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쯤이야"…이란, 위장기업 세워 英은행 이용해 회피

美제재 후 페이퍼컴퍼니 설립해 영국 기업으로 위장
로이드·산탄데르에 계좌 개설후 中·튀르키예 등과 거래
중국 위장기업서 자금조달…친이란 무장단체 등 지원
英의원들 "동맹과 공조 실패 충격…더 많은 조치해야"
  • 등록 2024-02-05 오전 10:57:31

    수정 2024-02-05 오후 7:19:05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란이 영국 최대 은행인 로이드 및 산탄데르를 이용해 미국의 제재를 회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AFP)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의 국영 석유기업인 ‘석유화학상업회사’(PCC)의 영국 자회사인 PCC UK는 영국 기업인 것처럼 위장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로이드은행과 산탄데르 영국법인(산탄데르UK)에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확인됐다. FT는 “PCC UK는 제재가 발효된 이후 페이퍼컴퍼니를 여러 곳 설립해 신탁 계약과 차명 이사 등을 이용, 실소유주를 숨기고 영국 기업인 것처럼 운영해 왔다”며 “이를 통해 제재를 피해 전 세계로 은밀하게 자금을 옮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PCC는 이란 정보안보부(MOIS)가 주도한 제재 회피 작전의 핵심 네트워크 중 한 곳이다. 미국은 PCC가 러시아 정보기관과 협력해 친(親)이란 무장단체에 자금을 전달하거나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특수 정예군인 쿠드스군을 위해 수억달러를 모금했다고 비판했다. PCC UK는 2018년 11월부터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PCC UK의 페이퍼컴퍼니들 중 한 곳인 ‘피스코UK’는 영국 써리 지역의 단독 주택에 주소가 등록돼 있었으며, 산탄데르UK 비즈니스용 계좌를 사용했다. 소유주도 압돌라-시아우아시 파히미라는 아랍계 영국 국민이었다. 하지만 파히마는 PCC의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2021년 4월부터 2022년 2월까지 PCC UK의 이사를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피스코UK는 산탄데르UK 계좌를 통해 중국에 있는 이란의 또 다른 위장 기업인 ‘블랙 튤립’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았다.

또다른 페이퍼컴퍼니인 ‘아리아 어소시에이츠’도 로이드은행 계좌를 통해 중국 등과 자금거래를 해왔다. 이 회사는 공식적으로는 모하메드 알리 리얄이라는 사람이 소유하고 있었는데, 확인 결과 그는 PCC UK의 부대표인 것으로 드러났다. 리얄은 정기적으로 PCC 직원과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2021년 7월엔 PCC의 회계 담당자가 그에게 “중국에서 자금을 받기 위한 안전한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이메일을 보냈고, 리얄은 답장 메일에서 로이드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PCC 또는 PCC(UK)라는 표기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PCC UK는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발효 이후 튀르키예 기업인 ‘ASB’와 장비 조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ASB는 지난해 IRGC 고위 관료들과 협력해 미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보수당 의장인 앨리샤 키어른스는 “이번 조사는 영국 내 IRGC 관련 기업들을 폐쇄해야 할 필요성과 우려와 관련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고 말했다. 민간사업 및 무역위원회의 노동당 위원장인 리암 번 의원도 “적대적 정권에 대한 자금 조달을 차단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보조를 맞춰 행동하지 못했다. 미국의 제재를 받은 기업이 런던에서 자유롭게 거래하고 있다고 믿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며 “충격적인 실패”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번 소식은 영국군이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미국의 공습에 합류한 이후 전해졌다. 그동안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유럽 은행들이 막대한 벌금을 부과받은 만큼, 로이드은행과 산탄데르UK에 어떤 조치가 내려질지 주목된다. 2019년 스탠다드차타드가 10억달러, 유니크레디트가 13억달러 이상의 벌금을 물었다. 산탄데르UK와 로이드은행은 “개별 고객과의 구체적인 관계는 밝힐 수 없지만, 제재를 준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산탄데르UK는 피스코UK 계좌를 폐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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