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현정은 회장체제서 그룹 방향은?

  • 등록 2003-10-21 오후 2:27:13

    수정 2003-10-21 오후 2:27:13

[edaily 문주용 이진철기자] 고(故) 정몽헌 회장의 미망인인 현정은씨가 현대그룹 경영권을 승계했다. 가부장적인 가족문화의 대표적인 가계로 꼽히는 정씨 일가에 여자가 경영전면에 나서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에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 그렇지만 정몽헌 회장의 타계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현 씨를 전면으로 밀어올려놓았다. 최근 현대가에는 정치, 경제 전면에 나선 여성은 딱 두명.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남편의 선풍으로 영부인의 꿈을 꿨던 정몽준 의원의 부인 김영명씨는 대선 종료와 함께 세인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경영에 나선 현 회장도 화려한 조명을 받겠지만 그 역시 결코 순탄대로에서 출발하지는 못하는 형편이다. ◇현정은 회장은 누구?
이날 현대엘리베이(017800)터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된 현 회장은 55년생이다. 그의 부친은 현대상선 고문을 거쳐 지난 2000년 3월부터 현대상선 회장을 맡고 있는 현영원씨다. 현영원 회장은 신한해운 회장을 지냈으나 현대그룹과 사돈관계를 맺은 후 신한해운은 현대상선에 흡수됐다. 현 여사의 모친인 김문희씨는 김용주 전남방직 창업자의 외동딸로, 김창성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친동생이다. 김문희씨는 한국 걸스카우트 총재, 용문학원 이사장 등으로 활동했던 한국여성계의 대표적인 인물이며,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18.57%)이기도 하다. 현 회장은 이화여대 사회학과 출신으로 그동안 걸스카우트연맹 이사, 적십자사 자문위원, 금호미술관 행사 관련 등 사회활동을 활발해 해왔으나 경영 경험은 전무한 상태다. ◇그룹 어떻게 이끌까 현 회장은 일단 현재 고등학교 2학년인 정몽헌 회장의 상속자인 영선씨를 대리하는 과도기적 경영인, 경영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에 전문경영인들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상식적인 예상의 틀속에서 `자신도 발견하지 못했던 `경영수완`의 자질을 펼쳐야 한다. 그룹 경영과 관련, 그는 계열사 경영구도 등 전체 큰 그림을 그리는 부분에서는 정씨 일가를 비롯한 친족간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현대 관계자도 "회장 선임이 친족들과 협의를 거쳐 나왔으며, 앞으로도 그룹의 경영과 관련된 주요 사안이 있을 경우 친족들이 자문이나 조언 등의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혀 경영안정에 범 현대가의 협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경영 경험이 일천한 현 회장이 최고 포스트에 오르더라도 그 자체로 현대그룹의 경영권 혼란은 상상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현대 특유의 기업 문화를 감안하면, 현 회장은 `현대 사람들에게 익숙지 않은` 여성 경영인이 아니라, 정몽헌 회장의 `분신` 그자체다. 또 향후 아들인 영선씨가 장성해 경영권을 승계할 때까지의 확실한 `대리인이자 후견인`으로 인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지난 8월과 같은 적대적 M&A등 신속한 경영판단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이 체제가 효과적일지는 의문이다. 현대그룹 특유의 기업문화인 `예상을 뛰어넘는 통큰 결정`, `신속하고 과감한 추진력`등은 약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 회장이 친족회의를 통하거나 전문경영인과의 상의를 통해 최종 결심을 해야 하는 매카니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당장 현안중 하나는 대북사업의 지속 여부다. 현 여사는 회장 취임과 관련,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현대그룹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주요 경영사안에 대해서는 경영 경험이 많으신 집안 어른들의 조언을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여사는 또 "현대상선(011200), 현대택배등 각 계열사들은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인 책임경영체제로 운영할 것"이라며 "주주의 이익을 위해 수익성을 제고하고 투명경영을 실천, 시장에서 존경받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사업은 정몽헌 회장의 유지이지만 집안어른들은 고개를 돌리고 있는 사업이다. 현 회장이 힘을 쏟는다 하더라도 정주영, 정몽헌 회장이라는 카리스마의 분신들이 한 것과 동일한 추진력으로 밀고 나가기가 벅찰수 밖에 없으며 더욱이 외부 여건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범 현대가의 어떤 기업도 대북사업을 이어받겠다고 나서지 않고있으며 심지어 그룹내 현대아산외에 다른 계열사도 대북사업에 다시 발을 들여놓는 것을 기피하고 있어 현 회장의 고민이 클 수 밖에 없다. 현재 마무리작업중인 현대투신 매각작업이후 그룹의 대응도 현 회장이 당장 준비해야할 숙제다. 현대투신증권, 현대투신운용 등에 대해서는 부실책임을 지고 현대가 손을 떼기로 했지만 남아 있는 현대증권에 대해서는 현대측은 `포기의사`가 없다. 금융부실에 대해 현투 정도로 책임진 것으로 다했다는 생각으로 현대증권은 계속 계열사로 두겠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이 문제와 관련, 정부와 협상하기 위해서라도 현대측은 현 회장을 구심점으로 삼아 한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오늘 11월 15일 정몽헌 회장의 100일 탈상때까지는 현 회장도 적극적인 행보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구조본해체 등과 구조개편 등을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으로서 조심스런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아직 등기이사가 아닌 만큼 내년 3월 주총에서 등기이사가 되어 주주들 앞에서 권한에 걸맞게 책임을 다하는 위치에 섬으로써, 상징적 존재가 아닌 실제적 존재로서 회장의 롤을 찾아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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