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더 안오른다던데?”…금리상한형 주담대 ‘개점휴업’

5대 시중은행 월별 가입건수 10여건 그쳐
이자부담 경감 위해 출시, 금리 정점론에 외면
“시장상황 바뀌었는데…은행원도 추천 안해”
  • 등록 2023-06-09 오후 4:23:03

    수정 2023-06-09 오후 4:23:03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변동금리 대출 차주의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향후 일정기간 동안 금리 상승 폭이 제한되는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이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최근 한달간 가입건수는 10여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금리 하락기를 예측하는 차주들이 늘어나면서 상품 매력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달말 금리상한형 주담대 가입건수는 16건으로 집계됐다. 취급액 기준으로는 42억원 수준이다. 이중 2개 은행은 금리상한형 주담대 실적이 단 한 건도 없었다. 나머지 3개 은행에서 한달간 5건꼴로 가입한 셈이다.

금리상한형 주담대 취급 실적은 올 들어 급감하고 있다. 지난 1월 가입건수 141건, 취급액 287억원에서 2월(49건·117억원), 3월(25건·56억원), 4월(14건·40억원), 5월(16건·42건) 지속적인 감소 추세다.

지난 2021년 7월 출시된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연간 또는 5년간 금리 상승 폭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정책상품이다. 출시 후 초기 1년 동안은 가입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지난해 7월 사라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중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금융감독원이 판매기간을 연장하도록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가입을 권유했던 상품이기도 하다. 은행들도 지난해 하반기 가입 비용을 면제하는 등 혜택을 늘리면서 가입을 유도했다.

금리 상승을 억제할 수 있어 금리 상승기에 매력적인 상품으로 분류됐지만 금리 정점론에 무게가 실리고 시중 금리가 내림세를 보이며 이점이 사라졌다. 실제 5대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 1월 초 5.27~8.15%에서 이달 하단 기준 3.91%까지 낮아졌다.

해당 상품은 대출금리를 직전 금리 대비 연간 0.75%포인트까지, 5년간 2%포인트까지만 인상할 수 있다. 고객이 혜택을 체감하려면 금리가 2% 이상 올라야 한다. 사실상 기준금리 급등 시에만 이자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다.

또 리스크 프리미엄(가입비용)으로 0.15∼0.2%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붙는다. 가령 금리상한형 주담대로 5억원을 빌리려는 차주는 가입비용으로 100만원도 부담해야 한다. 현재 가입비용을 면제하는 곳은 MG새마을금고 뿐이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3일부터 ‘가입비 없는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 특약’을 판매 중이다. 신규 주담대 고객일 경우 가입비용(0.2%포인트)을 면제해준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동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하락세까지 점쳐지면서 금리상한형 주담대를 찾는 고객들이 뚝 끊겼고 은행원들도 추천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최근 은행채가 오르면서 금리를 불가피하게 올리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 같은 ‘이자폭탄’을 대비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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