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8700만원 받다 地下 공사장서 막노동

민주당 당료들 집단해직 그후…

  • 등록 2004-09-02 오후 9:26:47

    수정 2004-09-02 오후 9:26:47

[조선일보 제공] 민주당이 총선에서 몰락한 후 사무처 당료들은 지난 4월 27일 일괄 사표를 내고 ‘눈물의 해단식’을 가진 바 있다. 150명 중 20여명만 당에 남고 나머지 130여명이 해직됐다. 그로부터 4개월여. 해직된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들 중 80% 정도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자 신세라는 것이 관계자들이 전하는 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집권당 당료였던 것과 비교하면 하늘에서 땅으로 추락한 것이다. 최영신(51) 전 민주당 원내기획실장. 정당의 국회 실무를 담당하는 원내기획실장은 국회직 1급이다. 그 시절 연봉은 8700만원이었다. 그는 눈물의 해단식 직전에 스스로 당을 떠났다. 4·15 총선과 6·5 재보선 때 부천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를 도왔다. 그래서 안면이 있는 여권 실세들을 찾아가 “뭐든지 하고 싶다”고 자리를 부탁했지만 허사였다. 그는 “국회에서 탄핵안 통과 때 원내기획실장이었던 것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같았다”며 “나는 그들과 코드가 안 맞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을 팔아 식당을 여는 것도 생각해 보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포기했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막노동이었다. 그는 요즘 김포공항 옆 지하철 공사장에서 리프트를 타고 지하 47m를 내려가 먼지 속에서 터널을 뚫는다. 하루 노임은 5만6000원. 아침 7시부터 하루 12시간 맞교대이기 때문에 공사현장 식당에서 먹고 컨테이너에서 자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최 전 실장은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그는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진압 공수부대 중사 출신이다. 89년 1월 광주청문회 때 주남마을 양민학살사건을 양심선언해 한때 유명해졌다. 증언 직후인 89년 4월 평민당 노동특위 간사로 입당했으니 16년 정당생활을 한 셈이다. 그는 “당에 들어온 후 당밖에 모르고 살았다. 지난 대선 때는 경남 삼천포에 내려가 노무현 후보를 위해 뛰었고, 당선 때 너무 기뻐 많이 울었다”며 “그 결과가 이거라니 참 허무하다”고 말했다. 그는 “힘들 때마다 중3짜리 둘째 아들을 생각해 이를 악물고 있다”며 “언젠가는 재기할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사정이 어려웠다. C부장은 큰 교회 경비원으로 취직했다가 너무 힘들어 그만두었다. K국장은 경기도 일산에 고깃집을 열었고, C차장은 광명에 추어탕집을 열었다. H부장은 영어교육업체 홍보팀에 취직했다. 전남도청 서울사무소에 들어간 K정책연구위원이나 인터넷 언론사에 취직한 S부장 등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이들과는 달리 분당때 열린우리당을 선택한 동료들은 당과 국회, 정부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작은 사업을 시작한 L부국장은 “분당때 민주당에 남은 것은 스스로 한 선택이라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며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분당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들 민주당 재건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아직은 희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정치적 격변이 있을 것으로 보고, 그때 재기를 모색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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