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렌탈깡’으로 26억 꿀꺽…일당 44명 무더기 검거

21일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 수사 결과
사기 혐의…5명 구속·39명 불구속
‘내구제 대출’로 명의 빌려준 23명 입건 수사
경찰 “생활정보지 등 지속적 모니터링 예정”
  • 등록 2024-05-21 오후 12:00:00

    수정 2024-05-21 오후 12:00:00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대출을 미끼로 개인정보를 얻어낸 뒤 허위로 렌탈 계약서를 작성해 약 26억원을 챙긴 일당 44명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렌탈깡’으로 가전제품을 판 뒤 남은 소모품(사진=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사기 혐의로 대구 지역 총책 A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천안·인천 지역 총책 B씨 등 3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렌탈 제품 판매 대금의 일부(건당 30만~50만원)를 배분받은 법인 명의 대여자 23명은 동일한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들은 2017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총 920회 걸쳐 26억 상당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생활정보지, 사회 연결망 서비스(SNS) 등 미끼광고를 이용해 급전이 필요한 ‘내구제 대출’ 희망자를 모집해 100여 개의 유령법인을 개설했다. 허위 렌탈 계약서를 작성한 후 국내 유명 렌탈 업체로부터 고가의 가전제품을 임대받아 시세보다 저렴하게 처분하는 속칭 ‘렌탈깡’ 수법을 이용했다. 내구제 대출이란 ‘나 스스로를 구제한다’는 의미로, 급전이 필요하지만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휴대전화·가전제품 구매를 위한 명의를 넘기고 물건값 일부를 대가로 받는 행위다.

대구 지역 총책 A씨 등은 범행 이전 유명 렌탈 업체의 위탁 판매인이나 설치 기사로 위장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2~3개월 동안 일하며 법인 명의 렌탈 제품은 회수·채권 추심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고, 총책·모집책·명의 대여자로 나눠 차례대로 범행을 공모한 후 내구제 대출희망자 명의로 대표·이사·감사 등 직함을 번갈아서 임원 등기해 100여 개 유령법인을 설립했다. 대량으로 고가 렌탈 제품을 허위 주문한 다음 설치된 제품을 해체한 뒤 랩으로 재포장해 미리 임대한 창고 등으로 옮긴 뒤 중고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정상가의 50%를 받고 되판 것으로 파악됐다.

1개 법인으로 다수 렌탈 제품 계약을 체결한 후 물품을 재판매해 수익을 올리면 곧바로 범행에 이용한 법인은 해산 조치하고 다른 법인을 이용해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불법적인 유통경로가 발각될 수 있다는 점을 감추기 위해 제품에 부착된 일련번호 바코드 스티커를 미리 제거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제품을 사들인 소비자의 의심을 피하고자 유명 렌탈 전문업체의 설치 기사 유니폼을 입고 제품을 직접 배달하는 등 정상 유통되는 제품으로 위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신제품을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파는 제품은 내구제 대출과 관련 있을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제품을 구매해 계약 잔금 떠안기, 제품 강제 반납 등의 피해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서 저신용자와 청년 실업자 등을 이용한 각종 민생 침해 금융 범죄를 근절하고, 생활정보지·인터넷 등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관련 사건에 대한 첩보 수집과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구제 대출 사례(이미지=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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