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주주-채권단 이해상충.."예고된 실패"

  • 등록 2002-04-30 오후 4:59:51

    수정 2002-04-30 오후 4:59:51

[edaily 안근모기자] 받을 빚(채권)이 있다는 이유로 부실기업(하이닉스)의 핵심자산을 매각, 빚잔치에 가까운 구조조정을 해 보려던 채권은행 및 그 대주주(정부)의 시도가 일단 무산됐다. 시장 불확실성 해소라는 큰 관점에서 하이닉스의 구조조정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채권단이 대상회사의 절대지분을 확보한 것도 아니고, 법정관리도 아닌 상태에서 추진한 이같은 구조조정 방식은 주주이익과 첨예하게 상충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실패요인을 안고 출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 이익은 주주의 손해 = 그동안 채권단과 정부의 매각의지 만큼이나 소액주주들의 반대 목소리가 컸다. 하이닉스의 핵심인 메모리 부분을 떼내 팔면 채권단은 빚을 돌려 받을 수 있게 되지만, 주주들에 남는 것은 알짜가 빠진 빈껍데기 잔존법인 뿐이었다. 그나마도 대규모 감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채권단은 13.5대 1의 감자를 제안했고 이후 주가는 연일 하한가 행진을 기록했다. 주주들은 특히 채권단과 마이크론이 합의한 조건부 MOU가 매각대금(마이크론 주식)을 과대평가하고, 각종 우발채무에 대해서도 상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데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매각조건에 대한 불만과 잔존법인 회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하이닉스 사측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채권단은 70% 정도의 받을 돈을 날릴 우려는 있었지만 그나마 원매자가 있을 때 팔면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매각에 매달려왔다. 추가자금 지원이 불가피한 독자생존을 추진, 무한정 발목을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고민은 채권단의 해묵은 과제중 하나였다. 채권단의 의지가 약해질 때면 어김없이 정부가 독려에 나섰다. 그러나 채권단은 하이닉스의 주주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하이닉스가 법정관리 상태도 아니었다. 회사의 핵심 재산 처분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주주 이익을 대표하는 이사회에 있었다. 채권단은 CB 2조9000억원을 보유한, 장래의 대주주였지만 CB로서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권한이 없었다. ◇"매각이 최선" 주창, 협상력 상실 = 부실기업 인수로 사세를 키워온 노련한 마이크론을 상대로 `패`를 다 보여주는 협상을 해 온 것도 실패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그동안 정부 관계자들은 신규투자 여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마이크론에 매각하는 것이 최선`이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왔다. 어떤 식으로든 매각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며, 매각에 실패하면 구조조정 의지가 크게 퇴색되거나 한국경제의 앞길에 중대한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모두들 인식하게 됐다. 노련한 마이크론은 이를 최대한 활용했고, 정부와 채권단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 `최선`의 딜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이와 관련, "지난 4월15일 마이크론사가 협상을 종결한다는 취지의 통보를 했으며, 이후 정부가 채권단을 종용해 수용하기 힘들었던 마이크론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채권단의 손실·권한 분명히 해야 = 채권단이 하이닉스의 구조조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그에 상응하는 권리 확보가 불가피해 보인다. 동시에 채권단의 손실분담을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채권단은 지금까지 2조90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일부 채무는 만기연장과 이자율 조정 등의 지원을 해 줬으나 실질적인 손실은 확정해 부담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닉스의 처리는 하이닉스와 투자자 뿐아니라 개별 채권 금융기관과 금융기관 투자자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채권단 역시 하이닉스 주주 및 종업원과 함께 회사의 부실책임을 합리적으로 나눠지기 위한 명확한 손실분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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