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예정정비를 위해 가동을 중단했던 원자력발전 3기를 조기 가동하고, 탈석탄 정책으로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던 석탄화력도 풀 가동하며 전력을 확보한 덕이었다. 하지만 전력 운영에 대한 대응 미흡과 앞으로 에너지 정책에 대한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력대란` 없었다 하지만…원전·석탄에 손 벌린 정부
일단 우려했던 전력 대란은 없었지만, 급해진 정부가 원전과 석탄발전에 손을 벌리자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전력 수급 우려가 확산한 것은 정부가 근본적으로 수요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올해 전력 수요 피크인 8월 2주차 전력공급능력을 9만9174㎿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대비 1223㎿ 증가한 것으로 폭염에 따른 냉방수요 증가와 경기 회복 영향 등에 따른 것이다.
전력 수요가 이처럼 늘었지만 정부는 전체적으로 올해 전력 수요를 낮게 전망했다. 지난해 말 발표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올해 전력 수요를 지난 2017년 8차 계획보다 0.8GW 줄어든 95.2GW로 예상했었다. 경제가 성숙단계로 접어들면서 전력 수요도 줄어드는 선진국 경향을 반영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원전 운영·가동과 관련해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여름철에 상당수 원전이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는 점은 전력수급 운영상 앞으로도 되짚어봐야 한다”며 “전반적인 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지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탄화력 발전에 대한 새로운 운영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노후석탄화력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고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신규 석탄 발전설비를 늘리는 게 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발전효율 떨어지는 태양광·풍력, 현 기술력으론 한계
투입 에너지 대비 발전량 효율을 뜻하는 발전효율을 태양광과 풍력에 적용하면 각각 연평균 10%, 24% 안팎에 불과하다. 수력발전이 90%, 화력발전이 50%대임을 고려하면 과연 태양광과 풍력은 현재 기저전원으로서 함량 미달이다. 태양광은 남미의 페루처럼 하루 평균 일조시간이 한국보다 약 2배 많은 5~7시간 이상이어야 경제성도 발생한다.
우리나라처럼 산지가 더 많은 국토의 특성상 산을 깎아 나무를 베어낸 후 그 자리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산사태 우려는 물론 태양광패널 성능이 지금은 20년 안팎이어서 기술이 진보하지 않는 한 경제성을 담보할 수 없다. 산업부는 “현재 태양광 모듈효율은 20% 수준이나 2050년에는 34%로, 지금보다 70% 이상 향상할 것”이라고 예상하며 “발전원가가 하락하고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재생에너지 투자가 증가하면 잠재량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 여름 전력 피크시간대 태양광 발전 비중은 9.2%로 추산했다. 여전히 원전과 석탄발전을 대체하기란 부족하다. 산업부는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전체 발전량은 1226.5GWh였는데 태양광은 9.2%인 112.7GWh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추계치일 뿐 여전히 태양광 발전량에 대한 계량화한 수치가 없어 정확한 통합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태양광과 풍력의 특성을 고려하면 현재 기술로는 원전 등 다른 에너지원이 없는 탄소 제로(0)는 불가능하다”며 “에너지 특성과 에너지 믹스(Energy Mix)를 이해하고 종합적으로 추진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탄소 제로로 가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