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곳에 휴게시설 없으면 ‘불법’…“공간확보 어려워”vs“여전히 좁아”(종합)

내일부터 모든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제도 시행
20인 이상 사업장 휴게시설 없으면 과태료 최대 4500만원 부과
온도·습도 등 기준 어겨도 과태료…50인 미만 사업장 1년 유예
경영계 “공간 확보 어려워”vs노동계 “면적 기준 협소”
  • 등록 2022-08-17 오후 1:47:28

    수정 2022-08-17 오후 9:28:14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내일부터 모든 사업장에서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된다. 50인 이상 사업장에 휴게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과태료 최대 4500만원이 부과될 수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1년간 법 적용이 유예된다. 다만 경영계는 공간 확보의 어려움을, 노동계는 최소면적 기준이 협소함을 토로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건설현장 화장실 및 편의시설 개선 촉구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내일부터 모든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고용노동부는 오는 18일부터 모든 사업장에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제도를 시행한다고 17일 밝혔다. 이에 모든 사업장은 근로자가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하는 설치·관리기준을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이번 의무화는 지난해 8월 17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개정 전에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제재 규정이 없이 휴게시설 설치에 관한 규정만 두고 있어 실효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규칙에는 사업주는 근로자들이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료=고용노동부 제공
개정법 시행에 따라 상시근로자 20명 이상 사업장(공사금액 20억원 이상 공사현장)과 청소원, 경비원 등 7개 취약 직종 근로자를 2명 이상 고용한 10인 이상 사업장은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1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고용부 장관이 정한 휴게시설 설치·관리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에도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휴게시설 미설치 시 1차부터 3차까지 각 1500만원씩 최대 4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며 “온도, 습도 등 관리 기준을 어길 시 1차 50만원에서 3차 500만원까지 합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 및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공사현장은 휴게시설 설치에 필요한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과태료 부과를 내년 8월 18일까지 1년간 유예한다.

고용부의 휴게시설 설치·관리 기준에 따르면 휴게시설의 최소면적은 6㎡,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는 2.1m 이상이어야 한다. 만일 근로자대표와 협의해 6㎡ 이상으로 정한 경우 해당 면적이 최소면적이 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노사협의를 했더라도 면적이 6㎡ 이하면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온도는 18~28℃ 수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냉난방이 갖춰져야 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휴게시설은 근무 장소와 명확하게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며 “업무공간과 휴게 공간이 같다면 휴게 시 외부 공간으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아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아파트 경비실의 경우 휴게실이라고 해놓고 상시 호출이 가능할 수 있다면 휴게시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20인 이상 사업장 휴게시설 없으면 과태료 최대 4500만원

또 정부는 휴게시설 설치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현장 등 취약 사업장도 휴게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건설현장의 경우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사용항목을 확대해 현장 휴게시설 설치 및 휴게시설 환경기준에 따른 설비 비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아울러 경영여건이 열악한 50인 미만(20인 미만 포함) 사업장에 대하여는 휴게시설 설치 및 비품 구비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산업단지 내 공동 휴게시설 설치 등을 위해 내년 예산으로 223억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사업장별 설치방안은 노사협의회,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노사협의체를 통해 마련하고, 이를 적용하도록 휴게시설 가이드를 통해 지도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제도의 현장 안착을 위해 18일부터 10월 31일까지 특별지도기간을 운영해 현장 기업의 휴게시설 설치 준비 및 이행상황을 점검한다. 특별지도 기간에 법 위반 사항이 확인된 경우, 먼저 사업주에게 개선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해 휴게시설 설치를 위한 시설공사 등에 필요한 시정기간을 부여한다. 다만 개선계획서 제출을 거부하거나 시정조치에 불응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즉시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김철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정책관(오른쪽)이 20일 오후 서울 강동구 길동 신동아1, 2차 아파트 재건축 현장을 찾아 근로자휴게실을 확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영계 “공간 확보 어려워”vs 노동계 “면적 기준 협소”

한편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에 대한 경영계와 노동계는 모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먼저 경영계는 휴게시설을 설치할 장소를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특히 독자 건물 등을 보유한 대기업과는 달리 임대료로 업무공간을 활용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휴게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사업장이 2만 곳에 달하는 상황에서 휴게시설 설치 지원 예산인 223억원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노동계의 불만도 적지 않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노동부는 시행령 적용 사업장을 규모로 차등을 두어 20인 미만 작은 사업장을 제외하고, 차별하고 있다”며 “열악한 휴게실의 고질적 문제는 좁다는 크기 문제로 최소면적 6제곱미터 기준만 있을 뿐, 적정한 휴게실 면적을 오로지 감독의 개인 재량에 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작업장에 설치하는 휴게시설은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여 업무상 사고나 질병 등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시설”이라며 “휴게시설 의무화 제도 시행을 통해 현장의 열악한 휴게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사업주들이 자발적으로 휴게시설을 설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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