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9일 한화그룹 창립 69주년을 맞아 현재 상황을 ‘위기가 일상화된 세상’으로 진단하면서 그룹 임직원들에게 ‘변화를 위한 혁신’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거대한 변혁의 소용돌이가 다시금 우리 앞에 놓였다”면서 “철저한 준비를 통해 두려움이 아닌 희망으로 새로운 세계를 향한 가슴 뛰는 도전을 시작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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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 회장이 가장 먼저 언급한 건 ‘사업 구조 혁신’이었다. 한화는 일찌감치 우주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기존에 보유한 발사체·엔진·위성 등의 역량에 더해 연구개발과 인수합병(M&A)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21일 발사될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엔진을 생산·공급하기도 했다.
한화는 수소에너지 산업 분야의 가치사슬(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미래 금융을 이끌 디지털 솔루션과 신사업 확대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화생명은 구독보험을 출시하며 업계 변화를 선도하고 있으며 한화 금융계열사들은 전통적인 투자수익률(ROI) 중심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MZ세대 트렌드에 맞춘 디지털 혁신 등 새로운 분야 투자를 시도하고 있다.
김 회장은 또 경영 전반에 대한 ‘디지털 전환’ 속도를 한층 더 높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기업은 시대를 거듭하면서 유연성을 높여왔지만, 코로나19 사태 앞에선 그 어느 것도 충분하지 않았다”며 “미래 신사업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데서부터 제조·판매·인사·육성 영역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화의 주요 계열사들은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도입해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업무 공유,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해 업무환경에서부터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또 디지털 기반 공정 개선·운영 최적화, 비대면 디지털 서비스 확대 등 인공지능(AI), 빅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혁신도 서두르고 있다.
한화는 그동안 친환경 경영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경영에 앞장선 만큼 ESG경영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한화 금융계열사들은 지난 1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고, ㈜한화·한화솔루션 등은 친환경 에너지사업 투자를 위한 ESG채권 발행에 나서기도 했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지난 2월 국내 재생에너지 기업 중 최초로 RE100(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선언했다.
한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창립 기념일에도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고려해 그룹 차원의 공식적인 창립 기념행사를 열지 않았다. 각 계열사는 이날 사업부 또는 팀 단위로 최소 인원만 참석해 장기 근속자 포상 등 간단한 행사만 진행했다. 대신 한화는 이달 한 달간 계열사별로 지속적인 사회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사업보국’의 창업 이념과 ‘함께멀리’의 사회공헌 철학을 통해 창립 69주년의 의미를 더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