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원인으로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와 풍부한 외환보유고, 단기외채 비율 감소 등 튼튼한 펀더멘털(경제기초여건)을 바탕으로 한 신흥국과의 차별화를 꼽았다. 적어도 원화채권시장이 신흥국 지위를 벗어나 선진국 문턱에 위치하고 있다는데 동의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단계로 보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원화자산 자체가 여전히 신흥국 대우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테이퍼링 진행상황과 신흥국 위기의 확산 여하에 따라 휘둘릴 여지가 있다고 봤다.
◇ 든든한 펀더멘털, 원화채 재조명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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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이 최근 원화채권이 신흥국과 차별화되는 이유로 양호한 펀더멘털을 꼽았다. 즉 경상수지 23개월 연속 흑자, 경상수지 2013년중 707억3000만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 외환보유액 1월말 현재 3483억9381억달러로 역대 최고, 단기외채비중 지난해 3분기 기준 27.1%로 1999년 2분기(27.0%) 이후 최저, 국가신용등급 A등급 이상(S&P A+, 무디스 Aa3, 피치 AA-) 등 성적을 내고 있다. 여기에 1%대를 유지하고 있는 낮은 물가 역시 채권투자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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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이색적인 진단도 있었다. 우선 상대가치(Relative Value) 관점에서 볼 경우 미국 테이퍼링이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한 만큼 글로벌 유동성이 선진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가정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선진국 자금이 상환 가능한 유가증권에 주로 투자돼 있어 원화채가 강하다는 주장이다. 홍정혜 신영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유입된 외자가 IMF때처럼 건설투자나 설비투자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금융시장에 잉여유동성으로 남아있다”며 “언제든 상환 요청이 가능하니 외국인이 안심하고 원화채에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자산가격에 대한 기대수익이 낮아 여타 신흥국보다 투기성 자금이 덜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정성욱 KTB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위기를 겪는 신흥국들과 펀더멘털상 차이점도 있겠지만 자산가격에 대한 기대수익과 변동성 차이가 더 크다고 본다”고 밝혔다.
◇ 안전투자처(Safe haven) 아직은 신중론
이에 따라 원화채권이 안전투자처(Safe haven) 지위에 올라섰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김지만 유진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흑백논리 판단보다는 여러 가지 위험도를 따져봤을 때 상당히 안전자산 지위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채권애널리스트도 “미 연준이 발표한 취약성 지수에도 나오듯 한국은 신흥국이라 하기에 민망할 정도로 양호한 거시지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3일 금융통화정책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시장이 다른 신흥경제권시장과는 여러면에서 차별화됐다”면서도 기축통화(reserve currency)를 가진 나라가 아니라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럽고 경계심이 강한게 중요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참여자>
권한욱 교보증권,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김지만 유진투자증권,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신동수 NH투자증권, 윤여삼 대우증권,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이정준 HMC투자증권, 이재승 KB투자증권, 전소영 한양증권, 정성욱 KTB투자증권, 홍정혜 신영증권(이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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