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신뢰와의 전쟁

  • 등록 2002-10-08 오후 6:03:29

    수정 2002-10-08 오후 6:03:29

[edaily 김진석기자] 경제가 몸살을 앓고,증권시장도 바닥을 헤매고 있습니다. 증시가 경제를 반영하는 거울인 탓이겠지요. 시장 전망도 김이 서린 듯 맑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원인을 불확실성에서 찾고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밑바탕에는 그 무엇이 깔려 있다고 봅니다. 바로 신뢰의 상실입니다. 증권부 김진석 기자가 시장의 신뢰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국내외 주식시장이 톱니형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를 보면서 시장이 무섭고, 투자자는 현명하다는 생각을 또다시 해봅니다. 누군가 시장은 신뢰를 먹고산다고 했습니다. 신뢰는 상식이고, 순리입니다. 또 시장에는 문이 없다고도 말합니다. 시장은 앞문과 뒷문, 그리고 좌우 옆문도 없다는 것이지요. 부연하면 시장을 움직이는 힘이 어디로 들어왔다가, 어느 곳으로 나가는지를 모른다는 것입니다. 신뢰를 먹으며 문도 없이 사는 존재, 그래서 시장이 무섭다는 얘깁니다. 시장의 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습니다. 시장의 신뢰는 정책당국은 물론 대주주, 기관, 외부감사법인 그리고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시장참여자 모두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로 합니다. 정책당국의 문제는 시장논리보다 정치논리를 앞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우채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처럼 정책당국은 시장논리를 무시했습니다. 부실채권을 떠안은 관계기관은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너무 알려진 얘기라 긴 설명은 생략합니다. 또 정책을 맡고 있는 담당자들은 경기가 어떤 국면에 놓여 있던 간에 "펀더멘탈"은 이상이 없다고 말합니다. IMF 외환위기를 겪던 지난 97년 상반기까지 만해도 경기연착륙 논쟁이 벌어졌고, 구제금융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이상무"가 되풀이됐습니다. 결국 도끼자루가 썩는 줄 몰랐습니다. 요즘도 이상 없음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코스닥시장은 불과 3년 전 만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답이 필요 없는 상황이지요. 코스닥시장의 급락원인에 대해선 누구나 말합니다. 진입장벽이 낮고, 퇴출장벽은 높기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진입퇴출에 대해선 논의만 무성하지 아직도 구체적인 액션은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위기도 투자자들의 욕심과 책임을 탓하기에 앞서 제도적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대표이사와 대주주 애널리스트까지 가담한 주가조작 사건이 잇따라 적발되고 있는 현실도 시장을 불신의 늪으로 빠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소액주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기업대표와 대주주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부자거래를 통해 시세차익을 챙기고도 멀쩡한 대주주들이 문제입니다. 불공정행위로 감독당국과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더라도 챙긴 차익에 비해 형편없는(?) 처벌을 받는 현실은 납득키 어렵지요. 요즘 경기전망이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현금흐름이 과거에 비해 좋아졌다는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최근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분석자료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보유현금은 상당합니다. 굳이 숫자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특정기업의 편중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상당수 기업의 경우 성의만 보인다면 보유현금의 일부분으로도 은행금리 이상의 배당은 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배당을 기대하기 쉽지 않습니다. 대주주의 의식에 변화가 없는 탓이지요. 그동안 그 많은 상장 및 등록기업이 소액주주를 위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무엇을 해줬을까요. 배당투자 운운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최근 들어 분식회계에 대한 감독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만, 투자자들의 회계불신도 만만치 않습니다. 바다건너 발생했던 롱텀캐피탈과 엔론 사태는 비단 미국의 문제로 국한될 사안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 집단의 얘기지요. 국내에서도 회계법인이 부실감사로 퇴출되거나 곤혹을 치른적이 있지요. 신뢰와 투명함을 원하는 주식시장에 이처럼 불신을 초래하는 요인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시장이 오염으로 중병을 앓고 있는 셈이죠. 요즘 주식 값이 싸다고 말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정책당국자와 시장관계자들도 주식 값이 싸다고 기회만 있으면 말합니다. 그런데 시장은 거꾸로 흐르고 있습니다. 왜 반대의 흐름을 나타낼까요. 이와 관련 최근 기자와 자리를 함께 했던 모 연구원의 관계자는 "시장이 자신을 불신의 늪으로 빠뜨린 시장참여자에게 복수극을 펼치고 있다"는 다소 섬뜩한 표현을 썼습니다. 풀어보면 시장참여자들이 시장을 오염시킨 업보를 겪고 있다는 것이지요. 시장은 오르면 떨어지고, 떨어지면 오르기 마련입니다. 때가되면 시장도 방향을 틀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최근에도 시장을 무시하고 투자자들을 외면하는 립 서비스성 대책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게 걱정입니다. 청산을 앞둔 증안기금의 재투입 등과 같은 안정책이 대표적입니다. 현명한 투자자는 이미 지난 89년부터 93년까지 지수가 반토막 나는 과정에서 한국은행의 발권력(12.12조치)이 동원되고, 4조5천억원의 증안기금을 조성됐어도 시장의 내리막길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을 학습효과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무서운 시장, 똑똑한 투자자를 인정할 때만이 또 다른 시작을 기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불신의 늪으로 오염시킨 시장을 정화하려는 시장참여자들의 중지를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주식시장은 현재 불확실성보다 신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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