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차관이 남대문으로 출장가는 이유는?

"적절한 시점 열석발언권 행사할 것"
정부의 통화결정 영향력 확대될 듯..한은은 '난감'

  • 등록 2008-04-23 오후 5:19:22

    수정 2008-04-23 오후 5:46:51

[이데일리 좌동욱기자]기획재정부가 사문화되다시피한 중앙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열석 발언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통화당국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9년간 시행하지 않았던 금통위 열석발언권을 정부가 다시 꺼내들고 나온 것에 대해 논란이 예상된다.

▲ 사진 왼쪽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오른쪽은 최중경 재정부 차관

재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 방침은 금통위의 통화 신용 정책에 대해 정부측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경기부양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부는 최근 내외 정책 금리차 등을 이유로 들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해 온 바 있다.

재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가 당장 내달 8일 개최될 금통위에서 정부측 목소리가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열석발언권은 한은 독립위해 사문화된 조항

열석 발언권은 경제·통화 정책과 관련한 정부측 목소리를 금통위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권한으로 한국은행법 91조에 명시돼 있다. 98년 한은법 개정 당시 도입됐다.

하지만 지난 99년 6월 엄낙용 당시 재경원 차관이 참석한 후 중앙은행 독립성 존중 차원에서 현재까지 9년간 한번도 행사되지 않아 사문화되다시피한 조항이다.

이 권한을 다시 부활하겠다는 방침에는 한은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은행(금통위)도 정부 경제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는 것이 강만수 장관의 지론이기도 하다.

 ◇ "첫 참석은 상견례..필요한 경우 참석할 것"

일단 정부는 신임 금통위원에 대한 '상견례 자리'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법 취지에 따라 앞으로 필요할 경우 금통위에 참석하겠다"(최중경 차관)는 입장을 함께 내비치고 있다. 일회성 참석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재정부 관계자도 "법의 취지에 따라 정부와 금통위원간 통화·신용 정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만들게 될 것"이라며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정부는 차관의 금통위 참석이 한은과의 불필요한 마찰로 비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최 차관 역시 오는 24일 금통위 월례회의에 참석할 것을 검토했으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젯밤 급하게 참석을 번복했다.

최 차관은 "적절한 시점, 베스트 타이밍에 금통위에 갈 것"이라며 "다음 번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내달 8일 월례회의에서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금통위는 매달 두 차례 월례회의를 개최하며 둘째 주 회의에서는 정책금리를, 넷째 주 회의에서 경제 금융 전반을 논의한다.

 ◇ 한은 독립성 영향 받나

차관의 열석 발언권은 금통위에 대해 정부측 목소리를 전달하는 소극적인 수단으로 그 자체가 금통위 정책 결정을 좌우하지는 못한다.

재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수단으로 장관이 금통위 결정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권)까지 갖고 있다. 하지만 금통위 정책을 부정할 경우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으로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현재 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금리 인하 필요성을 통화당국에 주지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실제 기획재정부 장·차관 뿐 아니라 금융위원장까지 나서서 국내외 정책 금리차 등을 이유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잇따라 밝히거 있다. 

지난달 새로 선임된 3명의 금통위원들도 親 MB(이명박) 인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정부측 입김이 작용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 "통화당국 입지 위축시킬 것"..한은 반발과 당혹

이 때문에 재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 방침은 한동안 잠잠하던 통화당국 독립성 훼손 논란을 재점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벌써부터 '한국은행이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남대문 출장소'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통화정책에 대한 개입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낸 한은 노조는 재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 방침에 대해 "정부가 신임 금통위원들과의 상견례라는 이유를 들어서까지 금통위 정례회의에 참석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대놓고 금리정책에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은도 난감하다는 표정. 한은의 한 관계자는 "실제 금리결정에 영향을 미치든 안미치든 재정부 차관의 금통위 참석 자체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비춰질 것"이라며 "경기,물가,부동산시장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물가안정에 나설 통화당국의 입지를 위축시키게 될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 박결, 손 무슨 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