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中증시, 강건너 불구경 아니다

  • 등록 2007-04-30 오후 5:21:17

    수정 2007-04-30 오후 5:21:17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증시가 꼭지라고 판단할 수 있는 몇가지 경험적 징후들이 있습니다. 증시 객장에 아이업은 아줌마가 나타났다거나 주가상승이 9시 뉴스 첫 머리를 장식한다는 것이 대표적이죠. 중국 증시가 요즘 그렇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개미처럼 모여들고, 벌떼들처럼 덤빈다는 소식들로 가득합니다. 묻지마 투자에 당국의 말발까지 안먹힌다는게 문제인데요. 중국 풍선이 언제 터질지 조마조마 하다는 게 국제부 권소현 기자의 생각입니다. 들어보시죠 

2000년, 증권가를 취재하기 시작하면서 증권사 객장이라는 곳을 처음 가봤습니다. 뉴스에서 보던 그 전광판에서는 쉴새없이 숫자가 바뀌고 있었고 그 앞에 모여있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숨과 탄성이 섞여 나오고 있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에는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아줌마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고 IPO 청약이라도 있는 날이면 각 객장마다 청약물량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로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인터넷 버블이 꺼지기 시작했던 시점인데도 아직 증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개미 투자자들로 객장은 늘 북적거렸죠.

대박의 꿈을 안고 증시에 뛰어들었던 개미투자자들의 꿈이 깡통으로 박살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중국을 보면 2000년 그때가 생각이 납니다. 지난해 상하이 종합지수는 130% 뛰었고 올해도 이미 40% 오르는 등 고공비행을 하고 있습니다. 주식을 모르고 살았던 개미들이 혹할만 하죠. 이제는 중국에서는 주식투자를 하지 않으면 바보 취급을 받는다고 합니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에만 중국인 전용인 A증시에서 400만개의 신규 주식계좌가 개설됐습니다. 작년 한해에 걸쳐 개설된 308만개를 이미 뛰어넘은 것입니다.

회사에서는 일하는 직원보다는 주식투자에 열중하는 직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답니다.  MSN이나 QQ 메신저로 직원들이 뜨는 종목을 찍어주거나 투자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흔한 풍경입니다. 중국 증시의 오전장과 오후장이 열릴 때는 사무실 전체가 트레이딩 룸으로 탈바꿈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이제 증시가 열리는 시간에 방해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 됐다고 하니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알만합니다.

은퇴한 이들은 퇴직금을 전부 주식투자에 쏟아붓고 있고 젊은 세대들은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투자자금 마련에 나섰습니다. 중국 상경계열 전공 대학생들의 20~30%가 증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증권사 객장에서 초조하게 주가가 오르내리는 것을 지켜보던 노인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의 윌리엄 페섹 컬럼니스트는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영국 헤지펀드 매니저가 상하이의 DVD 가게에 들렸더니 판매원이 "칭다오 맥주 주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 지금 사라"고 조언하는 것을 보고는 `조 케네디 사건`이라고 명명했다고 전했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셉 케네디도 구두닦이가 주식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듣고는 바로 거래소로 달려가 주식을 팔아치운 덕에 1929년 대공황을 피할 수 있었다는 일화를 빗댄 것입니다. 월가에는 구두닦이들이 주식투자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상투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중국 정부와 감독당국의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판푸춘 중국증권감독위원회(CSRC) 부주석은 지난 주말 중국 난징에서 열린 금융포럼에서 "묻지마 투자를 하거나 루머만 듣고 투자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면서 리스크에 미리 대비할 것을 부탁했습니다.

루머가 돌면 개미투자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자주 연출되자 증감위는 급기야 기업이 급등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거래를 중단하는 규정을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감독당국의 경고도, 긴축 정책도 이제는 먹히지 않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올해 1월에만 해도 증시가 과대평가됐다는 청쓰웨이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 한마디로 증시는 깊은 조정양상을 보이며 숨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임계치를 이미 넘은듯 투자자들은 어떤 경고도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불만 보고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말입니다. 주말에 중국 정부는 지준율 인상을 발표했지만 증시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30일 2%이상 급등했습니다. 지준율 인상이라는 `소형 악재`가 등장하면서 추가 금리인상이라는 `대형 악재`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게 상승의 배경이었습니다. 악재도 호재로 둔갑시킬 만큼 랠리의 동력은 막강합니다.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지는 "중국 증시가 공산당이 만든 카지노와 같다"는 한 시장관계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수급과 미래 가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정상 시장이 아니라 공인된 투전판이 됐다는 얘기죠.
 
한국에서도 랠리때마다 개미들은 군중심리에 휘둘려 우르르 몰려갔다가 꼭지에서 된통 당하고 빈털털이로 빠져나오길 수차례 반복했습니다. 랠리후 조정을 보일때마다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실현 물량을 받아주는 총알받이 역할을 한 것이죠. 이런 경험 때문인지 최근 랠리에서는 다소 차분한 모습입니다. 
 
중국 개미들도 값비싼 수업료를 치뤄야 성숙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수업료는 중국 개미들의 몫만은 아니라는 게 또 다른 문제입니다. 글로벌 증시의 시선이 이제는 뉴욕이나 도쿄보다 상하이에 머물 만큼 중국의 무게는 상당히 커진 상태입니다. 중국 증시의 버블이 급하게 꺼져 수많은 개미들이 깡통을 찬다면 이는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 핵폭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당장 우리만 해도 중국 증시가 출렁하면 한국의 펀드투자자들의 가슴이 철렁합니다.
 
바로 코앞에서 불타고 있는 중국 증시를 우리가 흐뭇해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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