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파싸움에 조선 망해”…野공천 내홍에 흔들리는 천안 민심[르포]

‘민주당 우세’ 충남 천안서 시민들 만나보니
與, 공천 긍정 평가…‘여사 리스크’는 계속
“선거 끝나면 與는 영남, 野는 호남만 챙겨”
재개발·GTX연장 등 현안 해결 목소리도
  • 등록 2024-03-07 오후 3:04:39

    수정 2024-03-07 오후 7:15:58

[천안=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당파 싸움에 조선이 망했잖아요. 지금 민주당이 딱 그 꼴이에요.”

충남 천안에서 평생을 살아온 택시기사 안영환(66)씨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상황에 대해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전통적으로 진보 정당의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이지만, 민주당의 공천 파동과 충청 홀대론에 지역 민심의 이반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내세운 천안 지역 후보들도 낙후된 지역을 살릴만한 전문가나 영향력 있는 인물이 없어 선거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이었다.

지난 4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천안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들이 운집한 가운데 국민의힘 현수막과 더불어민주당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野우세 천안…野는 ‘공천 리스크’·與는 ‘여사 리스크’

지난 4일 천안 중앙시장·불당동·백석동 등에서 만난 시민들은 현재 민주당 공천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자영업자 박태우(62)씨는 “이재명(민주당 대표)이 자기 마음대로 주변 사람들 꽂아 넣고 있지 않냐”며 “그런데도 천안이 민주당을 선택하면 실망이 클 것 같다”고 했다. 천안에서 평생을 살아온 김모(76)씨는 “이재명은 옳은 소리하는 사람은 다 쫓아내고 간신들만 주변에 둔다”며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을 뽑았는데 후회된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은 대표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지난 총선에서 천안 갑·을·병 지역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다만 국민의힘도 해볼 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천안을·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졌지만,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천안갑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8.41%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박상돈 천안시장이 민주당 후보를 15%포인트 넘는 격차로 따돌리고 당선되기도 했다.

천안 시민들은 국민의힘 공천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무색무취라는 비판도 있었다. 가게 앞 청소를 하던 음식점 주인 박모(47)씨는 “한동훈(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정하게 공천을 잘 하고 있다”면서도 “현역 의원들이 자기 기득권을 지키려는 모습은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강모(52)씨도 “민주당에 비하면 100점을 주고 싶다”면서도 “눈에 띄는 인물이 없긴 하다”고 평가했다.

이른바 ‘김건희 여사 리스크’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을 비토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출근길에 만난 A(33)씨는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당시에 공정을 앞세우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같은 분을 엄격히 수사했지 않은가”라며 “동일한 잣대로 자신의 부인에 대해 사과하고 독립적 수사도 지시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직장인 서모(44)씨 역시 “특검을 피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는데 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을 막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 찾은 천안 중앙시장에 상인들이 장사 준비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김형환 기자)
‘충청 홀대론’ 불만…지역 현안 해결 목소리도

이른바 ‘충청 홀대론’을 주장하며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중앙시장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57)씨는 “맨날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이 와서 시민들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데 선거 끝나면 입을 쓱 닦는다”며 “국민의힘은 영남, 민주당은 호남만 챙기지 누가 충남을 신경쓰나”라고 강조했다. 70대 전모씨는 “대통령이 충청 출신인데 무슨 지역발전에 도움을 줬냐”며 “천안 정치인 중 힘 있는 정치인도 없고 답답할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지역 현안 문제 해결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다. 교육 관련 공약,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천안 연장 관련 공약, 재개발 관련 공약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아이를 통학시키던 이모(41)씨는 “천안이 서울보다 교육 인프라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치적 선호는 없지만 교육 쪽 공약을 잘 내는 후보를 선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천안역 근처에서 만난 김모(72)씨는 “여기 낙후된 곳이 많은데 재개발 속도가 더디다”며 “재개발 확실하게 밀어붙일 추진력 있는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천안 지역 여야 대진표는 완성되지 않았다. 천안갑의 경우 국민의힘에서는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을, 민주당은 현역 의원인 문진석 의원을 단수공천했다. 천안을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로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이정만 전 대전지검 천안지청장이 경선을 진행하고 있고 민주당 후보로는 이재관 전 대전시 행정부시장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성범죄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박완주 무소속 의원의 출마가 변수다. 천안병 국민의힘 후보로는 신진영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이창수 국민의힘 중앙당 인권위원장이 경선을 치르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현역 의원인 이정문 의원이 본선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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