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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2월부터 전국민 무료접종"…2조원 접종비·실행계획 2대 난제

세부 접종계획 지연 속 文 "전국민 무료 접종" 선언
60~70% 이상 접종 유도책 필요, 해외도 접종비 무상
접종비 2조원 재원조달 방안마련에 재정당국 골머리
"접종 백신 선택시 추가비용 부담 등 보완책 필요"
  • 등록 2021-01-11 오전 11:10:24

    수정 2021-01-11 오후 7:00:40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원다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을 전국민에게 무료로 접종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재원이다. 백신 수입에 2조원, 접종비 2조원 등 적게 잡아도 4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된다. 재정당국은 예산조달 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예비비나 건강보험기금에서 조달해야 할 상황이어서다.

그러나 건강보험기금에서 접종비 재원을 마련할 경우 결과적으로 보험료를 내는 건보가입자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어서 ‘무상접종’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뜩이나 코로나 위기대응으로 인해 재정이 악화한 상황에서 여유가 있는 중산층까지 무료로 백신을 제공할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있다. 접종하고 싶은 백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고가 백신은 별도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희망자들이 접종 장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백신 접종 시작한 미·독·중 등 재정으로 부담

11일 정부에 따르면 현재 확보한 코로나19 백신은 5600만명분으로 총 1억600만회 투입해야 할 물량이다. 다음달부터 본격 접종을 시작할 예정인데 아직까지 세부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구체적인 접종 계획을 1월 중 마련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확정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던 당초 일정보다 한달 가량 미뤄졌다.

접종 계획이 늦어진 것은 우선 접종 순위 여부와 함께 무료 접종대상을 어디까지 설정할지에 대한 고심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상 데이터가 부족한 어린이(10세 미만)를 제외한다고 할 경우 백신 접종 대상은 4762만명(2019년 기준)이다. 코로나19 백신이 통상 2회 접종해야 하고 올해 국가예방접종 시행비(1만9219원)를 단순 적용하면 소요될 접종비는 약 1조8300억원이다.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서라도 전국민 백신 무료 접종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이유는 ‘집단 면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11월까지 코로나 집단 면역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 60~70% 이상 접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백신 접종에 국민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무료’ 혜택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앞서 정치권에서도 무상 지원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말 “백신 확보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관문은 접종 효과의 극대화”라며 “정부와 국회는 긴급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하고 코로나19 백신 무료접종을 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나라들도 대체로 접종비를 개인 부담으로 지우지 않는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접종 비용을 투여자의 건강보험에 청구하도록 했다. 투여자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연방정부의 코로나바이러스구제법안(CARES Act)에 따른 보건복지부의 헬스케어보조금에 청구하도록 했다.

지난해 말부터 접종을 시작한 독일의 경우 독일에 거주지가 있는 모든 사람과 장기 또는 정기적으로 체류하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접종 대상자의 접종 비용이 무료다. 중국은 최근까지 코로나19 백신 900만회를 투여했는데 비용은 의료보험 기금과 재정으로 부담할 것이라며 무료 접종 방침을 확인한 바 있다.

내달부터 접종을 시작할 예정인 일본도 이미 전국민에 무료로 백신을 접종하는 내용의 예방접종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개정안을 보면 코로나19 백신을 임시접종 백신으로 제공하면서 접종 주체를 지자체로 규정하고 접종 비용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도록 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만큼 예산을 투입해 지원해야 한다는 게 의료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가예방접종사업 편입 시 백신비용뿐 아니라 대상자 접종비용을 모두 부담하는데 코로나 백신 접종도 현재 민간이 백신을 확보해 팔 수 있는 형태가 아닌 만큼 정부가 접종비까지 모두 지원해야 할 것”이라며 “백신비용과 별도로 접종비용에 대한 예산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코로나19 긴급현안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난 맞고 싶지 않은데” 접종비 지원 형평성 우려

그럼에도 무상 백신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는 재정부담 때문이다. 이미 백신 구매비용으로 1조30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모더나 백신(4000만회분) 구매를 위해 추가 예비비를 투입해야 한다.

여기에 2조원 안팎의 재정을 더 투입해 경제 여유가 있는 중산층까지 접종비를 지원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

올해 남아있는 예비비(목적·일반)는 3조8000억원 가량이다. 재난·재해에 대비하기 위한 예비비 특성과 추가 백신 구매비용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예비비로 접종비를 지원하기에는 쉽지 않다.

올해 국고로 9조5000억원을 지원한 건강보험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건강보험 재정은 2018년 적자로 전환하는 등 여건이 좋지 않다. 2조원 가량의 접종비를 건강보험이 부담할 경우 건강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강제성을 부여한 무상 접종 시 생길 수 있는 역효과 걱정도 있다. 일부 국민이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을 경우 신청 대상에 대해서만 접종비를 지원할 때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우려 등으로 접종하지 않겠다고 할 국민도 있을 것”이라며 “백신을 접종하는 국민에게만 접종비를 지원한다면 형평성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의료보험 체계에서 (무료 접종) 대상에 대해서는 재정으로 지원해야 한다”면서도 “백신 접종에 필수인 부분은 지원하되 접종시기를 늦추거나 자신이 맞고 싶은 백신을 선택코자 하는 대상에게는 접종비를 받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일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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