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데자뷰’…반중 정서, 대선판 영향주나

2002년 동계올림픽 김동성 금메달 강탈에서 미국 여중생 압사 사고까지
반미 감정 고조로 첫 '촛불시위' 이어져…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에 영향
MZ세대 중심 반중 감정 노골화…대선 한 달 젊은 층 표심으로 연결 관심
  • 등록 2022-02-08 오후 3:39:43

    수정 2022-02-08 오후 9:05:49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지난 2002년 2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은 한국 사회를 변화시키는 불쏘시개였다. 당시 쇼트트랙 남자 1500m에 출전한 김동성은 미국 대표팀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금메달을 놓쳤다. 이를 계기로 우리 국민의 반미 정서에 불을 댕겼다. 부글거리던 반미 감정은 그해 6월 폭발했다.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케이시에서 발생한 미군 여중생 압사 사고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우리 국민이 미국에 반대하는 첫 촛불시위로 이어졌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일 중국 베이징 셔우두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얼음에서 미끄러지고 실격으로 모두 예선탈락 하면서 기대했던 메달 수확에 실패했다. 사진 위부터 여자 500m 준준결승에서 최민정이 땅을 치며 아쉬워 하고 있다. 남자 1000m 준준결승에서 경기도중 넘어져 중국 우다징에게 왼손을 날에 찍혀 괴로워하고 있는 박장혁,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한국의 에이스 황대헌이 논란의 실격 처리를 받은 뒤 황당해 하는 한국 코칭스태프의 모습.(사진=연합뉴스)
‘20년 전 데자뷰’ 베이징 동계올림픽…반중 정서 ‘기폭제’

정확히 20년이 지난 지금 베이징에서 쇼트트랙 편파 판정으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김동성 금메달 강탈 사건과 닮은꼴이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개회식부터 반중 감정을 자극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개회식에 등장한 한복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으로 표현돼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7일 날아든 중국의 쇼트트랙 편파 판정으로 반중 감정은 더욱 끓어오르고 있다.

10~30대까지 MZ세대를 중심으로 온라인상에서의 반중 감정은 더 노골화하고 있다. 이번 편파 논란 등을 둘러싼 국민적 감정이 특정 국가 국민에 대한 폭력적인 인종차별로 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도 나온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의 반중 정서가 대학의 중국인 유학생 증가, 2019년 홍콩의 민주화 운동 등으로 커졌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올림픽 편파 판정이 반중 감정으로 확산하면서 대선 구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월터 쇼렌스타인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은 지난해 10월 미 비영리재단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한국의 20~30대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한국 대선에 미칠 영향을 자세히 관찰할 것”이라고 했다. 신 소장은 “젊은 층의 반중 감정은 보수 진영에 유리할지도 모른다”며 정치인들이 젊은 층으로부터 지지받는 현상을 주목하겠다고 했다.

지난 2002년2월21일 김동성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아이스센터에서 열린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결승에서 우승했지만 진로 방해로 실격되자 안토 오노(오른쪽)가 기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 달 남은 대선…정치권, ‘오심 서사’ 이용할 지 관심


실제로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여야가 이번 베이징올림픽의 ‘오심 서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할지 관심이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쇼트트랙 ‘편파판정’ 논란에 대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판정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이날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 선수들의 분노와 좌절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며 유감을 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쇼트트랙 편파판정으로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을 도둑맞았다”고 했고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올림픽 정신이 훼손되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의 ‘일본계 미국인’ 안톤 오노의 금메달 강탈 사건은 우리의 민족주의를 불타오르게 하는 좋은 소재였다. 정치권에서는 “2002년 김동성의 금메달 강탈과 한·일 월드컵 붉은 악마의 영광, 미군 여중생 압사사건이 없었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올림픽은 겉으론 순수한 스포츠 제전이지만 늘 이렇게 정치 한복판에서 휘청인다. 대통령 선거 한 달 전이다. 반중 정서에 영향을 받으면 대선에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이미 단순한 스포츠 대회로 볼 수 없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베이징동계올림픽으로 중국의 문화 공정이나 편파 판정 이슈가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며 “반중 정서가 대선 판도를 뒤흔들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친중 성향의 후보나 정당에게는 이번 반중 정서 확산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사람 맞아?…가까이 보니
  • 상큼한 'V 라인'
  • "폐 끼쳐 죄송"
  • 아슬아슬 의상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