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보자"…일부 팬 티켓구하기 '007작전' 나섰다

15일 서울시향 정기연주회 현장 가보니…
'청년쇼팽' 조성진 협연에 2400석 전석 매진
시향 측 평소 1시30분 전 매표소 문 열고
혹여 못볼까…미리 출동한 팬 일사불란
공연 끝난 후 출연진 출구장 팬 몰리기도
이달말 마린스키 축제차 러시아로 출국
  • 등록 2016-07-19 오후 12:15:00

    수정 2016-07-19 오후 1:16:49

15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위쪽)이 쇼팽 협주곡 1번을 협연한 뒤 객석을 바라보고 있다. 아래 사진은 공연 시작 1시간 30분 전 콘서트홀 로비. 지난 2월 들뜬 모습과 달리 차분한 분위기다(사진=서울시향·김미경기자).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장면 하나. 휴대폰을 든 한 여자가 고개를 이리저리 돌린다. 건너 편 누군가를 포착하더니 “혹시 분홍색 원피스 입으신 분?”하더니 인사를 나눈다. 곧장 흰 봉투에서 표를 꺼내 보이면서 “두 번째 좌석이에요. 좋은 소리는 못 듣겠지만 얼굴은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 거예요”라며 흐뭇해한다. 표를 건네받은 여자는 “아이고, 감사합니다”하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장면 둘. 친구로 보이는 두 여성이 매표소를 나서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한 친구가 가슴에 손을 얹는 시늉을 보이며 “어휴 심장이야. 예매표 꼼꼼히 확인한다고 해서 심쿵했는데 다행이 별 문제 없었어”하고 친구를 향해 웃는다.

○장면 셋.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이 수화기를 꺼내들더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갑자기 괴성을 지르더니 “꺅! 엄마! 나 조성진 표 구했어. 공연장에 나서길 잘 했지. 드디어 보는구나. 으하항.”

일부 팬들은 머리를 말끔히 자르고 무대에 오른 조성진을 보자마자 아쉬워했다. 집중해 힘차게 타건할 때마다 머리칼이 휘몰아치는 모습을 볼 수 없어 팬들은 안타까워했다.
지난 15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 이날 오후 8시 피아니스트 조성진(22)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의 협연을 앞두고 두 시간여 일찍 찾은 공연 장내 모습은 ‘007작전’을 방불케 했다. 우려했던 ‘조성진의 난’(亂)은 없었지만 일찌감치 2400석이 매진된 만큼 암암리에 암표가 거래되고 있었다.

미리 온라인 재판매 사이트나 개인 직거래를 통해 매진 표를 구한 일부 조성진 팬들은 티켓 수령시 예매자명, 예매번호 등 예매자 정보까지 살핀다는 것을 감안해 현장에서 직접 표를 건네 받는 식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다만 이날 현장은 2월 쇼팽국제콩쿠르 입상자 갈라콘서트 때와 달리 들뜨고 어수선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우려했던 ‘조성진의 난’(亂) 없어…MD 상품·사인음반 완판

서울시향은 7만원짜리 티켓이 5~7배 치솟는 등 암표가 기승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례적으로 6시30분부터 매표소 문을 열었다. 수차례 문자로 공지를 받은 관람객들은 평소보다 일찍 콘서트장을 찾아 여유 있게 티켓을 미리 배부 받고 입장하는 등 조용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예술의 전당 측도 일찌감치 평소 2배인 8명의 경비인력을 배치했지만 극성팬 소동이나 안전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팬들은 조성진 관련 상품 구입하며 애정을 드러냈다. 당초 조성진의 사인회를 준비했다가 안전을 문제로 취소한 음반사는 대신 준비한 사인 음반(도이치그라모폰 발매) 157장을 풀자마자 동이 났다. 아이돌 그룹 공연장에서나 만나볼 법한 머천다이징(MD) 상품까지 등장했다. 조성진 사인이 담긴 오선노트와 연필 등 400개 패키지 물량도 판매 1시간이 되지 않아 완판됐다. 서울시향이 준비한 프로그램 북 330부도 당연히 모두 팔렸다. 평소 서울시향 정기공연 때 팔린 수량의 2배 수준이다.

이날 1부 공연에서 조성진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일부 객석에서는 ‘꺅’하며 비명을 쏟아냈다. 조성진이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연주를 시작하자 공연장은 금세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지만 연주가 끝나기도 전에 박수가 쏟아지기도 했다. 앙코르 곡으로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5번 ‘사라방드’를 들려줬다.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한 수십여명의 팬들은 공연장 로비에 서서 폐쇄회로(CC)TV로 중계되는 연주를 시청하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1부 조성진의 연주가 끝난 뒤 만석이었던 객석은 2부가 되자 빈자리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일부 관객은 무대에 피아노가 치워지고 조성진이 등장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서 2부 연주 도중에 퇴장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이 나서는 출입구 쪽에는 조성진을 보려는 팬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조성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뿔뿔이 흩어졌다. 관리인 한 관계자는 “조성진은 2부 공연이 끝나고 지휘자와 서울시향 단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일찌감치 출연진이 나서는 문 옆 출입구를 통해 이미 밖으로 빠져나갔다. 어머니와 함께 동행해 바로 주차돼 있던 차량에 올랐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서울 집에서 휴식을 취한 뒤 7월 31일 ‘제1회 마린스키 극동 국제 페스티벌’ 연주 일정에 맞춰 러시아로 출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확정된 국내 연주 일정은 없다. 조성진 공식 사이트를 보면 내년 3월까지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연주회를 연다. 클래식 관계자는 “국내 기획사, 교향악단 등이 조성진의 공연을 유치하려면 일러야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1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에 움집해 있는 관객 모습
15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협주곡 1번을 협연하고 있다(사진=서울시향).
15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정기연주회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협주곡 1번 연주를 마치고 객석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서울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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