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말하던 금감원장‥왜 이해찬 축하연 갔나

'정치 거리두기' 소신과 달리..이해찬 축하연 참석 뒷말
이동걸 산은 회장은 "가자!20년" 외치며 논란
금감원장도 "여권에 눈도장 찍나" 비판 나와
  • 등록 2020-09-25 오전 11:01:00

    수정 2020-09-27 오후 10:44:32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22일 열렸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전기 만화책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서 참석한 일을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축하연에는 코로나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탓에 45명만 초대됐다. 한명 한명이 모두 쟁쟁한 인물들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박병석 국회의장, 최문순 강원도지사를 포함한 대표급 정치인과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박재현 수자원공사 사장을 포함한 친여 인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이날 축하연에 참석해 이 전대표를 향한 찬사를 쏟아내자, 이 전 대표가 비록 정치 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여권의 대부’로서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런 자리에 금융감독당국의 수장인 윤석헌 금감원장과 구조조정을 전담하는 국책은행인 산은을 이끄는 이 회장이 참석한 것이다.

“정치와 거리둬야 한다”던 윤석헌은 대체 왜?

이해찬(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당대표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서 윤석현(왼쪽) 금융감독원장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사진=뉴스1 제공)
사실 이동걸 회장은 여권과 친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금융감독위 부위원장, 금융연구원장을 거친데다, 문재인 캠프에 몸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축하연 자리에서 건배사로 “가자! 20년”을 외쳤다. 민주당이 20년 집권해야한다는 것을 건배사에 담은 것이다.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한 국책은행이자 아시아나항공과 쌍용차를 비롯해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산업은행의 회장이 특정 정당의 장기집권을 기원한 것이다. 그는 얼마 전 26년 만에 산은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이 회장은 “사려 깊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금융권이 더욱 고개를 갸우뚱하는 부분은 윤석헌 원장의 참석이다. 윤 원장은 소장학자 시절부터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정치와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게 소신이다. 그가 이동걸 회장 등과 함께 쓴 ‘비정상 경제회담’에는 우리 경제가 정상화하려면 “금융이 정치의 손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얼마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금감원을 감찰한 것 역시 정치금융의 폐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 그가 이해찬 전 대표에게 꽃다발을 안기며 여러 차례 깍듯이 인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여당의 대표를 역임한 원로 정치인의 초청을 받아 예우 차원에서 참석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대표 측에서 불러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는 뉘앙스다.

“참석 의사를 밝힌 사람들 위주로 명단 짰다”

하지만 행사 주최 측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정치를 하면서 직·간접으로 관계를 맺은 정·관계와 은행권 최고경영자(CEO) 등에게도 초청장을 보냈다”면서 “코로나 탓에 참석인원이 50명을 넘길 수 없어 먼저 참석 의사를 밝힌 분들을 위주로 참석자를 추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제로 부른 것도 아니고 당일 불참한 인사도 있었다”고 했다. 윤 원장은 자발적으로 참석 의사를 밝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굴지의 금융지주 회장 등도 초청을 받았으나 일정이 맞지 않는 이유 등으로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 자체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피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참석이 가진 의미를 모르고 갔겠느냐”라고 되물었다. 실제 금감원은 은행권의 DLF 징계 불복과 키코 배상 불발 이후 체면을 구기면서, 분쟁조정에 대해 편면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법안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권이 금감원의 결정을 따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라임 사태에 직원이 연루되면서 책임론에 휩싸였다. 모두 여권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해찬 전 대표의 축하연에 참석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금융권에는 파다하다. 여권에 잘보이기 위한 눈도장이라는 것이다.

다른 금융권의 관계자는 “금감원장이나 산은 회장이 정치와 엮이는 순간 부작용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이동걸 산은 회장 등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동걸(왼쪽) 산업은행 회장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당대표 전기 ‘나의 인생 국민에게’ 발간 축하연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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