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논란 부른 ‘사전위탁제’…‘아동 쇼핑’ 되지 않으려면

文, 18일 기자간담회서 '입양아 교체' 발언 논란
靑 "사전위탁제 염두 발언"…여당도 법제화 언급
입양부모 위주 '아이 고르기' 변질 우려 제기
전문가 "공적 틀 강화해 아동 중심 체계 마련해야"
  • 등록 2021-01-20 오전 11:00:00

    수정 2021-01-21 오전 9:06:34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아동학대 방지대책으로 입양 허가 전 아이를 미리 양육하는 방안을 언급한 가운데, 여당에서도 현행 입양제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겠다며 ‘사전위탁보호제도’ 법제화에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해당 제도가 대통령의 발언처럼 ‘입양을 취소하고 입양아동을 바꾸는’ 부모 위주 제도로 변질되지 않고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적 개입 강화와 아동보호를 우선으로 한 입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사전위탁제 법적 근거 마련되나…‘아동 고르기’ 조장 우려도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고(故) 정인(입양 전 이름)양을 언급하며 아동학대 해법으로 입양을 전제로 아이를 미리 위탁하는 ‘사전위탁보호제도’ 입법화 방안을 꺼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입양 신청부터 입양허가까지 평균 소요시간은 265일 정도로,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길어진 입양절차로 인해 예비부부와 아동의 애착 관계 형성이 어렵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이에 입양이 확정되기 전 양부모의 동의하에 사전위탁보호가 관례적으로 활용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입양 전 위탁 보호된 아동은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2012년 13명에서 2015년에는 185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입양특례법은 ‘법원이 입양을 허가했을 경우에만 아동을 인도할 수 있다’고 규정, 현행법상 입양 전 위탁 방식은 위법 소지가 있다. 이처럼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이 사전위탁이 이뤄질 경우 정식 입양 전 단계에서 아동 보호가 적절하게 이뤄지기가 어려워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이러한 입양제도 보완을 요구한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9일 입양 제도 보완을 위해 사전위탁제도 의무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입양 전 6개월간 예비 입양아동을 예비부모 가정에 위탁해 모니터링, 사후관리, 평가를 통해 아동을 보호하고 안정적 입양을 돕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양을 전제로 가정위탁을 시행했다가 예비 양부모가 입양 절차 진행을 중단하고 아이를 교체하는 등 ‘아동 고르기 목적’으로 제도가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017년 20대 국회에서 입양 전 사전위탁 규정을 추가한 입양특례법 개정안이 발의됐을 때 법무부는 “사전 위탁은 ‘아동 쇼핑’을 조장할 수 있고, 이런 경우 아이에게 큰 상처가 남게 되므로 도입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도 개선을 언급하며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 (하는) 여러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해 나가면서 입양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입양아 바꾸기’를 하자는 것이냐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13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양의 사진이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모 아닌 아동 중심 체계 마련해야”…공적 틀 강화 목소리↑

현재 입양 신청부터 예비 입양부모 상담과 최종 입양 결정 등 절차 전반은 민간 입양 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입양 전 위탁 결정 역시 양부모의 허락하에 입양기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정인이 사건’ 가해자인 양부모도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에서 사전위탁보호 의사를 물었지만, 원하지 않는다고 해 바로 입양 절차를 밟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 위주가 아닌 아동 위주로 예비가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전위탁 결정을 입양기관이 아닌 공공에서 함으로써 공적 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가 차원 개입을 통해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입양가정 모니터링’이라는 목적이 더 강조돼야 한다는 것.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전위탁보호제가) 부모가 아이를 키워 보고 맞지 않으면 돌려보내는 식의 부모 중심 제도여서는 안 된다”며 “공공에서 사전위탁제도를 통해 부모와 가정을 모니터링하고 최종적으로 입양 허가를 내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입양에 대한 예비양부모의 적합성을 시험하기 위해 공공에서 입양 전 위탁기간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입양 전 가정위탁인 ‘시험양육’ 여부를 법원에서 결정한다. 또 입양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아동청에서 국가 차원으로 수행한다. 영국도 양부모 될 자에 대한 적격성 심사 등을 전부 공공입양기관에서 맡고 있다.

노 교수는 “유럽은 모든 입양절차를 공공에서 주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마지막 입양허가 결정 외에 모든 것을 입양기관에서 주관한다”며 “아동보호와 입양부모 적격심사는 공공에서 맡고, 민간기관은 입양부모 교육을 맡는 등 역할을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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