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태권도 경기지도자도 교직원…대법 “김영란법 위반 시 처벌”

태권도 경기지도자 자리 넘겨주고 금품 요구
매월 400만원씩 총 12회에 걸쳐 4680만원 받아
‘공직자’에 해당하는 경기지도자 지위…징역 8월에 집유 2년
대법 “고교 운동부 지도자도 교직원…청탁금지법 위반”
  • 등록 2023-05-16 오후 12:00:00

    수정 2023-05-16 오후 12:00:00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고등학교 학교운동부 지도자는 교직원에 해당하므로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위반 시 처벌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등학교 태권도 경기지도자 A씨와 B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다만 피고인 B씨로부터 4680만원의 추징 부분은 파기했다.

피고인 B씨는 2008년 1월 1일부터 2018년 1월 31일까지 공립 고등학교에서 무기계약직인 교육공무직으로 임용돼 태권도 경기지도자로 근무했다.

A씨는 2014년 7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같은 고등학교 태권도부의 방과 후 지도자 외부강사로 근무하다가 2018년 1월 8일부터 피고인 B의 후임으로 무기계약직인 교육공무직으로 임용돼 2019년 11월 12일까지 경기지도자 업무를 했다.

피고인들은 2017년 8월경 태권도부의 방과 후 수업이 폐지되는 방향으로 결정이 나 A씨의 실직이 예상되자 B씨가 경기지도자를 그만두는 대신 그 자리에 A씨가 지원해 근무하는 조건으로 A씨가 매월 400만원씩 B씨에게 지급할 것을 약속했다.

B씨는 2017년 12월 19일 고등학교에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한다는 취지의 사직서를 제출하고 피고인 A가 2018년 1월 8일 해당 고등학교의 경기지도자로 임용됐다.

이에 A씨는 B씨와 협의한 대로 2018년 1월 25일 B씨 명의의 계좌에 400만원을 송금한 것을 비롯해 그 무렵부터 2019년 12월 24일까지 B씨에게 총 12회에 걸쳐 합계 4680만원을 교부했다.

검찰은 공직자 등이 금품 받으면 안 되는 청탁금지법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 또 누구든지 공직자 등에게 수수 금지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그 제공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해서도 안 된다.

피고인들은 B씨가 퇴직해 공직자 등에 해당하지 않는 상태로 최초로 2018년 1월 25일부터 돈을 송금했다며 청탁금지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은 청탁금지법 ‘공직자 등’에 해당하는 경기지도자의 지위에 있으면서 금품 수수 약속을 했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피고인 B로부터 468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금품 제공을 약속한 시점은 늦어도 피고인 B씨가 경기지도자로 재직할 당시인 2017년 12월 초순경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B씨 사직 이후의 생활에 대해 아무런 대책 없이 지내다가 A씨와 대화 도중 갑자기 자발적으로 금전을 지급하기로 약정했다는 것은 경험칙상 부자연스럽다”고 봤다.

또 “피고인들은 B씨가 사직하는 경우 A씨가 채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고 적어도 A씨의 채용을 조건으로 금전지급 약속을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당시 경기지도자 채용절차에는 A씨만 지원했다. 특히 A씨는 상당기간 해당 고등학교에서 보조코치로 근무해 B씨도 법정에서 “피고인 A가 채용 확률이 좀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2심에서 피고인들은 경제사정의 악화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B씨에게 A씨가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지급해 준 것으로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지급한 돈은 ‘B씨가 그만두고 A씨가 경기지도자로 채용되는 것을 조건으로 한 대가’로 보일 뿐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수수 금지 금품 등’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도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관할청인 교육감이 ‘학교운동부지도자’를 교육공무직원의 정원에 포함해 관리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면서 “결국, 고등학교 학교운동부지도자는 청탁금지법이 정한 ‘각급 학교의 교직원’에 해당한다. 원심이 B씨가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공직자 등’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청탁금지법 위반죄는 상대방이 공직자 등인 경우에 한해 성립하므로, 공직자 등의 재직 중 금품 등을 받거나 제공하기로 약속하고 퇴직 후 그 수수가 이뤄지는 경우에는 금품 등 약속으로 인한 청탁금지법위반죄가 성립할 뿐 금품 등 수수로 인한 청탁금지법위반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대법원은 “B씨에 대해서는 금품 등 약속으로 인한 청탁금지법 위반죄만이 성립하는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금전의 수수를 약속할 당시 그 수수할 금전이 특정돼 있지 않아 이를 몰수할 수 없었으므로 그 가액을 추징할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피고인 B로부터 4680만원을 추징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의 조치에는 추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해당 부분을 파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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