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권반환 10년..비상하는 ''글로벌 진주''

막강한 금융경쟁력 바탕 ''中 경제 젖줄''로
  • 등록 2007-06-18 오후 8:58:12

    수정 2007-06-18 오후 8:58:12

[서울경제 제공] 지난 97년 7월1일 영국은 ‘동양의 진주’라며 애지중지하던 홍콩을 중국에 넘겼다. 홍콩은 반환 이후 10년 동안 사회주의 중국을 글로벌 시장으로 끌어내고 국제 자금을 빨아당겨 중국의 고도성장에 기여하는 ‘세계의 진주’로 거듭나고 있다.

“홍콩 증시가 런던 증시를 추월할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그 힘은 중국에서 나올 것입니다.”

홍콩 증권거래소 입구에서 기자를 반갑게 맞이한 앤서니 에스피냐 홍콩증권업협회 회장은 홍콩 주권반환 10년을 맞은 소회를 묻자 홍콩 경제의 앞날을 이처럼 장밋빛으로 그려냈다.

홍콩 경제는 그의 말처럼 중국 반환 10년 만에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식민 종주국인 영국을 추월했고 반환 당시 전세계 8위에 머물렀던 홍콩 증시의 시가총액은 6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막강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갖춘 홍콩은 연간 10% 이상 고도성장하는 중국 경제의 젖줄이 된 것이다.

하지만 홍콩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중국 경제에 대해 과도하게 높은 의존도가 문제다. 여기에다 적은 인구, 환경문제 등이 홍콩의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현처럼 귀속 10년을 맞은 홍콩 경제는 ‘먹구름 속의 햇살’인 것이다.

◇네트워크와 자유는 ‘금융 허브’의 힘=700만 인구에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홍콩을 세계적인 ‘금융 허브’로 도약시킨 힘의 원천은 거미줄처럼 연결된 네트워크(정보력)와 경제적 자유다. 홍콩은 이를 바탕으로 전세계 글로벌 기업과 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홍콩 경제의 힘은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밀집한 ‘센트럴’ 지역에서 확인된다. 센트럴 지역에는 홍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88층짜리 제2국제금융센터(IFC2)와 77층짜리 센트럴플라자, 그리고 익스체인지 스퀘어, 중국은행 빌딩 등의 고층 건물이 바늘처럼 촘촘히 서 있다.

이 건물들은 구름다리로 연결돼 아무리 교통이 혼잡한 날이라도 걸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김종선 대우증권 홍콩법인장은 “센트럴 지역은 도보로 비즈니스가 가능해 하루 10건의 상담을 할 수 있고 홍콩에서는 이르면 하루, 늦어도 이틀이면 회사를 설립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가 자유롭다”고 말했다.

홍콩의 경제자유도는 세금제도에서 잘 나타난다. 홍콩의 법인세는 17.5%로 한국의 29%와 비교해 훨씬 적고 16%의 개인소득세를 제외하고는 이자소득세나 자산매각 소득세 등이 전혀 없다. 센트럴은 경제자유와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 200여개 금융기관이 하루 평균 2,600억홍콩달러(약 31조2,000억원)의 자본거래를 일으킬 정도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헤리티지재단은 이 같은 홍콩의 장점을 높이 평가해 홍콩을 13년째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경제권으로 선정했다.

◇중국은 기회이자 위협=홍콩 특구 정부종합청사 웨스트윙 921호 회의실에서 만난 궈궈촨(郭國全) 홍콩특별행정구정부 재정사 사장 판공실 경제고문은 “홍콩의 경쟁력은 대륙 경제가 발전하면서 홍콩도 더욱 발전한다는 점”이라며 “대륙의 발전으로 홍콩이 발전할 수 있고 세계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운명은 전적으로 중국에 달려 있다. 10년 전 홍콩의 주권을 되찾은 중국 정부는 국제금융도시로서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규제를 최소화하고 홍콩에 돈과 인재를 집중시켰다.

지난해 홍콩 증시에서 이루어진 신규 기업공개(IPO) 물량 가운데 중국 본토 기업의 비중이 92%에 달한 것만 봐도 홍콩에 대한 중국의 애정을 가늠할 만하다. 현재 홍콩 증시에 상장된 360여개의 중국 기업의 시가총액은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에 가까운 8,000억달러를 넘고 중국 기업 주식이 전체 거래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홍콩 경제는 중국과의 ‘행복한 동거’로 풍요로워졌다. 최근 3년 간 GDP은 평균 7.6%씩 성장, 2006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3만2,512달러로 식민 종주국인 영국의 3만1,585달러를 추월했다. 홍콩 증시도 비약적인 발전을 지속해 홍콩 반환 당시 전세계 8위에 그쳤던 홍콩 증시는 현재 6위까지 올라섰고 기업공개 규모에서는 지난해 뉴욕 증시를 따라잡고 런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또한 메릴린치와 캡제미니의 조사에 따르면 홍콩에서는 50명 중 한명이 백만장자이고 700만명의 인구 중 억만장자도 29명에 달했다.

◇정치불안ㆍ빈부격차 등 ‘암초’도=홍콩의 미래를 장밋빛 일색으로 바라보는 것은 무리다.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이에 따른 정치적 취약성, 날로 심해지는 환경문제, 빈부격차 등이 홍콩의 미래에 놓인 암초들이다. 무엇보다 홍콩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취약성이다. 중국의 입김에 홍콩이 그동안 누려왔던 번영이 하루아침에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홍콩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다.

실제로 지난 6일 중국 국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우방궈(吳邦國) 위원장은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홍콩기본법 시행 10주년 기념 포럼에서 “홍콩 정부가 행사하는 모든 권력은 중앙정부에 속하며 중앙정부가 준 것”이라고 홍콩의 정치적 자율성을 부정했다. 홍콩 사람들의 우려가 결코 기우는 아닌 것이다.

홍콩 최고의 명문대학인 홍콩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홍콩의 중국 귀속으로 홍콩 사람들의 정치적 자유는 크게 위축됐다”며 “심지어 영국 식민지 시절을 그리워하는 젊은이들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대기오염과 양극화 등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다. 크리스 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정치전문 대기자는 “홍콩은 지난해 10월 강력한 대기오염물질 방출 규제, 청정연료 차량에 대한 세제혜택 등 환경보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대기오염은 심해지고 있다”면서 “홍콩의 인구가 적고 천연자원이 없다는 점, 빈부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점 등도 심각한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뷰] 조 로 씨티은행 부행장

홍콩 금융산업 경쟁력 향후 5·10년 "추월不許"

씨티은행 홍콩본부의 조 로 부행장은 “홍콩의 금융산업은 중국을 배후로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앞으로 5~10년 간은 어떤 도시도 홍콩을 추월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투자가 본토로 직행하는 데 따른 홍콩의 역할축소론에 대해 “기능이 달라졌을 뿐 홍콩이 지닌 매력은 더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 부행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4일 낮 홍콩 센트럴지구에 위치한 씨티타워 50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앞으로 홍콩이 어떤 경쟁력을 보완해야 하는지.

▦홍콩의 금융산업 경쟁력은 막강하다. 앞으로 홍콩은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경쟁력을 보완하고 금융 인프라를 더욱 확충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홍콩이 보다 장기적으로 파이낸셜센터로서의 기능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5년, 10년 후 홍콩의 경제발전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도시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하지만 홍콩은 금융ㆍ물류 등 서비스 산업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5년 후, 10년 후 홍콩 경제는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발전해나갈 것이다.

-홍콩을 거치지 않고 중국으로 직행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중국 경제는 지난 10년 간 호조를 이어왔고 많은 글로벌 업체들이 상하이ㆍ베이징ㆍ광저우 등에 헤드쿼터를 세웠다. 그러나 홍콩의 매니지먼트 기능은 더욱 강화됐고 이 매력 때문에 더 많은 글로벌 헤드쿼터들이 홍콩에 들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은 평가다. 따라서 홍콩의 기능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홍콩 금융시장을 뉴욕ㆍ런던과 비교한다면.

▦뉴욕과 런던은 전세계 금융산업의 중심지라는 점에서 진정한 금융 허브이다. 홍콩은 국제적인 은행 시스템을 갖췄고 매니지먼트 기능이 강하지만 두 시장과 수평 비교하는 건 무리다. 무엇보다 홍콩은 인구가 적은 게 약점이다. 또한 금융기능이 중국과 아시아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점도 한계다.

-홍콩 금융인으로서 중국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대륙 반환 이후 홍콩 경제는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특히 홍콩 증시는 중국 본토기업의 대대적인 상장에 힘입어 활기를 띠고 있다. 한마디로 홍콩 경제는 자치에 의해 움직이고 있지만 중국 자본이 유입되면서 성장동력을 얻고 있다. 중국 정부가 중국 자본의 홍콩 유출을 규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홍콩 정부는 과거 영국보다 시장 개입이 더 심하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의 개입은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5년 전 홍콩은 산업도시 국가였지만 지금은 서비스 산업 중심의 경제체제로 바뀌었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과거와 같은 제조업 중심의 입장을 취하면 곤란하다. 정부가 은행 등 금융권의 요구를 듣고 일정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정부 개입이 순기능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홍콩 정부는 수수방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업계의 요구에 따라 규제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홍콩 금융산업이 압도적인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홍콩 경제의 중심이 부동산 주도에서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과거 90년에서 97년까지 외국 자본의 유입이 크게 늘어나면서 엄청난 부동산 붐이 일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앞으로 홍콩을 먹여 살릴 것은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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