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美경제)⑥"금반지 내다파는 중산층"

꽁꽁언 소비..`줄이고 낮추고`
전방위적 감원 `한파`..설상가상
  • 등록 2008-03-28 오후 3:35:37

    수정 2008-03-28 오후 3:35:37

[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미국의 동부지역인 뉴저지주 놀우드에 사는 게리 허쉬씨.

중산층에 속하는 그는 올해초 고심 끝에 혼다 소형차 `피트`를 부인에게 선물했다. 그녀의 생일도 됐고 해서 10년 이상된 렉서스를 귀엽고 하얀 새차로 갈아줬다.

"몇년전 막내의 첫차로 기아 `리오` 중고차를 사준 적은 있어요. 고등학생에게 굳이 큰 차를 사줄 필요는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그 때와는 달랐어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휘발유 가격 때문에 유지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거든요"

허쉬씨는 지난해 연말만 해도 부인에게 소형차를 선물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미국의 전형적인 중산층 동네인 이 곳에선 어른들이 소형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주택경기침체 ▲고유가 ▲신용위기 ▲고용악화라는 4중고를 겪으면서 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중산층이 지갑을 닫고 있다.

당장 필요없는 소비는 가급적 줄이고 어쩔 수 없는 소비도 등급을 한두 단계 낮추는 경향이 곳곳에서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70%를 지탱하고 있는 소비가 어둠속으로 쉴새없이 빨려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의 왕국`이 휘청대다 못해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평범한 미국인들에겐 `경기후퇴(recession)` 논쟁은 신문에나 나오는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다. 그들의 체감경기는 이미 그 선을 넘어선지 꽤 오래됐기 때문이다. 향후 6개월 뒤 체감경기를 의미하는 컨퍼런스보드의 3월 기대지수가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과 오일 쇼크가 동시에 터져나온 지난 1973년 이후 35년래 최저치로 추락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소비가 죽고있다..`줄이고 또 낮추고`

뉴욕 플러싱에서 보석상인 `Im Jewerly`를 운영하는 교포 리키 임씨는 요즘 당황스럽다. 달러 약세로 금값이 치솟자 금반지 등을 팔겠다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고작해야 하루 100~200달러 정도 였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2만달러를 넘어설 때도 있어요. 특히 이자가 쌀 때 무리해 가며 부동산을 매입한 사람들이 심각한 곤경에 처해있어요"

임씨 고객의 상당수가 교포인 점을 감안할 때 교포사회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 미국의 경기침체로 대형 할인점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코스트코 매장.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씨가 운영하는 보석상의 결혼반지 매출이 지난해보다 30~40% 정도 뚝 떨어졌다. 그렇다고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고객들이 허리띠를 바싹 졸라매면서 한두단계 낮은 가격의 결혼반지를 구입하고 있다는 게 임씨의 설명이다.

이같은 현상은 임씨 가게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 경제의 4중고가 기승을 부리자 `대형차 왕국` 미국에서 조차 소형차가 인기를 끌고 있다.

허쉬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소형차가 히스패닉 등 저소득층이나 고등학생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몇년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10년래 최악의 상황을 맞은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올들어 두달동안 판매가 늘어난 차종은 소형차가 유일하다. 소형차 시장점유율은 지난해의 14%에서 16%로 늘어났다. 반면 `기름 먹는 하마`인 대형차와 픽업트럭의 판매는 각각 17%와 12%씩 급감했다.

웬만한 고유가나 경기둔화에도 굼쩍도 하지 않던 미국 소비자들이 두손을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올들어 미국의 휘발유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 이상 감소하는 이례적인 현상까지 발생했다. 지난 2000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멕시코만의 정유시설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을 때를 제외하고 미국에서 휘발유 수요가 줄어든 것은 16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대형 소매업체중에선 월마트, 타겟, 코스트코 등 생필품을 저렴하게 파는 할인점만 그럭저럭 괜찮은 매상을 올리고 있다. 반면 백화점과 의류 유통업체들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몰아치는 감원 한파..`내일이 없다`

맨해튼에 거주하는 마크 슐레이스너씨는 몇달전 소프트웨어 전문가의 꿈을 펼치던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당했다. 그동안 십여개 회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일용직(파트 타임) 신세를 벗어날 수 없었다.

"경제 상황이 너무 않좋아요. 괜찮은 자리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면 `우리는 벌써 200개의 이력서를 받아두고 있어요`라는 말이 돌아오기 일쑤였어요"

▲ 세계 금융의 중심 월가. 신용위기로 감원 한파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미국이 감원 한파에 휩싸이면서 실직자들의 신음소리가 커져만 가고 있다.
 
비농업부문 고용은 올들어 두달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고용시장이 동력을 상실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감원 행렬이 `디트로이트`의 고장난 자동차업체에서만 주로 발생하던 시기는 벌써 지나갔다. 이젠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와 월스트리트(금융권)의 구분이 없어졌다. 오히려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위기로 된서리를 맞은 월스트리트의 고통이 더 심각해졌다.

지난해 여름 신용위기 발생 이후 월스트리트의 실직자수는 3만4000명에 달하고 있다. 심지어 앞으로 몇년동안 미국 금융권에서 10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같은 월가의 고용 위축은 2001년 닷컴 거품이 붕괴된 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월스트리트가 위치한 뉴욕의 경제가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그래도 희망을 건다`..미국은 미국이다

하지만 미국사회가 비관적인 목소리로 온통 가득찬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잠재력 및 회복력에 대한 믿음 역시 강하다.

허쉬씨는 "미국 사람들은 정직하고 성실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혼란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소형차를 구입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고 희망했다.

포트 핏 캐피탈그룹의 에릭 그린은 "신용위기가 월가 역사에 오점으로 남게 됐지만 결국은 고통속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CLA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제임스 베반은 "(경제 회복에 올인하고 있는) 미국 정부와 연준의 노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낙관적인 기대를 잃지 않았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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