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잠깐만요, 스티글리츠 교수님

  • 등록 2003-03-03 오후 4:47:23

    수정 2003-03-03 오후 4:47:23

[edaily 전설리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석좌교수가 지난 24일과 26일 서울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강연회를 가졌습니다. 국제부 전설리 기자가 스티글리츠 교수의 방한과 강연에 대해 전합니다. 워낙 유명한 학자의 강연인지라 기회가 되면 인터뷰도 하고 질문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스티글리츠 교수의 강연을 들으러 갔습니다. 노트북 컴퓨터와 무선모뎀 등 장비도 충실히 갖췄습니다. "따끈 따끈"한 얘기가 나오면 현장에서 바로 기사를 쓸 요량이었죠. 스티글리츠 교수는 2001년 “정보소유의 불균등이 경제 상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리”를 정립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데다 세계은행(WB) 수석 연구원을 지냈으며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 정부의 경제 자문 위원회의 위원을 역임하고, 1995년부터 1997년까지는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 자문 위원회 위원장으로 활약한 말 그대로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의 이익만 대변한다”고 비난해 IMF와 한바탕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세계는 금융위기에 쉽게 흔들리고 있다”며 지구촌 경제의 불균형과 문제점에 대해 역설했습니다. 그가 지적했던 지구촌 경제의 문제점을 잠시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첫째, 지구촌은 지나치게 몇몇 무역 적자 국가들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 국가가 무역적자를 보고있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는 무역흑자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둘째, 국제 금융 기구들은 후진국들이 외환시장에서 안고 있는 위험부담과 요동치는 금리를 각국이 골고루 나눠 부담할 수 있도록 조정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아르헨티나 사태는 지구촌 경제 시스템의 위기대처 능력이 아직 적절치 못함을 드러냈다. 아르헨티나에 단순히 구제금융만 줄 것이 아니라 시장이 활성화되고 기업들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줬어야 한다. 넷째, 무역협상이 좀 더 공평해져야 한다. 선진국들은 후진국에 문호를 더 개방해야 한다. 다섯째, 무역은 경제시스템의 안정을 위한 도구로 사용돼야 한다. 아르헨티나를 살리려면 높은 금리의 달러 돈을 빌려주는 대신 아르헨티나의 와인과 쇠고기를 사줘야 한다. 여섯째, 금융부문의 투명성 문제는 점차 관료화되고 있는 국제기구에도 적용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IMF가 제안할 부채 탕감책에 대한 실효성 의문이다. 나는 이 같은 문제점들이 IMF와 WB의 주요의제로 채택되길 희망한다.” 그의 이 같은 주장은 보수적인 국제 금융 기구의 허를 찌르는 통쾌한 것으로 정리해보자면 세계 경제가 강대국과 약소국의 논리대로 짜여져 있으며 여전히 강대국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기를 맞은 국가들이 IMF와 미국 워싱턴의 컨센서스의 조언에 따라 구제책을 마련하지 말고 자국만의 역사와 상황에 맞는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그의 학문적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한국 경제는 좋은 본보기가 되는 예입니다. 그는 강연을 통해 자신의 주장에 딱 들어맞는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과 성공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습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한국이 신속하면서도 깊이 있는 경제 회복을 이뤄냈다고 평가하고 "2001년 성장률이 5.4%(한국은행이 집계한 성장률은 3%임)로 하락하긴 했지만 향후 5년간 5.9%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는 낙관론을 펼치며 "한국이 위기 극복에 성공한 것은 글로벌라이제이션과 지식 개혁에서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거뒀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한국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성공에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이 같은 성공이 한국 정부의 효율적인 정책에 기인한 것이라고 역설하고 "한국 정부가 우유부단하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충고를 모두 따르기 보다는 "선택적(selective)"으로 듣고 이를 잘 적용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시종일관 맘씨 좋은 아저씨 같은 얼굴로 이처럼 칭찬을 늘어놓는 스티글리츠 교수를 보면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지난달 무디스가 북핵 위기를 문제 삼아 한국 신용 등급 전망을 하향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리석었다(silly)”고 한마디로 대답해 줄 때에는 통쾌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스티글리츠 교수의 낙관론처럼 우리 경제가 현재 그렇게 안정된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으레 가지게 되는 불안감을 제외하고라도 우리 경제를 둘러싼 안팎의 상황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대내적으로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설비투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섰습니다. 실업률이 오르고 물가가 급등해 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이라크 및 북핵 사태의 장기화로 유가가 급등하고 세계 경제가 급속히 위축돼 수출경기에 민감한 우리 경제에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좋은 자리에 초대되어 덕담은 못할 망정 쓴 소리만 하고 갈 수는 없는 게 당연합니다. 그가 웃는 얼굴로 늘어놓고 간 칭찬들이 틀렸다는 소리도 아닙니다. 다만 앞으로 노무현 대통령 해외경제자문역으로서는 그가 우리 경제에 대해 칭찬과 낙관보다는 날카로운 비판과 대안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입에 쓴 약이 효과가 크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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