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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헤 유럽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미국의 IRA는 우리가 국가보조금 제도를 어떻게 개선하고, 새로운 글로벌 환경에 맞게 적용할지 재고하게 한다”며 “IRA에 대항하기 위해 공공투자를 쉽게 할 수 있도록 우리의 규칙(국가보조금 제도)을 개편하고, 녹색기술로 전환을 위한 추가 재정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RA가 불공정경쟁을 초래하고 시장을 폐쇄하거나 주요 공급망을 해체할 위험이 있다”면서 “EU는 경쟁의 장을 재조정하기 위해 국가보조금 틀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IRA로 인해 유럽의 산업기반이 모두 미국으로 쏠릴 우려가 커지자 유럽 역시 보조금 카드를 꺼내 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IRA는 미국 내 투자한 기업에 한정해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유럽기업들을 미국으로 끌어모으고, 자동차제조업체부터 녹색기술업체까지 유럽기업들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 기술발전이 급격하게 이뤄지는 상황에서 보조금 지급을 막는 카드로는 유럽 내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왔다. EU가 지난 1일 유럽 내 반도체 생산시설에 430억유로(약 59조원)를 투자하는 EU반도체법(Chips Act)에 합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미-EU IRA 관련 논의 앞두고 법 개정 압박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발언은 IRA가 주된 안건이 될 5일 미·EU 무역기술위원회 회의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다분히 미국의 IRA 개정을 압박하기 위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 자리에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장관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통상 담당 수석부집행위원장,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 등 산업·통상 수장 등이 모두 참석한다. 미국과 EU간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보조금 경쟁의 위험을 인지한듯 “미국과 무역전쟁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쟁과 협력은 동전의 양면이다. EU는 미국의 IRA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