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액 적다며 재개발조합 강제집행 방해…대법 "업무방해 아냐"

"보상액 적다"…LPG가스통에 라이터 들고 재개발조합 철거 업무 방해
1·2심, 조합 업무 방해로 보고 벌금형 선고…대법, 파기·환송
"강제집행, 조합 업무 아닌 집행관 고유한 직무…조합의 업무 방해 아냐"
"집행위임 법적 성격 민법상 위임이 아닌 절차상의 집행개시신청에 해당"
  • 등록 2023-05-25 오후 12:00:00

    수정 2023-05-25 오후 12:00:0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부동산 강제집행을 방해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강제집행은 집행 위임을 한 재개발조합의 업무가 아닌 집행관의 고유한 직무에 해당한다고 판단, 강제집행을 방해하더라도 재개발조합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각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고 25일 밝혔다.

부부인 A씨와 B씨는 서울 성북구 길음동에 있는 길음1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구역 내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을 각 2분의 1 지분씩 공유했던 종전 소유자들이다.

피고인들은 2018년 5월 23일 주택재개발조합의 건물 명도 소송 판결에 따른 부동산 강제집행 실시에 대해 보상액이 적다는 이유로 위력을 행사하며 조합의 이주·철거업무를 방해했다.

구체적으로 A씨는 자신 소유 차량으로 건물입구를 막고, B씨는 건물 2층 베란다에서 LPG가스통에 라이터를 들고 다 같이 죽자고 소리 지르는 등의 위력으로 강제집행에 이르지 못하게 했다.

1심과 2심은 피고인들에게 각 3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피고인 측은 “공소사실에 의하면 피고인들의 방해 업무는 ‘명도 소송 확정 판결에 의한 강제집행’으로 이는 집행관의 업무이지 1심 판시 범죄사실 기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업무가 아니다”며 재개발조합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위력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로 인해 이 사건 조합의 업무가 방해됐다”면서 “타인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제3자가 직접 업무를 행하고 있더라도, 이를 방해한 경우 그 타인의 업무도 방해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소사실 기재 강제집행 업무는 이 사건 조합의 업무에 해당한다”면서 “조합의 업무는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되는 업무에 해당하고, 피고인들의 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집행관은 집행관법에 따라 재판의 집행 등을 담당하면서 그 직무 행위의 구체적 내용이나 방법 등에 관해 전문적 판단에 따라 합리적인 재량을 가진 독립된 단독의 사법기관”이라며 “따라서 채권자의 집행관에 대한 집행위임은 비록 민사집행법에 ‘위임’으로 규정돼 있더라도 이는 집행개시를 구하는 신청을 의미하는 것이지 일반적인 민법상 위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사건 강제집행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집행위임을 한 재개발조합의 업무가 아닌 집행관의 고유한 직무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설령 피고인들이 집행관의 강제집행 업무를 방해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채권자인 이 사건 조합의 업무를 직접 방해한 것으로 볼만한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결국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이 사건 조합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들의 행위와 재개발조합의 업무 방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며 “원심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업무방해죄의 업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봤다.

한편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집행관의 법률상 지위를 확인함과 동시에 채권자의 집행관에 대한 집행위임의 법적 성격은 일반적인 민법상 위임이 아닌 절차상의 집행개시신청에 해당한다는 점을 최초로 선언한 판시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