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스포츠카 회사를 다녔지만, 흔히 말하는 카가이(car guy)가 아니다. BMW의 숫자들이 무엇을 말하는지, 벤츠의 클래스 이름들이 뭘 뜻하는지도 전혀 몰랐다. 입사 후 그저 매일매일 자동차 구석구석을 고민하다 보니 ‘이게 왜 여기에 붙어 있는 건가’ 싶은 궁금증이 생겼고, 그걸 하나둘 들춰가면서 쌓아온 자료들이 책으로 엮여 나왔다.”
너무 솔직한 걸까. 독일 포르쉐(Porche)에서 자동차 UX(사용자 체험) 디자이너로 일했던 저자의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은 그가 공부한 자습서에 가깝다.
책은 자동차에 대한 이런 사소한 궁금증들에서 출발한다. 대중적인 인공물 중에서 사람이 직접 만지고 움직이는 거대한 기계는 자동차가 거의 유일하다. 자동차라는 공간 안에서 지난 100여 년간 이어진 인터페이스의 역사는 바로 인간과 자동차가 어떻게 더불어 지내왔는지를 이해하는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되어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동차 회사에서 겪은 저자의 경험담은 덤이다. 7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가 사용자 경험 분야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저자는 책 서두 지은이의 말을 통해 “기계이면서 공간이고, 도구이면서 생활 방식인 자동차가 백년 동안 지지고 볶아온 흔적이 모인 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란 물건”이라면서 “지금은 자동차가 전기화, 디지털화하는 대격변기에 놓여 있으니 과거의 변화들을 돌아보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적었다.
대시보드, 글러브 박스, 컵홀더 등의 어원과 유래, 계기판 속도 눈금이 반원 형태로 새겨진 이유 등에 관한 깨알 지식도 얻을 수 있다. 에어컨, 시가잭, 터치 스크린과 디지털 열쇠까지 당연히 여겼던 자동차 구석구석의 비밀을 탐구한다.
클래식 자동차에서 수퍼카까지 다양한 자동차와 실내외 디자인의 디테일이 컬러 사진과 함께 수록됐다. 차를 좋아한다면 놓칠 수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