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조금만 더 버텨!”… 폭우 속 신림동 반지하 ‘기적의 3분’

  • 등록 2022-08-11 오후 3:59:19

    수정 2022-08-11 오후 4:00:28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100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속출한 와중에도 기적은 있었다. 침수로 고립된 반지하 주택에서 시민들이 힘을 합쳐 아이를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진 것이다.

8일 밤 서울 신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폭우 속에서 아이를 구하는 남성들의 모습. (사진=뉴스1)
11일 뉴스1에 따르면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에선 갇혀 있던 아이를 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모였다. 당시 현장에서 해당 장면을 촬영한 A씨는 뉴스1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전했다.

A씨가 제보한 3분가량의 영상에는 폭우 속에서 반지하 창문으로 아이를 구출하려는 어른들의 다급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당시 검은 티셔츠 차림의 한 남성은 반지하 주택 앞에서 “안에서 열어야 돼. 창문 열어봐요. 밑에 잠금장치 열어”라고 말했다.

이어 “불빛 보고 오면 돼. 이거 깨야 돼요. 뒤로 비켜봐요”라고 외치면서 창문을 향해 휴대전화 라이트를 황급히 비췄다. 그러자 옆에 있던 또 다른 남성은 빗물에 잠긴 반지하 창문을 깨트리기 위해 소화기로 추정되는 물건을 있는 힘껏 두드려 힘을 보탰다.

하지만 이는 역부족이었다. 몇 번의 시도가 이어졌지만 창문은 꿈쩍하지 않았다. 이에 검은 티셔츠 남성이 “수압 때문에 그런거다”라며 “차에서 차창 깨는 것 좀 가져다줘요”라고 말했다.

남성은 안에 있는 아이를 향해선 “기다려 기다려, 조금만 참아. 이거 깨야돼. 몽키스패너 빨리 달라 그래”라며 “조금만 버텨. 침착해, 침착하게 있어. 조금만 기다려”라고 달랬다. 이후 건네받은 몽키스패너로 몇 차례 창문을 내리쳤다.

다른 남성 역시 소화기로 보이는 물건으로 연신 창문 모서리를 두드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창문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깨졌다. 검은 티셔츠를 입은 남성은 혹여나 아이가 다칠까 깨진 창문 사이로 아이를 받아냈다.

주변 사람들은 “아 됐다, 살았다”라고 외치며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아이가 나오자 다른 남성은 “안에 사람 더 없어? 됐어”라고 말했다. 자칫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침착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이웃 덕에 귀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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