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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 이상 후원금도 모두 사전 심의
삼성전자는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어 외부에 지급하는 10억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CSR)기금 지출을 사외이사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또 관련 내용은 외부에 공시해 운영의 투명성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하는 대상은 정부를 포함한 외부 단체 및 기관 등의 요청에 따른 기부·후원·협찬 등의 ‘후원금’과 삼성전자의 사회봉사활동, 산학지원, 그룹 재단을 통한 기부 등 ‘사회공헌기금’이 모두 해당된다. 지금까지는 기부금에 한해 자기자본의 0.5%(약 6800억원) 이상, 특수관계인은 5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해왔다.
삼성전자는 이번 조치와 함께 사전 심사를 위한 ‘심의회의’ 신설하고 분기별 운영현황과 집행결과 점검 등 구체적 실행 방안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사회에서 결정한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에 대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할 방침이다. 여기에 분기별로 발간하는 사업보고서와 매년 발행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도 관련 내용을 게재할 예정이다.
운영과 집행결과에 대한 점검도 강화된다. 삼성전자는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의 운영현황과 집행결과는 분기에 1회 씩 심의회의와 경영진뿐만 아니라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에서 점검할 계획이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가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 집행을 점검하게 돼 투명성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절반 부담하던 그룹 차원 연말 500억 기부는 어려워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미전실 해체와 맞물리며 그동안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진행해온 기부 행위를 각 계열사로 이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20일 그룹 명의로 ‘2016년 연말 이웃사랑 성금’ 50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이는 국내 대기업 중 최대 규모다. 삼성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100억원씩, 2004년부터 2010년까지 200억원씩, 2011년엔 300억원, 2012년부터는 5년간은 500억원씩 성금을 내 총 4700억원을 그룹 명의로 기부해왔다.
작년의 경우에는 그룹 명의의 500억원 연말 이웃사랑 성금 외에도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참여하는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로 570억원을 조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한 바 있다. 2011년부터 임직원들이 기부하면 회사가 같은 금액을 출연하는 이 매칭 그랜트도 임직원 참여율이 88%에 달해 누적 조성 금액이 2965억원에 달한다. 그룹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통상 전체 금액의 절반 가량을 부담해왔지만 앞으로는 10억원 이상은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해 기부의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매년 그룹 명의로 각 계열사에 대해 분담 비율을 정해 기부하던 500억원대 연말 이웃사랑 성금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전자 등 각 계열사별로 이사회가 결정해 기부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업계관계자는 “출연금이나 기부금 등의 집행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던 큰 규모의 기부는 위축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