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인 계열사에 강매한 태광 이호진 총수..공정위 무더기 檢 고발

총수일가 귀속된 이익 최소 33억원
계열사 총 동원해 웃돈 주고 거래
사내복지기금, 판관비 등 동원도
  • 등록 2019-06-17 오후 12:00:22

    수정 2019-06-17 오후 2:45:05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횡령 배임 혐의와 관련한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태광그룹이 와인·김치를 계열사에 대량으로 떠넘기는 방식으로 총수일가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총수일가에 귀속된 이익은 최소 33억원으로,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지배력을 확대하고,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총수(동일인) 고발 외에 19개 계열사를 모두 고발하는 등 초강수 제재를 내렸다.

공정위는 태광그룹의 일감몰아주기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하고,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개인 고발하고, 태광산업·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전부를 법인 고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총수 지시·관여아래 일감몰아주기 고안

공정위에 따르면 김 실장은 총수의 지시·관여아래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티시스와 메르뱅의 실적 개선 방안을 고안했다.

티시스는 지난 2013년 5월 고급회원제 골프장인 휘슬링락CC를 합병했다. 휘슬링락CC는 2011년 개장 이후 계속된 영업부진으로 지속적으로 당기순손실(2011년 124억4000만원, 2012년 167억6000만원)을 기록한 회사다.

실적이 좋지 않던 회사를 합병하다보니 티시스 전체 실적도 고꾸라졌다. 티시스는 2012년 당기 순이익이 125억3000만원에 달했지만 이듬해 71억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이에 김 실장은 2013년 12월 휘슬링락CC서 배추김치 및 알타리무 김치를 제조해 계열사에 고가로 판해하기로 계획했다. 2014년 5월 그룹 경영기획실장이 된 그는 각 계열사에 김치단가를 결정하고 구체적인 구매수량까지 할당했다.

계열사들은 김치구매비용이 회사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지출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사내복지기금을 활용하고, 직원전용 사이트를 구축해 직원에게 김치구매 포인트 지급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구체적인 지시와 관여가 있었다는 정황 증거도 확보했다.

문제는 시중에 판매되는 김치가격보다 비싸게 판매했다는 점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정상가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총수일가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제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정상가격을 비슷한 고가 김치와 비교해 간접적으로 산정했다. 당시 조선호텔과 워커힐에서 판매된 김치는 10KG당 각각 14만~15만원, 11만~14만원(유통비 등 제외해 보정한 금액)이었다. 휘슬링락CC 김치가 10kg당 19만원에 판매된 것을 감안하면 웃돈을 얻어 거래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김성삼 기업집단국장은 “휘슬링락CC에서 만든 김치는 내부에서만 판매됐기 때문에, 조선호텔과 워커힐에서 판매되는 김치 중 유통비 등을 제외해 산정해봐도 웃돈을 주고 판매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태광그룹이 2014년 상반기부터 2년간 휘슬링락CC로부터 구매한 김치는 총 512.6t으로 거래금액은 95억5000만원에 달한다.

태광그룹 소유지분도
◇와인 일감몰아주기도…거래조건 고려없이 거래

와인 소매 유통사업자인 메르뱅도 사주일가의 사익편취를 위해 동원됐다.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그룹 시너지 제고라는 명분으로 계열사가 선물을 제공할 때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계획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거래조건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사업자와 가격 비교없이 계열사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은 일감몰아주기 혐의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거래법(23조2)은 사업능력, 재무상태, 신용도, 기술력, 품질, 가격 또는 거래조건 등에 대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가 이 조항으로 일감몰아주기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태광소속 계열사들이 2년반동안 김치와 와인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 귀속된 이익은 배당, 급여 등으로 최소 33억원(김치 25억5000만원, 와인 7억5000만원)으로 책정했다.

김 국장은 “티시스(휘슬링락CC)와 매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계열사별 과징금 규모(단위: 백만원)


소셜 댓글by LiveRe

많이 본 뉴스

'나 홀로 집에' 이제 끝... 우리동네키움센터

이데일리

  •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
  •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발행인 곽재선 I 편집인 김형철
  •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