외제차의 잠재적 고객 리스트에 올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최근 FTA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미국산 일본차의 한국 공략 얘기도 떠올랐습니다. FTA가 타결되면 미국내에서 생산되는 일본 메이커의 한국 내수시장 침투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었죠. 메릴린치는 최근 한국 시장에서 도요타 렉서스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하면서 관세를 면제받은 미국산 일본차들의 역공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동안 승승장구했던 일본 도요타는 마침내 세계 1위 자동차 업체로 등극했고, 일본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은 1993년 이후 13년만에 처음으로 미국을 제쳤습니다. 중국이 독일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3위에 오른 것도 뉴스였죠. 우리나라는 2005년에 이어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의 자리를 지킨 것으로 겨우 체면치레를 했습니다.

일본의 유명 자동차업체가 한국에서 길거리 판촉까지 하며 고객 유치에 나선 것은 일본이 그만큼 자신감에 차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차를 팔아먹을 분위기가 된다는 거죠.
 
국내의 수입차 판매량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4월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30.2% 늘어난 4145대로 집계됐고, 지난 3월에는 수입차 판매실적이 4561대를 기록해 지난 1987년 수입차 개방 이후 월별 판매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잘나가는 도요타의 `렉서스`는 2005년과 2006년 2년 연속 수입차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위상을 과시했습니다. 도요타의 경쟁업체 혼다가 여의도 증권가에 나선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겁니다.
 
반면 국민들의 투철한 애국심에도 불구하고 국내 완성차들의 실적은 어두워져 가는 분위깁니다. 잇따르는 파업과 비자금 파문 등으로 국내 자동차 메이커에 대한 신뢰도 추락해왔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조만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중국 시장에서 지난 2005년 6월 판매순위 2위까지 올랐지만 중국 토종과 일본 기업들한테 밀리면서 올해 3월에는 7위까지 떨어졌습니다.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최대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FTA도 장밋빛 미래만을 예고해 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일본차의 역습은 물론이고, 미국 의회에서는 자동차 부문도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동차만이 아니라는 데 있죠. 한국이 지난 2000년 일본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선 조선업계도 바짝 긴장해야 할 상황입니다. 중국 조선업체들의 선박 수주량은 올들어 3개월째 한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에는 일본도 뛰어들었습니다. 일본 조선업체들은 그동안 생산 효율성을 개선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함으로써 가격 경쟁력 향상에 노력해 왔습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비용부문 경쟁력이 한국과 어깨를 견줄 수준이 됐고, 엔저효과까지 가세하면서 일본 업체들은 30년만에 처음으로 설비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과 붙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겁니다.
 
주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여의도 증권가는 요즘 활기가 넘칩니다. 청와대도 주가 상승에 많이 고무돼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증시는 우리만 잘 나가는 게 아닙니다. 중국은 과열이 우려될 정도고, 외신에서는 주요 증시의 신고점 경신 얘기가 연일 넘쳐납니다. 지난주까지 통계로는 세계 주요국 증시중 30개국 증시가 올들어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고 5월 들어서만 21개국 증시가 신고점을 새로 썼답니다.

자본시장의 활약상에 도취돼 코앞에 닥친 산업부문의 위기상황을 도외시한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는 큰 축은 여전히 굴뚝과 수출이고, `샌드위치 위기론`은 먼 훗날 얘기가 아니라 여의도에서 밥먹으러 갈 때마다 마주치는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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