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병원은 심장병을 앓고 있는 필리핀 청각장애아 ‘걸리’의 1차 수술과 2차 시술을 모두 마치고 최근 귀국했다고 15일 밝혔다.걸리의 시술 비용은 세종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호 부장이 후원자를 직접 섭외, 이루어 졌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온 ‘걸리(Gyrlie Rexie, 8)’는 태어날 때부터 심장질환과 와우질환이 있었다. 이러한 까닭으로 걸리는 호흡곤란과 발육부진 등의 문제를 겪었으며,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언어를 구사하지 못했다. 하지만 걸리 가족의 월 소득은 일용직 전기기술자인 아버지가 벌어오는 20만원 가량으로 의 어려운 집안형편 때문에 수술을 받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딸의 고통을 지켜봐 온 어머니는 선교사를 통해 한국 병원에서 무료로 심장병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한국선의복지재단이 진행하는 ‘해외 심장병 어린이 무료수술’ 사업에 지원했다.
걸리 역시 심부전이 있었지만 치료시기를 놓쳐 검사 당시 심한 폐동맥고혈압이 나타나 치료가 불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치료를 맡은 소아청소년과 김성호 부장은 걸리가 폐동맥고혈압이 심해 동맥관을 한번에 막을 경우,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2차로 나눠서 막기로 결정했다.
세종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호 부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소아심장 전문의로 지난 달 제주 한라병원에서 긴급 이송된 ‘심실중격결손이 없는 폐동맥폐쇄’를 앓고 있는 신생아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김 부장은 2013년 5월 1차 수술을 무사히 마쳤으며, 걸리의 가족이 2차 시술 후원을 받는 것에 어려움을 겪어 이를 망설이는 모습을 보고, 그 필요성을 설득했다. 뿐만 아니라 걸리와 가족이 2차 시술을 포기하지 않도록 직접 후원자 발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을 받은 걸리는 “심장수술을 받고 나서 건강해진 몸으로 친구들과 함께 뛰고, 공부를 하고 싶다. 또 친구들만큼 키가 자랐으면 좋겠고, 언어치료를 잘 받아 말도 잘 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걸리의 어머니는 “걸리가 2차 치료까지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소아청소년과 김성호 부장이 은인이라고 생각한다. 걸리 역시 자라서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세종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성호 부장은 “‘심장병 없는 세상을 위하여’라는 이념으로 환자들을 치료해 온 병원의 의료진으로서 걸리가 건강한 삶을 되찾은 것에 대해 무척 기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