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 구조·안전불감증·소방력 부족…제천참사는 땅 위의 세월호

소방합동조사단, 현장감식결과 발표
"여자사우나, 방화구획 안돼있는 엘레베이터·종업원 전무"
"골든타임 놓쳐 내부 진입 시도 못해 아쉬워"
종합적 재발방지대책 마련 예정
  • 등록 2018-01-11 오후 2:36:03

    수정 2018-01-11 오후 2:36:03

지난해 12월 화재가 발생해 29명의 사상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모습.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29명의 희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와 시민들의 안전불감증, 소방력 부족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참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청은 11일 내외부 전문가 24명으로 구성된 소방합동조사단이 조사총괄, 현장대응, 예정제도, 상황관리, 장비운용 등 5개 반으로 나눠 17일간 현장감식한 결과를 발표했다.

소방합동조사단은 “필로티 건물의 취약성과 건물주의 소방안전관리 부실, 신고와 대피의 지체, 초기 소방대응력의 역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사고”라고 밝혔다.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1층 천장에서 발화한 화재는 불붙은 단열재가 대량으로 일시에 차량 위로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주차차량 16대로 옮겨붙어 확대됐다. 특히 필로티 건물의 취약한 구조로 인해 불과 4~5분 만에 화염과 유독가스가 전층으로 퍼졌다는 설명이다.

소방합동조사단 관계자는 “2층 여자 사우나는 방화구획이 잘 안돼 있는 화물용 엘레베이터실과 파이프덕트 등을 통해 화염과 농연이 곧바로 유입돼 화를 키웠다”며 “당시 사람들을 대피할 수 있도록 도울 종업원이 없는 상태였고 2층 목욕탕 내에서는 비상경보음도 잘 들리지 않아 대피시기가 늦었다”고 설명했다. 또 비상통로에는 선반이 설치돼 장애물로 작용했고 비상문조차 폐쇄돼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7층과 8층에서 발생한 사망자들은 밸브를 차단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데다 배연창은 수동 잠금장치로 고정돼 있어 배연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피해를 키웠다고 덧붙였다.

소방대원들이 희생자들을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부분도 시인했다. 합동조사단 관계자는 “CCTV 녹화자료와 목격자, 소방대원들의 증언을 종합 분석한 결과 진압대원 4명이 포함된 소방 선착대는 건물내부로 진입해 구조활동을 전개하거나 전방위로 확대되는 화재를 감당하기엔 너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냉정한 상태에서 판단할 때 노출된 위험이나 소수의 인명구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해 짧은 골든타임 동안 내부진입 시도조차 하지 못한 점은 너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상황실과 연락이 이뤄지지 않아 현장에서 지시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휴대전화를 사용해 화재조사관에게 2차례, 지휘팀장에게 1차례 전파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동시에 다수인 전파가 가능한 무선통신 대신 특정인 사이 휴대전화 방식은 매우 부적절했고 그 결과 출동 중이던 구조대에는 동일 내용이 전파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논란이 됐던 2층 유리창 파괴가 늦어진 경위와 관련해선 “소방서장은 1층 주차장 차량 연소로 인한 복사열이 생각보다 심해 사다리를 거치시키기가 불가능하고 복사열이 심한 상태에서 내부 농연이 뿜어져 나오면 외벽 불씨와 결합, 화염으로 변화해 화재가 건물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며 “화세와 복사열을 어느 정도 제압한 후 진입하려다보니 결과적으로 구조가 늦어졌다”고 파악했다.

결국 이번 참사는 한가지 요인이 독립적으로 작용한 게 아닌 여러 요인들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소방당국은 향후 지휘관의 역량 향상과 소방활동의 근원적 여건 개선, 건축물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근본적이고 종합적 재발방지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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