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가 어려울수록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의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전경련의 일본 카운터파트이자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이 4일 한일 재계회의를 열고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시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만난 데 이어 양국 경제단체 간 연례행사가 3년 만에 열리며 전임 문재인 정부 내내 급속도로 경색된 양국관계가 협력·우호 관계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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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과 게이단렌은 1982년 한·일 재계회의를 출범, 이듬해인 1983년부터 정례화했다. 그러나 2019년 일본에서 열린 이후 일제의 강제징용 소송 배상 판결에 따른 경색된 양국관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중단됐다. 양측은 내년 도쿄에서 제30회 한·일 재계회의를 열기로 이날 합의했다.
경제단체 맏형 격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도 오는 11월 부산에서 한·일 상의 회장단 회의를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양국 간 상의 회장단 회의가 부산에서 열리면 2018년 중단된 이후 5년 만에 두 단체 간 교류가 재개되는 것이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민간위원장이기도 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겸 SK그룹 회장은 최근 부산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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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의로 전경련이 부활에 한 걸음 더 다가선 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016년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 이후 탈퇴한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이 이날 재계회의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다. 한국 측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해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 등 20여 명의 기업인이 참석했다. 일본에서도 히가시하라 토시아키 히타치제작소 회장, 야스나가 타츠오 미쓰이물산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이 참여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 신문·교도통신 등 일본 주요 언론이 직접 현장을 찾아 취재했다”며 “일본 여론도 양국 재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