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옵셔널 주주들의 또 다른 권리찾기

  • 등록 2002-05-02 오후 7:15:34

    수정 2002-05-02 오후 7:15:34

[edaily 권소현기자] 옵셔널벤처스 사태가 터진지 두달이 지났습니다. 지난 3월 영업활동 중단설 등으로 매매거래가 정지된뒤 회사경영진은 자취를 감췄고 아직도 사태는 오리무중입니다. 와중에 소액주주들이 발에 땀이 나게 뛰어다니면서 권리찾기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울분만 터뜨리던 과거 모습에 비하면 새로운 시도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산업부 권소현 기자가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을 전합니다. 옵셔널벤처스가 거래정지 당하던 날(3월7일)이 생각납니다. 코스닥증권시장이 옵셔널벤처스에게 영업정지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는 바람에 아침부터 전화기를 붙들고 계속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메세지를 남기라는 자동응답기 소리만 메아리처럼 되돌아왔었죠. 옵셔널벤처스에 대한 흉흉한 소문은 조금씩 돌았었지만 그날 매매거래 정지는 다소 갑작스러웠습니다. 때문에 옵셔널벤처스의 주식을 갖고 있었던 투자자들은 뒤통수 맞은 기분으로 회사측의 답변을 기다렸지만 회사는 조회공시 답변조차 거부하며 주주들의 속을 태웠습니다. 금감원, 증권업협회, 중기청, 코스닥증권 등 유관기관도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지만 당시 소액투자자들은 문제가 이 지경이 되도록 손한번 제대로 쓰지 못한 유관기관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거래정지되기 1달전에 최대주주인 블랙스톤 인베스트먼트는 298만주를 장내매도해 이미 손을 털고 나간 상황이었기 때문에 소액투자자들의 분노는 더욱 컸죠. 당시에는 도대체 주식을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소액주주들의 하소연 전화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당하기만 했던 소액주주들이 이젠 조직적인 행동을 통해 권익을 찾아 나섰습니다. 옵셔널벤처스 소액주주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법무법인과 계약을 맺고 임시주주총회 개최를 추진, 서울지법 민사부로부터 개최승인을 받아냈습니다. 임시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은 옵셔널벤처스코리아의 대표이사 스티브 발렌주엘라, 이사 제프리 캠벨, 이사 네오타카 타카하시, 이사 대런 켈러, 감사 미첼 푼의 해임을 결의하고 후임 이사 및 감사 선임을 승인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결의에 필요한 지분 600만주(발행 주식의 1/3)에 대한 위임장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검찰에다가는 옵셔널벤처스 경영진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시켰고 향후 중소기업청 및 코스닥위원회를 상대로 행정 및 민사 소송을 같이 추진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최근 하이닉스 소액주주들은 `하이닉스살리기 국민운동연합회`를 결성해 헐값매각 반대에 적극 나섰고 한국디지탈라인 소액주주들은 코스닥위원회의 퇴출결정에 반대해 증권업협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옵셔널벤처스 소액주주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보유 소수지분을 모아 제 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소액주주 대표인 김모씨는 "소액주주들보다는 경영능력과 자본력이 있는 제 3자가 지분을 확보해야 옵셔널벤처스 경영정상화 및 코스닥 퇴출방지를 보다 추진력있게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합니다. 김씨를 중심으로 몇몇 소액주주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는 대상을 물색했습니다. 그 결과 최근 매각 가격과 조건을 비공식적으로 합의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대책위는 지분을 매입할 제 3자가 어느 곳인지 아직 밝히지 않은 상태이지만 합의내용에 따르면 매각가격은 주당 1440원이며 의결권 위임과 매매계약 미이행시 30%의 위약금을 지불하는 조건이라고 합니다. 현재 매매의사가 있는 주주들은 대책위원회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모씨와 개인적으로 주식양도약정서를 속속 체결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소액주주들은 말 그대로 소액의 지분만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회사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가 소액주주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소액주주가 직접 나서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옵셔널벤처스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은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죠. 김씨는 이번 건과 관련해 하루에 전화를 200여통 가까이 받는다고 합니다. 현재 7만주 정도의 옵셔널벤처스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김씨는 평범한 주주였지만 이제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그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한 소액주주는 인터넷게시판을 통해 "이번 옵셔널벤처스 사태가 부끄럼없이 마무리되면 국내 증시사상 최초로 피해 소액주주들이 기업을 정상화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옵셔널벤처스 사태는 소액주주뿐 아니라 증시 유관기관에게도 경종을 울린 사례로 이같은 일은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소액주주들이 겪은 물질적 정신적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속에서 적은 지분을 모아모아서 3자 매각을 통한 권리찾기와 기존 경영진 문책까지 발벗고 나선 소액주주들의 움직임은 신선한 시도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한편 이번 옵셔널벤처스의 대책위 움직임을 보는 소액주주들의 입장이 다소 엇갈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 정도 협상을 이끌어내기까지 대책위를 신뢰하고 적극 동참하면서 노고와 능력을 치하하는 주주가 있는 반면 따로 거액의 중개수수료를 챙기려는 속셈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는 주주도 있습니다. 또 어떤 주주는 아직까지 주식을 인수하겠다는 제3자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 상태라 주식을 양도해도 대금이 실제로 입금될지는 의문이라고 합니다. 정부당국의 실책으로 부서져버린 외양간을 고치러 나서면서도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있는 것이죠. 당국과 유관기관은 이제라로 이같은 소액주주들의 제 몫 찾기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때가 아닌가 합니다. 소액주주들의 순수한 움직임이 만에 하나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정책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옵셔널벤처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당국의 실수를 조금이라도 만회하는 길이기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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