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포의 '가습기살균제'사건 2년‥정부는 대체 뭐했나

  • 등록 2013-04-15 오후 3:22:32

    수정 2013-04-15 오후 3:48:47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지난 2011년 5월 어느 날, 전화기 너머로 떨리는 목소리의 한 남성으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출산 직후의 산모들이 집단적으로 호흡이 곤란할 정도의 심각한 폐질환을 앓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상황 파악에 나섰더니 담당 의사들조차 “정확한 병명을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황했다. 당시 보건당국도 “정밀 조사를 진행중이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가습기에 미생물 번식 예방을 위해 첨가하는 살균제가 폐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 말고는 이 사건은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를 의약외품으로 지정하고 문제의 살균제를 사용금지한 조치가 전부다.

당시의 피해자들은 조금씩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갔다. 그러다 최근 정부 당국의 엇갈린 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2월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살균제 성분으로 사용중인 CMIT/MIT에 노출된 실험동물에서 폐섬유화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다른 2개 성분과는 달리 수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이에 반해 환경부는 7개월 후에 이 성분을 유독물로 지정했다. 폐로 흡입하는 경우 극히 적은 양에도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같은 성분의 유해성에 대해 복지부와 환경부가 상이한 판단을 내린 셈이다.

가습기살균제와 폐질환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조사도 반쪽짜리로 진행됐다. 질병관리본부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폐손상조사위원회가 최근 보건당국에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추가 보완 조사를 제안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면서 조사는 중단됐다. 환경부도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확인하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결국 피해자는 속출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서로 책임을 떠 넘기는 모양새다.

한 시민단체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신고 접수된 사례가 총 359명이며 이 중 사망은 112명에 이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들이 피해를 보상받을 길은 보이지 않는다.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와의 개별 소송을 통해 보상을 받는 방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소송 근거가 될 수 있는 정부 당국의 과학적 원인 규명조차 없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정부가 위험성을 알리지 않은 제품을 쓰도록 허용하면서 아이들과 엄마들이 사망하게 된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그런데 무려 2년동안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피해자들만 가슴을 치고 피눈물을 흘려왔다. 이제라도 범 정부 차원의 책임있는 조사가 필요하다. 정부란 이런 일 하라고 있는 것이다.

▶ 관련기사 ◀
☞ 문제 없다던 가습기살균제 환경부는 ‘유해’
☞ 가습기 살균제로 112명 사망..영유아 57%
☞ 식약청, 무허가 가습기살균제 집중점검
☞ 죽음 부른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 검찰 고발(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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