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집좋다며 때리고 기절시켰다… 극단선택 내몬 학폭 악마들

  • 등록 2022-06-24 오후 2:36:39

    수정 2022-06-24 오후 2:36:39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학교에서 맞고 다니는 게 너무 서러웠다”

지난해 6월 29일 광주 광산구 어등산에서 고교생 A군은 이 같은 메시지가 담긴 편지를 남긴 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기사와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키 180㎝에 몸무게 90㎏이 넘는 A군은 건장한 체격과 달리 유순한 성격으로 반에서 유명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보다 작은 급우들이 장난을 쳐도 받아줬던 아이였다.

A군이 “맷집이 좋다”며 장난스럽게 어깨를 주먹을 치던 아이들은 어느새 A군이 샌드백인 양 심하게 때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때려도 안 아프다고 하더라. 맞고도 웃었다”라며 A군을 폭행했다.

또 A군에게 춤을 춰보라고 시켰다가 빗물이 튀자 뺨을 때리고 4층에서 1층까지 목마를 태우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다른 이는 주짓수나 격투기에서 사용하는 기술로 A군의 목을 졸랐다.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던 이는 A군이 정신을 잃다 “기절한 척 하지마”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보다 못한 한 동급생이 “그렇게 때려서 얻는 게 뭐냐”라고 묻자 가해 학생들은 “장난이다. 걔도 같이하던 놀이였다.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해도 되는 행동”이라며 합리화했다.

그렇게 A군은 2020년 5월부터 지난해 6월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까지 수십 차례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A군은 ‘괴롭히기 좋은 녀석’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른 반, 심지어는 다른 학교 학생들까지 그를 폭행하기도 했다.

가해 학생들은 A군이 정신을 잃은 동영상을 SNS 단체방에 올려 조롱했고, A군의 여동생과 여자친구를 성희롱하기도 했다.

이에 유가족은 A군의 편지 등을 근거로 경찰에 학교폭력 신고를 했고,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24일 광주지법 형사11부(박현수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 혐의로 기소된 10명 중 5명에게 소년법에서 정한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특히 A군을 가장 심하게 괴롭힌 B(18)군은 장기 3년에 단기 2년을 선고받았고, C(18)군·D(18)군은 징역 장기 2년·단기 1년을, E(18)군·F(18)군은 장기 1년·단기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와 함께 나머지 5명 중 1명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80시간, 2명은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가담 정도가 약한 2명은 가정·학교 위탁 교육 등 처분을 하게 되는 가정법원 소년부로 사건이 송치됐다.

재판장이 판결을 낭독하는 동안 방청석에서는 탄식과 울먹임이 이어졌다. 이날 재판장은 A군이 유서를 쓴 뒤 손을 흔들고 집을 나선 날을 언급하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착하고 온순해서 작은 친구들의 장난을 다 받아줬고 아무도 학교에서 어떤 괴로움을 겪는지 알지 못했다”라며 “결국 반복되는 폭력에 시달리다가 힘겨운 삶을 떠났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 주면 1주기가 되지만 부모님은 ‘차라리 내 아들이 가해자로 저 자리에서 재판받고 있으면 좋겠다’라면서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피해자를 괴롭고 무너지게 만들었는지 알지 못하는 듯 여전히 법정에서 ‘놀이였다. 남학생끼리 그럴 수 있다’며 책임을 줄이려 하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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