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1000원' 시대 열렸다…주류업계 '환영' vs 자영업자 '불만'

정부 "소매업자, 주류 구입가보다 할인 판매 돼" 안내
경쟁 유도해 가격 인하 노려…내수 활성화도 도모
경영난 속 주류 수익 의존하는 음식점엔 실효성 '글쎄'
"자영업자 경쟁 내몰아 술 값 낮추는게 맞냐" 불만도
  • 등록 2023-08-01 오후 3:33:19

    수정 2023-08-01 오후 7:34:18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앞으로 마트와 편의점 뿐만 아니라 음식점에서도 주류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최근 ‘주류 소매업자는 주류를 구입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할인해 판매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다. 소매업체 간 자율 경쟁을 통해 주류 가격 인하를 끌어내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따라 할인 행사 등 다양한 마케팅이 가능해진 만큼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할인판매가 가능해져 주류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 소비자들 역시 저렴한 가격에 주류구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 속 주류 수익으로 근근이 버텨오던 음식점들엔 사실상 실효성 없는 조치란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소주 1병은 6000원, 맥주 1병은 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주류 할인 판매, 어떻게 가능해지나

1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말 한국주류산업협회와 한국주류수입협회, 한국수퍼체인유통사업협동조합 등 국내 주류 관련 5개 단체에 ‘주류 거래 시 지켜야 할 사항’이라는 안내서를 통해 “소매점, 음식점 등 주류 소매업자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주류를 구입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할인해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 따르면 주류 소매업자는 구입가 이하로 주류를 판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류 제조·도매업자가 점유율 확대 등을 목적으로 소매업자에게 구입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토록 한 뒤 손실액을 보전해주는 등 편법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내수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주류 시장 유통 및 가격 경쟁을 활성화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할인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밝혔고 국세청이 후속 조치로 ‘정상적인 소매업자의 주류 할인 판매’는 허용하겠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국세청은 추후 관련 고시 개정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명확화 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주류 가격 할인의 예시도 명시했다. 예를 들어 소주 1병 5000원에 판매하더라도 4인 이상 방문시 1병 4000원에 판매가 가능하고 △신메뉴+소주 1병 주문시 5000원 할인 △저녁 10시 이후 소주, 맥주 반값 할인 △백화점 인기 와인 할인(40~60%) 행사 △맥주 6캔 번들 평일 1만3500원, 주말(금·토·일) 1만2000원 △제휴사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5% 할인 등이다.

통상 국내 주류 제조업체의 소주(330㎖ 병 기준)와 맥주(500㎖ 병 기준) 공장 출고가는 각각 1100원, 1200원 수준으로 도매업자를 거쳐 소매업자에 공급되는 가격은 1500원대 안팎이다. 정부의 이번 유권해석으로 소매업자는 선택에 따라 소주와 맥주를 1병에 1500원 이하에도 판매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주류가 진열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주류업계 일단 환영…자영업자 “가뜩이나 어려운데 누가 가격 내리나”

주류업계는 소비자들의 주류 가격 부담을 줄이겠다는 궁극적 취지에 공감하면서 주류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주류 관련 마케팅은 ‘거래액의 10% 이내 경품을 제공’하는 등 제한적이었지만 이번 국세청의 유권해석에 따라 마트와 편의점 등 대형 소매업자들을 중심으로 큰 폭의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은 할인이나 경품 등 혜택을 통해 주류 소비에 대한 부담이 줄일 수 있고 주류업계 입장에선 이를 바탕으로 주류 소비를 촉진 시킬 하나의 방안이 생긴 셈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규제 일변의 주류 산업에서 자율적인 가격 경쟁을 일으킨다는 것만으로도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만 하다”면서도 “주류 소비 촉진이 국민 건강 측면에서 옳은 방향인지, 또 할인 행사 등을 할 여력이 없는 소상공인들에 자칫 불평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부작용은 정부가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치솟고 전기료 및 인건비, 임대료 등 제반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일반 음식점들의 경영환경은 극악에 내몰린 상황. 음식값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가 높다 보니 주류 가격을 올려 버티는 음식점들이 적지 않았다.

종로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A씨는 “기존에도 소주 1병에 2000~3000원에 팔 수 있지만 대부분 5000~6000원에 팔았다”며 “현재같은 영업환경에서 어느 자영업자들이 주류 가격을 낮춰 판매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서대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는 “임대료, 인건비에 식자재 비용까지 부담은 커질 대로 커졌지만 음식값을 올리면 손님이 끊기니 그나마 술값을 올려 버티는 것이지 폭리를 취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런 마당에 자영업자들끼리 경쟁을 붙여 술값을 낮추려는 게 맞느냐”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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