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2016년 ‘정운호 게이트’ 사건 당시 영장전담 재판부를 통해 검찰 수사상황 등을 수집하고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들이 공소장 일본주의 주장을 철회하면서 관련 논란이 일단락됐다. 법원은 검찰의 두 차례 공소장 변경에도 일부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있지만 본안 심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유영근)는 19일 열린 신광렬(54·사법연수원 19기)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 수석부장판사와 조의연(53·24기)·성창호(47·25기) 전 영장전담 부장판사 등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세 명의 현직 부장판사는 모두 법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재판에서 피고인 측 모두 공소장 일본주의와 관련해 기존 주장을 철회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 6월 17일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정식 재판에 들어서 변호인 측이 다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을 주장할 경우, 재판부는 더 이상 재판을 하지 않고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관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는 기타의 서류나 증거물을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이어 “법리적으로도 사실관계에서도 무죄를 확신하기 때문에 (더 이상) 문제 삼지는 않겠다”며 “다만 여사기재로 인해 재판부가 (피고인들에 대해) 어떤 예단을 갖거나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신 부장판사와 성 부장판사 측 역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주장을 철회하는 데 동의했다.
재판부는 “(아직도 검찰의 공소장 일부분은) 위반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하지만 피고인 측에서 굳이 관련 주장을 계속하지 않겠다고 한 이상 직권으로 공소기각 판결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에 대해 판단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서는 세 명의 현직 부장판사 모두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신 부장판사는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당시 사법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수석부장판사로 직무상 마땅히 해야 할 업무를 수행했다”며 “사실관계나 법리적 측면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역시 “기소 내용에 대해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신 부장판사 측은 “법원 내부 기관 사이 보고는 수사기능에 장애를 줄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내부기관인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것은 사법행정상 목적의 내부보고이므로 누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신 부장판사는 지난 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불거지자 영장전담판사들을 통해 영장청구서와 수사기록 등 10건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당시 영장 업무를 전담하며 신 부장판사의 지시에 따라 영장청구서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