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정부가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반영률)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늘어난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다. 1가구 1주택자에 한해선 공정시장가액(공시가격에서 과표를 산정하는 할인율)을 낮춰 재산세를 추가 경감한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시가격 현실화 수정 계획’ 수정안을 23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따르는 대신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하향하는 게 핵심이다.
| (자료=국토교통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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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2.7%가 돼야 하지만 정부는 69.0%로 낮추기로 했다. 올해 현실화율(71.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표준주택(단독·다가구주택)과 표준지(地)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이전 계획보다 각각 6.8%포인트(p)(60.4%→53.6%), 9.2%p(74.7%→65.5%) 하향된다. 공시가격은 시세에 목표 현실화율을 곱해 산정되기 때문에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은 대부분 올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춘 건 보유세를 매기는 부담이 되는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금 부담이 과중해졌다는 인식에서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일부 부동산은 공시가격이 시세를 넘어서는 일까지 발생했다. 앞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내년 공시가격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자고 제안했지만 정부는 감세 효과를 내기 위해 하향을 결정했다. 부동산 세금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공약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줬다.
이번 결정으로 보유세 부담도 줄어든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면적 84㎡형 내년 공시가격은 기존 계획보다 2억7280만원(26억710만원→23억3430만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보유세 부담도 1주택자 기준 1438만원에서 1227만원으로 감소한다.
정부는 1주택자에 한해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춰 세금 부담을 더욱 줄여주기로 했다. 올 6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45%로 낮춘 바 있는데 내년엔 45%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추가 인하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인하 수준은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공개된 후인 4월 확정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2025~2035년까지 현실화율 90%를 달성한다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목표를 수정할지는 내년 하반기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로드맵이 적용된 2021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점에서 사실상 폐기에 준하는 개편이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